인천광역시는 수도권이다. 수도권에 관한 최상위 법률인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은 '서울특별시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그 주변 지역'을 수도권으로 정의하고, 수정법 시행령은 '그 주변 지역'을 인천시와 경기도로 규정했다. 대한민국 모든 법률에서 다루는 수도권의 개념은 수정법을 따른다.

대한민국 국토 전체를 포괄하는 국토기본법 제3조 2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균형 있는 발전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했다. 이를 위한 수도권 규제 정책을 담은 법률이 바로 수정법이다. 법률상으로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균형 발전은 대한민국의 숙원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수도권에도, 비수도권에도 속할 수 없는 지역이 인천시에 존재한다. 서해 북단 접경지인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두 지역은 법률상 수도권이지만, '서울특별시 주변 지역'의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함은 물론이고, 사회·경제 여건 전반을 따져보면 비수도권보다 더 낙후한 실정이다.

법의 사각에 놓여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 경인일보가 앞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보도할 현장의 목소리, 각종 지표와 통계, 전문가 진단은 모두 하나의 결론을 가리킨다. "강화·옹진은 수도권이 아니다." → 편집자주
인천 한 번 다녀오는 데만 4시간
우리가 수도권 시민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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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옹진군 영흥면(영흥도)에 사는 임정식(69)씨는 건강상 이유로 아내와 함께 매달 3~4차례 인천 남동구에 있는 대학병원과 서울 소재 대학병원을 찾는다. 인천 옹진군 주민 임씨는 왜 "인천에 다녀온다"고 말할까.

임씨가 사는 영흥도는 인천시에 속해 있지만, 차량으로 경기도 안산과 시흥을 거쳐야 인천시내로 진입할 수 있는 '인천 밖 인천'이다. 영흥도에서 남동구 인천시청으로 가는 유일한 대중교통편인 버스는 배차 간격이 40분에서 1시간이다.

임씨는 "영흥버스터미널에서 인천시청까지 버스를 타면 편도로 최소 2시간, 서울 병원까진 3시간이나 걸린다"며 "승용차를 타면 그나마 30분 정도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기름값 부담이 너무 커 버스를 탄다"고 말했다.

영흥 주민 "인천에 다녀온다" 말해
옹진군 다른 섬 '일일생활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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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흥도에서도 번화가로 꼽히는 '영흥도 버스터미널' 주변은 마트와 몇몇 식당 등 저층 건물만 휑하니 자리 잡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영흥도는 섬으로만 행정구역을 이룬 옹진군에서 유일하게 '연륙화'가 된 섬이다. 나머지 섬들은 연안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하는데, 배편 부족 등으로 상당수 섬은 '일일생활권'이 형성되지 못했다. 뱃길로 4시간 거리인 백령도는 시간상 제주도보다 멀다. 항로가 긴 만큼 기상 악화에 따른 결항이 잦다.

강화군도 '대중교통 오지'다. 인천도시철도 1·2호선 환승 거점인 인천시청역을 기준으로 강화군 교동면 대룡시장까지 대중교통으로 갈 방법은 하나뿐이다.

인천시청역 인근 정류장에서 좌석버스를 탄 후 강화버스터미널에서 마을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예상 소요 시간은 3시간~3시간30분인데, 해당 좌석버스 배차 간격은 1시간이고 마을버스 간격은 1시간10분에서 5시간이다. 버스 탑승 시간을 잘 맞추지 않으면 훨씬 더 오래 걸린다는 얘기다.

백령도 4시간 뱃길, 제주보다 길어
강화도~서울역 최소 3시간 잡아야
철도조차 없어… 수차례 갈아타기

수도권의 '핵' 서울시에서 강화군·옹진군을 가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분석했다. 서울역에서 영흥면사무소까지 대중교통으로 길게는 4시간 3분 가량 소요된다.

서울역에서 KTX로 부산까지 가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서울역에서 강화 교동면 대룡시장까지는 3~4시간 정도 감수해야 한다. 수도권 광역전철과 좌석버스,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을 넘나들며 갈아타는 건 덤이다.

현재 수도권에서 도시·광역철도가 없는 기초자치단체는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경기 포천시와 안성시뿐이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철도 건설 계획조차 없다. 수도권이 도로·철도 등 교통망으로 하나처럼 연결되는 '메트로폴리탄'(Metropolitan)이란 명제가 강화·옹진에선 성립되지 않는다. → 그래픽 참조·관련기사 3면

/박경호·유진주기자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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