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에서 전쟁은 끊이질 않았다. 오늘날에도 한 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내전부터 국가 간 전면전까지 크고 작은 전쟁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양국 간 전쟁이 발발했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무고한 민간인 희생자와 피란민이 속출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서 비슷한 비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인천의 이주 여성들을 움직이게 했다. 전쟁 반대와 평화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펜을 든 것이다.  

도아씨, 대학생때 폭탄테러 목격… 반대 종파 생명 위협에 이라크 떠나
암나씨, 수단 군부 쿠데타이후 반정부 시위 갈등 국회앞 규탄 집회도
이주인권센터 '사랑방 역할' 글 연재 "모든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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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경험한 인천 이주여성

인천에 정착한 이주여성 도아(36·이라크)씨는 2015년 가족과 함께 모국인 이라크를 떠나 한국에 왔다. 이 가족이 정든 고향 땅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도아씨는 대학생 때 학교에 폭탄 테러가 일어나 친구들이 목숨을 잃는 참혹한 광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가 조국을 떠나기로 결심할 무렵 이라크에서는 이슬람 종파 간 갈등이 내전으로까지 번지고 있었다. 반대 종파의 사람을 서로 죽이고, 폭탄 테러가 벌어지는 것이 일상이 됐다.

절망적인 삶이 이어지던 중 전쟁의 위협은 도아씨에게도 미쳤다. 반대 종파 사람들이 그의 집 외벽에 '죽고 싶지 않으면 집을 떠나라'는 글을 남긴 것이다. 공포에 떨던 도아씨는 남편, 어린 자녀와 함께 쫓기듯 한국으로 향했다.

[이슈]'전쟁 종식, 평화 촉구' 펜을 든 인천 이주 여성2
한국이주인권센터가 운영하는 '오아시스 와하'에서 활동하는 이주 여성들이 자국 음식 등을 소개하는 '우리 동네 작은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는 모습. /한국이주인권센터 제공

남편의 사업으로 2009년 가족과 함께 인천에 터를 잡은 또 다른 이주여성 암나(40·수단)씨에게도 전쟁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수단에서는 지난해 10월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등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심지어 수단 군부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암나씨의 가장 큰 걱정은 수단에서 지내는 부모님과 형제들의 안전이다. 혼란스러운 정세에 살인, 강간 등 온갖 범죄가 벌어지고 있어 외출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가족의 소식을 접할 때면 암나씨는 마음 편히 잠을 잘 수가 없다.

수단 내 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암나씨는 지난해 11월 한국에 머물고 있는 자국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개최한 군부 쿠데타 규탄 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슈]'전쟁 종식, 평화 촉구' 펜을 든 인천 이주 여성
인천에 머물러 사는 이주 여성 도아(사진 오른쪽)씨가 직접 경험한 전쟁 속에서의 삶을 설명하고 있다. 2022.4.14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전쟁의 비극은 이제 그만…'.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이주인권단체인 한국이주인권센터는 최근 홈페이지에 '전쟁 종식과 평화를 촉구하는 오아시스 와하 여성들의 목소리'라는 연재를 시작했다.

인천의 이주여성들이 전쟁 종식과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직접 쓴 글을 읽을 수 있다. 연재에 참여한 이들은 모두 12명. 도아씨, 암나씨 등 전쟁을 경험한 적이 있는 이주여성들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펜을 들었다.

도아씨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켜보며 자기 일처럼 슬펐다고 한다. 전쟁이 일어나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사를 오가는 전쟁터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불안, 슬픔, 상실, 절망 등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점점 쌓이면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무너진다"는 게 도아씨의 이야기다.

자신도 마찬가지였다는 그는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어 글을 썼다고 한다.

도아씨는 "이라크를 떠난 지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으나 지금까지도 전쟁의 고통이 생생하게 떠올라 '행복'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며 "내가 겪은 경험과 감정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면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전쟁을 경험한 인천 이주여성의 글
한국이주인권센터 홈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전쟁 종식과 평화를 촉구하는 오아시스 와하 여성들의 목소리'. 한글과 영어와 아랍어로 쓰여 있다. 홈페이지에 있는 글을 그대로 옮겼다.

암나씨도 그의 조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불행한 삶이 하루빨리 끝나길 바라는 마음을 글에 담았다. 그가 전쟁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이다.

누구보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라야 하는 아이들은 전쟁으로 인해 기본적인 의식주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다. 이러한 소식을 들을 때면 암나씨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했다.

그는 "전쟁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를 원한다"며 "모든 아이가 자신의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인천 이주여성의 사랑방 '오아시스 와하'
한국이주인권센터는 지난 2018년 아랍 여성 등 인천에 정착한 이주여성의 사랑방이 되길 바라며 '오아시스 와하'라는 곳을 열었다. 오아시스 와하는 이주여성들이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 참여를 위해 서로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이주인권센터의 '전쟁 반대, 평화 기원' 연재도 오아시스 와하에서 활동하는 이주 여성들이 하나하나 쓴 글이 모여 시작됐다.

[이슈]'전쟁 종식, 평화 촉구' 펜을 든 인천 이주 여성3

한국이주인권센터 박정형 사무국장은 "인천의 이주여성 중에는 우리나라로 피난 온 난민이 많다. 이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이번 연재를 시작으로 이주여성들이 국제사회에 평화를 기원하는 목소리를 낼 일이 생긴다면 적극 동참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이주인권센터 홈페이지(www.wahha.net)에서 연재 중인 '전쟁 종식과 평화를 촉구하는 오아시스 와하 여성들의 목소리'는 2주에 한 번씩 글이 올라올 예정이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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