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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지구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의 김종세 관장이 14일 박물관 수장고에 빼곡히 전시돼 있는 카메라와 렌즈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2.4.14 과천/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사립 카메라 박물관 중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던 한국카메라박물관이 과천과천지구 개발에 따른 편입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박물관 측은 편입 과정이 일방적이라고 반발하면서 사업 시행사인 과천도시공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건물 존치를 호소하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4일 한국카메라박물관에 따르면 박물관은 2007년 과천시 막계동 330번지에 건립됐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연면적은 843㎡다. 박물관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취재를 위해 주문 생산한 '콘탁스Ⅱ 라이플'을 비롯해 1930년대 일본군이 사격 연습용으로 사용한 군사용 카메라 등 근현대사와 함께했던 카메라와 렌즈 등 2만5천여 점을 전시·소장하고 있다. 특히 콘탁스Ⅱ 라이플은 세계에서 4대뿐인 희귀 카메라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15년간 전시·강의 등 지역 문화발전 기여
과천 과천지구 특별계획구역 수용될 위기
박물관 "존치 논의 심의위라도 열어달라"

박물관은 상설 전시뿐 아니라 크고 작은 특별전을 연간 3∼4회 꾸준히 개최하면서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연평균 1만3천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였다. 전시회 개최 외에도 박물관 공간 개방, 카메라·사진 강의 등 지역 사회 주민들을 위한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2018년 과천과천지구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운영 중단 위기를 맞고 있다. 해당 부지가 과천지구 특별계획구역으로 계획되면서 박물관 부지와 건물이 수용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박물관 측은 과천도시공사와 LH 등에 박물관 존치를 호소했지만 해당 부지는 일체적인 개발이 필요해 박물관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낮은 보상가 탓에 다른 곳으로의 이전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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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지구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국카메라박물관의 김종세 관장이 14일 박물관 수장고에 빼곡히 전시돼 있는 카메라와 렌즈들을 살펴보고 있다. 2022.4.14 과천/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

김종세 한국카메라박물관 관장은 "과천에서 15년 간 시민들의 문화 시설로서 공익적 목적을 바탕으로 박물관을 운영해 왔는데 공공개발이라는 이유로 문을 닫아야 한다면 너무 가혹한 처사가 될 것"이라며 "주암지구의 아해전통어린이박물관이 존치된 것처럼 한국카메라박물관도 존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김 관장은 국민권익위원회 등을 통해 사업 시행자들이 건축물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회라도 개최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은 문화적·예술적 가치가 인정돼 지방자치단체나 관계 행정 기관장이 존치를 요청하는 경우 통합심의위원회 등의 심의를 개최해 존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과천도시공사 관계자는 "존치위원회 개최 여부는 국민권익위원회 등 관계 기관들과 논의 중에 있다"며 "존치위원회는 지구 조성 사업에 지장이 없을 경우 시행령에 따른 요건을 만족할 때 개최하는 것으로 사업 시행자 간에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이석철·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