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수원시는 '특례시'로 태어난 지 100일을 맞았다. 그간 쉬지 않고 달렸다. 도시 규모에 비해 충분치 않던 행정 권한 때문에 시민들이 받던 불이익을 특례시 출범을 통해 해소하고, 이에 필요한 자치권한을 찾고 얻어내기 위해서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성을 고려해 추가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한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지난 1월 13일 전면 시행됐고 이후 벌써 100일이 지났다. 비로소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실질적 권한 확보를 위해 갈 길이 멀다.
수원특례시의 지난 100여일간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실질적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 어떤 과제를 수행해 나가야 할지 짚어본다.
■ 시민들 느낀 첫 특례시 '사회복지 혜택 확대'
특례시 첫 출범과 함께 시민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행정적 변화는 '사회복지 혜택 확대'였다. 각 복지급여 산정 기준 지침에서 특별·광역시와 같은 '대도시'로 적용받아 더 많은 어려운 시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급여, 기초연금, 장애연금, 장애수당, 한부모가족지원, 긴급복지 등 6종 복지급여가 그 대상이었다. 가구당 최대 28만원의 급여가 늘어났다.
대도시 기준으로 사회복지혜택 확대
급여 28만원 늘고 대상 가구 수 증가
실제로 수원특례시가 복지급여 산정 시 기본재산액을 대도시 기준으로 적용한 올 1월과 중소도시 기준으로 적용했던 지난 2021년 1월의 수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급여 대상 가구가 8천119가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급여기준액 상향분을 제외한 877가구가 대도시 기준 복지급여를 받을 수 있던 '특례시 증가분'에 해당한다.
수혜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건 기초연금이다. 만 65세 이상 노인의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기초연금 대상 가구는 지난 1월 7만9천395가구였는데, 전년 동월에 비해 5천551가구 늘어났다. 이 중 556가구의 기본재산액이 중소도시 기준인 8천500만원에서 대도시 기준 1억3천500만원 사이에 있던 수원특례시민으로, 특례시 수혜가구였다.
긴급복지사업의 경우, 사례는 적지만 수원특례시 출범으로 인한 효과가 더욱 크다. 예상치 못하게 맞닥뜨린 위기가정이 대도시 기준을 적용받아 상황극복에 도움을 받은 사례가 실존하기 때문이다.
■ 일단 8개 사무 이양. 아직 권한 확보 '먼 길'
사실 특례시란 이름에 걸맞은 '진짜 혜택'의 완성은 수많은 관련 법령 정비를 통한 사무 이양으로부터 이뤄진다. 지난 1월13일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시행으로 수원특례시의 근거는 마련됐지만 실질적 권한의 확보는 관계 법령을 정비해야 하는 더 큰 산이 남아있다.
그래서 일단 수원특례시를 비롯한 고양, 용인, 창원 등 4개 특례시는 특례사무 발굴에 매진해야 했다. 이후 지난 100여일간 8건의 특례사무 이양이 법제화되며 사무권한 확보의 첫발을 내디뎠다.
우선 지난 5일 지방분권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권한 이양의 물꼬를 텄다. 당시 지방분권법 개정안을 통해 특례시로 이양이 결정된 사무는 총 6개다.
이 중 항만관련 사무 2개를 제외한 4개 사무가 수원특례시에도 적용돼 1년 후면 해당 권한을 갖게 된다. ▲환경개선부담금에 관한 사무 ▲산지전용허가 등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구성·운영 ▲물류단지의 개발 및 운영 등 4개 사무 등이다.
사무이양 이뤄져야 실질적 권한 확보
특례사무 8건 이양 법제화 결실 맺어
제2차 지방일괄이양법도 입법화돼 실질적인 적용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5일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일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데 이어 관광진흥법 일부개정안이 15일 국회를 통과했다. 1년 후 쯤이면 이들 사무가 수원특례시의 사무로 완전히 이양된다.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개정으로 수원특례시는 1년 후부터 비영리민간단체의 등록과 말소 및 지원 권한을 갖는다. 광역자치단체의 소관 업무이지만 시민과 밀접한 영향이 있는 만큼 각 부서별로 360여개의 비영리 민간단체들을 접해 왔던 수원시가 주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단체들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비영리민간단체 입장에서도 신속한 행정처리는 물론 지방행정기관과 밀접하게 소통하며 수원지역에 더 특화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관광특구 지정 및 평가에 관한 사무이양도 수원특례시가 수원만의 특색과 강점을 관광사업으로 활성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세계유산인 수원화성 등 지역 관광 자원을 활용해 120만 시민을 넘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관광정책을 펼쳐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새 지자체 종류로 '특례시' 신설해야"
수원특례시 등 4개 특례시는 지난해 1년간 공동 발굴한 86개 기능 특례사무에 대해 대통령소속자치분권위원회 심의를 요청했다.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심의에서 현재까지 총 18개의 사무가 이양이 필요하다고 결정됐다. 앞서 지방분권법에 담겨 통과된 6개 사무도 이 안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양 결정된 사무는 각각 소관하는 중앙부처에서의 개별법 개정과정이 필수적인 만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수원특례시를 포함한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는 지난달 31일 새로운 정부의 방향을 수립하고 있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서를 전달했다.
수원시, 인수위에 '특례시' 지원 요청
新자치분권 모델·국가균형발전 건의
특례시가 실질적인 권한을 확보해 새로운 자치분권 모델을 확충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국가균형발전의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지였다. 건의서에는 3가지 건의사항이 포함됐다.
건의서에 담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첫 번째 건의사항은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로 '특례시'를 신설해 달라는 요청이다. 현재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단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제2조를 개정해 특례시의 실질적 권한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는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세종특별자치시나 제주특별자치도처럼 특례시에 대한 특별법을 만들면 사무이양의 효율적 추진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건의사항은 자치분권위원회의 심의·의결 사항이 구속력을 갖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는 자치분권위원회에서 사무이양이 결정되더라도 권고사항에 그쳐 법 개정 여부가 불투명한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에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특례시 출범 후 실질적인 권한 확보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일정한 성과도 있었다"며 "앞으로도 수원특례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과 권한 확보를 위해 우직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