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협동조합 설립 과정은대한민국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기른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발달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부터 사회 곳곳에 자리한 차별은 아동뿐만 아니라 부모에게까지 상처가 된다.
흔히 발달장애가 있는 아동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이른바 '상동 행동'을 보인다. 이런 모습에 익숙지 않은 비장애인들은 곧바로 색안경부터 낀다. 색안경이 씌워지는 순간부터 발달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은 연대가 아닌 차별의 벽에 가로막힌다.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 임신화(48)씨는 이렇게 외친다. "발달장애 아동도 엄연한 사회 구성원입니다."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은 장애 아동에게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힘들게 장애 아동을 받아주는 교육시설을 찾더라도 치료비 대부분이 시설로 가는 단점에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협동조합은 치료와 교육이 모두 장애아동에게 놀이가 되는 환경을 꿈꾼다. 발달장애가 있는 두 자녀를 둔 워킹맘 임 이사장은 장애를 극복이나 동정, 혹은 시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그는 지난 18일 수원시 권선구 협동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발달장애 아동은 도움이 아닌, 생애 주기별 지원이 필요하다"며 "국가책임제가 시행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두 아이 치료비만 한 달에 300만원씩 들어
'꿈고래' 어린이집 학부모와 한뜻으로 뭉쳐
'치료를 놀이처럼' 건물주가 보증금 면제도
봉담점 57명·수원점 30명 방과후활동 확대
아이들이 자폐성 장애 1급 판정을 받으면서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제 인생이 180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언어, 감각 통합, 미술 놀이 등 여러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아이들을 치료하려고 애썼다."

저뿐 아니라 사설 센터에서 장애 아동들이 치료를 받으면 부모는 한 달 평균 150만원의 경제적인 부담을 짊어져야만 했다. 게다가 치료비 대부분은 사설 센터장이 가져가는 구조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협동조합의 이해'라는 어린이집 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듣게 됐다. 우리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게 협동조합이란 걸 깨닫게 됐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냈던 학부모 20명이 뜻을 함께했다.
협동조합에 투자한 자본은 아이들의 교육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일단 해보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
놀이터는 '치료를 놀이처럼 하자'는 뜻이 담겼다. 또 장애, 비장애 아동이 함께 뛰놀 수 있는 곳이란 의미도 있다.
협동조합 이름에는 단어 하나마다 가치가 담겼다."

"물론 막상 현실이 되니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다행이었던 건 당시 건물주가 협동조합 취지를 듣더니 보증금을 면제해주겠다고 해서 2015년 2월 첫발을 뗐다.
협동조합을 만든 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발달장애 치료 프로그램이었다. 비장애 아동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언어 및 인지, 감각통합, 미술, 놀이, 그룹 치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치료 프로그램을 듣던 학생들이 성장하면서 협동조합 규모도 커졌다.
그렇게 2015년 2월 화성 봉담점에 이어 2018년 3월에는 협동조합 2호점이 수원에 자리하게 됐다. 현재는 봉담점에서 57명, 수원점에서 30명 아이가 방과 후 활동 지원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조합원도 160명까지 늘었다. 조합원은 대부분이 장애와 비장애 아동 부모이며 선생님과 다수 이해관계자도 있다."
#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게
발달장애성인 2명 고용계획 수익나면 더 늘려
인식 개선 팟캐스트 사명감 벌써 200회 넘어
국가책임제 선순환 구조 강조 갈등은 불가피
아이 5명 어느새 성인… 프로그램 더욱 보완
매출이 증가하고 수익이 난다면 발달장애인 사원을 하나둘씩 늘려나가고 싶다. 물론 다른 기관, 업체 등에서도 발달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서비스를 종종 기획하지만, 언제나 관건은 지속 가능성이었다."

지금까지는 발달장애 관련 정보를 나누는 팟캐스트가 없었다. 그래서 더 많은 발달장애 부모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 인식 개선을 위해 라디오를 시작했다. 벌써 200회가 넘었다. '라디오 잘 듣고 있다'는 분들이 꽤 있어서 사명감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저를 비롯해 협동조합원 3명이 번갈아 가며 출연한다."
다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디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까지는 갈등도 불가피하다. 투쟁을 통해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지만, 협동조합은 이러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지출한 비용이 아이들을 위한 재투자로 연결된다."

앞으로 부족한 부분은 더욱 보완하고 좋은 프로그램은 완성도를 높여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협동조합이 되겠다."
글/이시은기자 see@kyeongin.com,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 임신화 이사장은?▲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이사장
▲ 거북이의 꿈 팟캐스트 진행자
▲ 바로서기교육 협동조합 이사
▲ 발달장애지원전문가포럼 운영위원
▲ 화성시협동조합협의회 부회장
▲ 기획재정부 협동조합정책심의위원회 위원
▲ MTA팀코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