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먹거리를 수확하는 과정에서 더 나아가 환경 문제를 고민하게 하고 함께하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일깨워 줍니다."
고민희(55)씨는 아파트 등 건물이 마천루처럼 솟아있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한복판에 있는 도시텃밭 '이음텃밭'을 관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시농업관리사로 활동하고 있다.
텃밭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무단경작금지' 팻말이 꽂혀있던 갈대 무성한 자투리땅이었다.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되면서 현재는 400여 명의 개인이나 5인 이상 단체가 일구는 시민·공동체 텃밭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고씨는 이들에게 빗물을 저장해 농업용수로 쓰고 화학 비료 대신 낙엽, 배춧잎, 고추 줄기, 콩대, 깻대 등 농작물 부산물로 퇴비를 만드는 친환경 농법을 알려준다. 고씨가 작은 사무실에서 쓰는 전기조차도 이곳에 설치한 태양광과 소형 풍력발전설비에서 생산한 것이다.
"이음텃밭은 도시민이 제약 없이 자신의 텃밭을 경작하는 주말농장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다 함께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생태 농법을 따르고 일정 시간은 자원봉사를 해서 '나눔텃밭'이라고 하는 복지시설에 기부할 작물을 재배합니다."
송도에서 교육 프로그램 운영
사무실 전기까지 태양광·풍력
고씨는 우리나라 고유 작물을 심는 토종 텃밭도 조성했다. 지난해에는 텃밭 한쪽을 논으로 만들어 노인도, 다백조, 대궐도, 북흑조 등 토종 벼 품종을 심었다. 다 같이 모여 여름에는 모내기하고 가을에는 베어낸 벼를 탈곡하는 활동을 했다. 올해는 한국 고유종이지만 1940년대부터 생산되지 않았던 코끼리마늘을 재배하고 있다. 여러 토종 종자를 키우면서 오래전부터 우리 땅에서 자란 작물이 갖는 의미를 알리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고씨는 부평 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강사와 인천환경운동연합 토종텃밭지기를 맡았고 현재는 이음텃밭 활동가와 사회적협동조합 도시농부꽃마당 강사 등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환경 보전에 앞장선 공로를 인정받아 2003년과 2021년 인천시장 표창을 받았다.
고씨는 앞으로도 일상에서 자연을 보호하고 친환경을 실천하는 방법을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그는 "처음에는 많은 제약 탓에 불편함을 토로했던 시민들이 지금은 누구보다 자연을 보호하며 농사짓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큰 성취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농사뿐만 아니라 평소 내가 실천하는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 타기, 플라스틱 줄이기 등 여러 활동을 알리면서 더 많은 사람이 환경 보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