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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협씨는 "시로 수놓은 숲을 이웃과 공유하겠다"며 자연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 설명했다. 2022.5.9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주는 소중한 휴식공간을 우리가 공유하면 그게 바로 지역의 소중한 자산 아닐까요."

연천군 군남면 왕림리에서 '시와 숲' 길을 가꾸는 작은 행동을 큰 행복이라 여기며 살아가고 있는 윤상협(67)씨는 "문학은 이념에 가려지면 안 된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연천이 낳은 월파 김상용(1902~1951) 시인 생가터 인근에서 돼지를 사육해 오다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등으로 돈사 경영을 그만둔 그는 요즘 메타세쿼이아 숲길에 흠뻑 빠져 숲길 위에 문학을 수놓고 있다.

1983년 결혼식 기념식수 이후 1남 2녀 자식들의 입학 때면 어김없이 식수를 빼놓지 않았던 그는 자신의 농장 주변에 축사면적 10배 이상의 녹지를 조성했다.

지난 1988년 현재의 마을에 정착해 산자락에 둥지를 마련한 그는 어려서부터 숲 근처에 살면서 자연과 숲을 좋아했고 우연히 김상용 시인의 생가 마을이란 것을 알게 되면서 '시와 숲'이 어우러진 숲길 조성의 꿈을 꾸게 됐다.

2001년부터 황금 메타세쿼이아 묘목을 심어 온 그는 20여 년 동안 성장한 나무가 300여m에 걸쳐 늘어선 길을 보면서 지나간 세월보다 커다란 숲길이 가져다줄 사색의 시간을 천천히 즐기고 있다.


김상용 등 향토 시인들 시비 줄지어
빛 못본 소외작가 작품 선뵈고 싶어
나이 드니 자연과 함께 하는법 배워


그의 생활 터전이기도 한 '시와 숲'의 입구에는 김상용 시인의 대표작인 '남으로 창을 내겠소' 시비가 마치 주인인 듯 반기고 있고 메타세쿼이아 나무 사이로는 향토 시인들의 시비가 줄지어 인사를 하듯 손님을 반겨주고 있다.

유명한 작가보다는 그늘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향토 및 소외 작가들의 작품으로 1만9천여㎡ 공간에 수를 놓고 싶다는 그의 바람에 따라 돌(바위)에는 다양한 시들이 새겨져 있다.

온종일 숲과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그가 숲 가꾸기에 손을 뗄 수 없는 이유는 숲길 공간에서 시를 읽으면 머리가 행복하고 나무만 바라봐도 눈이 신선함을 느끼며 나무 사이의 길을 바라보면 희망이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와 숲'이 웅장하거나 화려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시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그의 독창성은 빽빽한 나무 숲(목림삼·木林森)을 모두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그의 황혼의 소망이다.

메타세쿼이아를 15년 동안 키워 전곡리 구석기 공원과 임진강변에 700여 그루를 헌수한 그는 지역주민에게 숲의 고마움과 자연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숲 해설가로의 변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돈업에 종사하면서 주변에 악취 등의 환경피해를 안겨줬다는 미안함을 만회하기 위해 개인의 경제적 자산을 공익 목적으로 돌려주고 싶다"는 그는 "나이가 드니 자연과 함께하는 방법도, 또 하나의 배움이라며 내 마음의 자연의 창을 그려내 이웃과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연천/오연근기자 oy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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