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계양산 인근에 사는 김정환(72)씨 별명은 '계양산지기'다. 계양산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김씨는 지난 30여년간 계양산을 오르내리며 쓰레기를 줍고 있다.
그는 "하루는 산에서 한 할아버지가 쓰레기를 줍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순간 나도 저렇게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날을 계기로 계양산에 갈 때마다 마대를 가져가 쓰레기를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창피해서 모자를 눌러쓰고 다니기도 했지만, 몇몇 등산객의 격려를 받으며 뿌듯함이 생겼다"며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연설문을 써서 산 정상에서 읽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김씨에게 영향을 받아 쓰레기 줍기에 동참한 등산객도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계양산에서 자주 마주쳤던 한 모녀가 어느 날부터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며 "지금은 나이가 들어 정상에는 자주 못 가지만, 계양산 둘레길을 돌며 환경정화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김씨의 계양산지기 활동은 지역사회로까지 닿았다. 환경운동을 한다는 게 소문이 나 환경단체까지 들어갔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그는 그렇게 인천녹색연합과 인연을 맺었다.
2010년 산림청 숲 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이후 녹색연합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숲 해설 봉사를 펼치고 있다. 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고, 때로는 어린아이를 둔 부모님에게도 숲 해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며 "시민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고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고 싶다"고 말했다.
숲해설 봉사·대중교통·자전거 애용
"환경 소중함 전파, 인식 바꾸고파"
김씨는 산이 아닌 일상 속에서도 환경운동을 실천한다. 화석연료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집에서 가까운 계양구·부평구를 다닐 땐 항상 자전거를 애용한다고 한다. 건물 관리인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일터에서도 환경보호를 위해 힘쓴다.
김씨는 쓰레기가 건물 앞 가로수에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몸소 분리수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건물 입주자들에게 문밖에 쓰레기를 두라고 얘기했다. 아침에 순찰을 하며 쓰레기를 모두 모아 직접 버리고 있다"고 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김씨는 "재활용을 위해선 쓰레기를 세심하게 분류할 필요가 있다"며 "건물 입주자들이 '대단하다' '고맙다'는 말을 할 때 보람을 느낀다. 몸이 성할 때까지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분리수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