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화성 엄미술관에서 열린 리사이클링 옷차림 시니어 패션쇼 현장 모습. 2022.5.21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빰빰빰 둥둥둥. 강렬한 음악과 색색의 조명이 전시장 안을 두드렸다. 평소 조용했던 미술관에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제대로 찾아간 것이 맞았다. 전시장 중앙에 마련된 작은 런웨이가 단번에 시선을 끌었다.
21일 오후 화성 엄미술관에서는 '희망드림 공동장터' 프로그램 가운데 리사이클링 옷차림 시니어 패션쇼가 열렸다. 엄미술관이 6월 22일까지 진행하는 '희망드림 공동장터'는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버린 옷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그 오염된 토양으로 우리의 토종 먹거리가 위협받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획이다. 이곳에서 말하는 '장터'는 돈을 주고 물건을 사고파는 의미가 아닌, 필요 없어진 물건이 필요한 사람에게 오고 가는 선순환의 키워드이다.
'희망드림 공동장터' 프로그램 일환…시니어 모델 15명 함께해 눈길 헌 옷·평소에 입던 옷 등 활용해 런웨이 채워 환경보호 의미 되살려
이번 리사이클링 옷차림 시니어 패션쇼는 그런 선순환의 의미를 되새기는 이벤트이다. 새 옷을 선보이는 기존의 패션쇼와는 달리 미술관에서 준비한 리사이클링 옷과 모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 등이 활용됐다. 평소에 입고 다니던 옷, 옷장에 숨어 있던 옷, 더는 안 입어 버리게 된 옷 등을 조합하고 수선해서 마치 처음부터 잘 어울렸던 한 벌의 옷으로 만들어 낸 모델들이 음악과 조명에 맞춰 멋지게 런웨이를 누볐다. 청바지와 청재킷, 원피스와 주름치마, 체크무늬 재킷과 심플한 셔츠까지.
엄미술관의 전시장이 매력적인 패션쇼장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무대를 지켜보는 관객들은 음악에 맞춰 손뼉도 치고, 모델들이 지나갈 때마다 사진과 영상도 찍으며 큰 호응을 보냈다.
21일 오후 화성 엄미술관에서 열린 리사이클링 옷차림 시니어 패션쇼 현장 모습. 2022.5.21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패션쇼의 또 다른 특이점은 시니어 모델 15명이 참여했다는 점이다. 나이와 상관없이 당당하고 활기찬 표정으로 리사이클링 옷을 입고 무대에 나선 이들에게서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날 패션쇼에 참여한 시니어 모델 리송씨는 "미술관에서 색다른 패션쇼를 할 수 있어서 동료들과 굉장히 즐겁게 준비했다"며 "조금만 변화시키면 기존의 옷으로 얼마든지 새롭게 만들어 입을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퍼져서 진정한 멋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많은 분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엄미술관 신미성아 학예사는 "되살림의 나눔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간 것에 대한 생각과 경각심을 일깨워보고자 했다"며 "오래되고 헌 것 등 간과하기 쉬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이번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술관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곳을 넘어서 함께 활동하고 움직이고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됐으면 좋겠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패션쇼가 코로나로 지친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