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인터뷰 인천맥주
'인천'이라는 이름을 앞세운 인천맥주의 포부는 단순하지만 작지 않았다. 박지훈 대표는 "인천 시민들이 타 지역이나 해외에서도 자랑할 수 있는, 인천 시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는 맥주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술에는 지역 정서가 강하게 묻어 있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막걸리와 소주의 위상이 건재하다. 인천은 소성주가 가장 대표적인 막걸리다. 외국에선 지역 이름을 딴 포도주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다. 이처럼 '술'과 '지역'은 떼어놓기 어려운 관계다.

최근에는 이러한 관계가 맥주로 확장하고 있다. 과거 우리 나라 맥주에서 지역성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대기업이 만든 맥주를 전국에서 소비했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수제맥주 인기와 함께 지역성을 담아내는 시도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공감 인터뷰 인천맥주

'인천맥주'는 인천이라는 지역을 내세운 유일한 맥주 양조장이다. 만들어진 지 3년밖에 되지 않았으나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인천맥주 박지훈 대표는 "우리가 만드는 술이 인천 시민들의 자부심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인천맥주 본사이자 양조장은 인천 중구 해안동에 있다. 이 지역은 대표적인 구도심이다. 주변에는 노포가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공방과 갤러리, 카페 등이 새롭게 들어서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나고 자란 인천에서 사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그중에서도 '바닷가' 가까웠으면 했다

박지훈 대표는 "처음 양조장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무조건 장소는 인천에서도 바닷가와 가까운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창고 건물이라서 양조장을 짓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장소가 가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이곳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인천맥주를 설립하고 운영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는 인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학교를 다녔다. 자연스럽게 인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고 한다.

처음 시작은 지금과는 달랐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와인과 칵테일 등을 판매하는 사업장을 운영했다고 한다. 이것이 첫 사업장인데 주류 쪽에 관심을 더욱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다양한 주류 중에서도 맥주에 더욱 관심이 갔다고 한다.

박 대표는 "지금은 많이 대중화됐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와인은 격식을 갖추고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며 "맥주는 상대적으로 가볍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주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수제 맥주 전문점인 '칼리가리박사의 밀실'을 오픈하면서 본격적으로 맥주 관련 일을 전문적으로 하게 됐다. 이어 남동구 구월동 등으로 확장했다. 이 과정에서 양조장 건립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외부 양조장에 위탁해 생산하다 보니 원하는 맥주를 얻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중구 해안동 위치한 양조장… 어릴적 자주 다닌 골목이라 더 뿌듯
바다와 가까워… 창고 건물의 불편함 있지만 장소가 주는 의미 커
150여곳에서 판매하는 '개항로 맥주' 시민들로부터 인정받았으면
인천 대표 막걸리 소성주 제조하는 '인천탁주'와도 협업하길 기대
그렇게 탄생한 것이 중구 해안동에 있는 양조장이다. 기존에 있던 창고 건물을 활용해 양조장을 지었다. 2018년 1월에 공사를 마무리했고, 같은 해 5월에 첫 맥주가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이곳은 어렸을때부터 제가 자주 다녔던 골목이기도 하다"며 "창고 건물을 활용하다 보니 불편함이 있지만,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이자, 개인적으로 여러 좋은 경험이 있는 곳에서 '인천'이라는 이름을 걸고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천맥주 인기도 확산하고 있다. 양조장에서는 500㎖ 병을 기준으로 한 달에 7만병을 만들 수 있는데, 올해 중으로 양조시설을 확장할 예정이다. 확장이 이뤄지면 한 달 생산량은 최대 8만5천병으로 늘어난다.

그는 "인천이라는 이름을 내걸기까지 여러 고민이 있었다"며 "무엇보다 인천 시민들이 인정해주길 바라기 때문에 지금은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 인터뷰 인천맥주

그는 인천 지역 150여곳에서 '개항로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양조장이 있는 인천 중구에 집중돼 있다. 인천이 본점인 고깃집 '최고집', 스지탕으로 유명한 '다복집' 등에서 개항로 맥주를 맛볼 수 있다.


최근엔 인천 영종도에 있는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와 협업해 새로운 맥주를 개발하기도 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국내 유일한 카지노 복합리조트이자, 대표적인 관광시설이다.

인천국제공항과 가까워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고객도 많다. 인천맥주가 외국인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다면 인천맥주의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 대표는 "현재는 인천지역 시민들에게 우리가 만든 맥주를 선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생산시설도 확충하면서 더 많은 시민들에게 우리가 만든 인천맥주를 알리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들어 유럽 등의 사업자로부터 우리 맥주 샘플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기도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해외 진출도 고민할 것이며, 긍정적으로 진행되면 해외에 인천이라는 도시를 알리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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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맥주는 지난달 인천시가 주관한 '인천관광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천맥주는 양조장에서 양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주변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이 맥주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6월 중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박 대표는 "양조 체험을 시작하면 다양한 지역에서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과 '술'이라는 공통분모를 토대로 인천지역의 다른 양조장과도 협업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대표적인 인천의 막걸리인 소성주를 만드는 인천탁주와도 협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막걸리와 맥주는 분명 다르긴 하지만, 대중적인 술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며 "협업 방식 등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다만 협업이 이뤄져 인천지역 술이 더욱 인정받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천시민들이 인천맥주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맥주를 만드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달라"고 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박지훈 대표는?

▲1976년 인천 출생
▲1994년 동인천고등학교 졸업
▲1995년 청주대 영화과 중퇴
▲2010~2016 전 코소보라운지 대표
▲2014~2017 전 신복관 대표
▲2016~현재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대표
▲2017~현재 인천맥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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