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가현초등학교
김포 가현초등학교 박재남 교장이 재학생들과 함께 청보리밭을 둘러보고 있다. 박 교장은 "보릿대로 반지를 만들어 놀거나 덜 익은 보리를 손바닥에 비벼 먹곤 하던 정서를 아이들도 느껴봤으면 했다"고 말했다. 2022.5.31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김포 가현초등학교는 교정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이다. 건물 5층까지 오르는 계단을 따라 고흐와 르누아르, 모네와 고갱의 작품이 실제 갤러리 수준으로 전시돼 있는가 하면 곳곳에는 아이들이 창작한 설치미술이 놓여 있다. 2개 층의 벽면을 통으로 채운 협동작품도 방문객의 시선을 붙잡는다.

과거 가현초 정문 옆에는 쓰레기장이 있었다. 1천600여㎡에 달하는 이 부지가 원래부터 쓰레기장은 아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 공터가 쓰임새 없이 방치되면서 장기간 무단투기에 노출됐고, 나중에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로 쓰레기가 쌓였다.

지난 2020년 9월 부임한 박재남(58) 교장은 오랜 고민 끝에 이곳을 바꾸기로 했다. 전임 교장의 노력으로 쓰레기는 치워지고 각종 식물이 심어져 있던 상태였으나 박 교장은 좀 더 특별한 정서를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었다.

김포 가현초 앞 1600㎡ 공터 몸살
박재남 교장, LH 협의 파종 결실


지난해 11월 가현초는 LH와 협의를 거쳐 보리를 파종했다. 날이 가물었던 탓에 비가 조금이라도 온다 싶으면 부지런히 흙을 일궜다. 꽁꽁 얼어붙은 땅은 유난히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올해 봄 청보리밭 장관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보리밭길 사이사이에는 저마다의 희망을 적어넣은 바람개비가 설치됐다. 아이들의 꿈이 바람을 타고 세상 밖으로 퍼져 나가라는 의미였다.

청보리밭은 생생한 교육장이 됐다. 박 교장은 "가곡 보리밭을 함께 불러보고, 그림도 그려 보고, 씨앗을 키우며 과학공부도 하고 있다"며 "가을에는 메밀을 파종할 건데 그때는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으로 아이들과 문학을 이야기할 계획"이라고 했다.

가현초가 아름다운 학교로 변모하기까지는 박 교장의 의지가 컸다. 그는 개인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서양화를 전공할 만큼 미술을 좋아했다. 본인은 습작에 불과하다며 손사래 치지만, 미적 감각이 뛰어나 교내 인테리어도 손수 꾸몄다.

박 교장은 "학교 구성원은 물론, 주민분들도 학교 옆을 지날 때 공원에 온 것 같다고 다들 좋아하신다"며 "앞으로 보리밭에서 시도할 수 있는 전인교육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쓰레기 버리는 사람이 사라져서 보람이 크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