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만드는 신도시'를 표방한 3기 신도시. 여기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GH)를 비롯 각 기초단체의 도시공사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속내가 복잡한 상황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신도시를 조성하려면 기초도시공사의 참여가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자금이나 인력 구성면에서 신도시 조성 사업을 각 기초도시공사가 감당하기엔 벅차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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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에 포함된 광명시 학온동 지역 모습. /광명시 제공

각 기초도시공사는 경기도에서 진행되는 모든 3기 신도시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율은 적게는 1%부터 많게는 15%에 이른다. 통상 330만㎡ 이상 택지개발지구를 신도시로 칭하는데, 해당 기준에 따른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왕숙2(1천104만㎡), 하남 교산(631만㎡), 인천 계양(333만㎡), 고양 창릉(789만㎡), 부천 대장(341만㎡), 광명·시흥(1천271만㎡), 의왕·군포·안산(586만㎡), 화성 진안(452만㎡) 지구 등이다.

3기 신도시와 함께 발표된 중대형 택지개발지구에는 안산 장상(221만㎡), 과천 과천(168만㎡), 인천 구월2(220만㎡), 화성 봉담3(229만㎡) 지구가 있다. 신도시급 택지개발지구의 경우, 광역도시공사인 GH(18%)와 기초도시공사(5%)를 합한 참여율은 평균 23%다. 기초도시공사의 참여율은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지역 특성 맞는 신도시 조성하려면 '필수'임에도
자금·인력 구성면에서 벅차… 속내 복잡한 상황
5% 정도 부담해도 각 기초도시공사 감당 어려워
'지역과 함께 만드는 신도시'라기엔 기초도시공사의 참여가 다소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해당 신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기초도시공사의 사정은 조금 다르다. 통상 해당 비율만큼 투입되는 자금도, 주택 조성과 보상 등도 배분해 사업을 진행하는데 신도시 사업에 투입하는 자금이 막대한 만큼 부담이 만만치 않다. 5% 정도만 부담한다고 해도 각 기초도시공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고양 창릉지구의 경우, 사업비가 14조917억원인데 참여율이 10%인 고양도시관리공사는 단순 계산하면 1조4천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한다. 3기 신도시에 참여하는 다른 기초도시공사의 규모가 고양도시관리공사보다 비교적 작다는 점을 고려하면 3기 신도시에 더 많이 참여하고 싶어도 여건상 그럴 수 없는 실정이다.
기초도시공사에겐 '너무 큰' 3기 신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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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하남 교산지구 전경. /경인일보DB

사정이 이렇자 신도시 사업 참여문제를 두고 각 지자체의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각 기초도시공사가 신도시 조성에 투입할 자금을 조달하려면 공사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자본금 규모를 키우기 위해 추가 금액을 출연해야 한다. 공사채는 행정안전부 승인 하에 자본금의 2.3배까지 발행할 수 있다. 각 지자체 재정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출혈이 불가피하다. 시 재정 운용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과천시의 경우, 과천도시공사의 과천 과천지구 참여를 위해 지난해에만 1천200억원을 추가 출연했다. 지난해 과천시의 일반회계 규모는 4천27억원이었는데, 시 1년 살림의 30%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출연한 것이다. 화성도시공사의 경우, 화성 진안지구 조성 사업에 참여하려면 어림잡아 5천억원 이상은 필요할 것으로 추산돼 공사채를 발행해야 하지만, 화성시에서 재정 적자 우려 등을 이유로 추가 출연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투입 자금 조달하려면 공사채 발행해야 하는데
자본금 규모 키우기 위해 추가 금액 출연해야
지자체 여건 녹록지 않으면 '대규모 출혈' 직면
과천, 1년 살림 30% 출연… 남양주, 1% 참여 그쳐

남양주도시공사는 남양주시내에 왕숙지구와 왕숙2지구가 조성되지만 왕숙2지구에만 1% 참여하는데 그쳤다. 현재의 재정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참여 가능한 범위가 1개 지구에만 1%라는 결론이 내려져서다. 이미 중대형 택지개발지구인 안산 장상지구 조성에 참여키로 한 안산도시공사는 추가로 조성 계획이 발표된 의왕·군포·안산에 참여할지를 두고 고민이 깊다. 안산 장상지구에만 2천억원가량을 투입해야 하는데, 의왕·군포·안산지구에까지 참여할 여력이 있을지 회의론이 불거져서다.


31일 현재 경기도내엔 23개의 기초도시공사가 있다. 3기 신도시 및 함께 발표된 주요 중대형 택지개발지구에 참여를 확정한 기초도시공사는 남양주, 하남, 과천, 고양, 부천, 안산도시공사다. 광명, 시흥, 화성, 의왕, 군포도시공사는 각각 지난해 추가 발표된 3기 신도시인 광명·시흥, 화성 진안, 의왕·군포·안산지구에 참여할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들 기초도시공사의 자본금 규모는 적게는 200억원대에서 많게는 2천억원대다.

분양 실적에 기대야 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으면 자금 유동성에 차질

3기 신도시 참여가 결정되기 전에는 자본금이 수십억원에 불과했던 경우도 있었다. 3기 신도시 및 중대형 택지개발지구 중 가장 면적이 협소한 과천 과천지구(168만7천㎡)에도 4조2천177억원의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기초도시공사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사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사업을 진행하는 도중에 자금 유동성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초도시공사 관계자는 "지금의 방식은 참여 비율만큼 용지를 분양해 해당 수익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3기 신도시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지역에 따라 용지 분양이나 기업 유치 등이 상대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곳이 있을 수도 있다. 대부분의 기초단체 사정이 비슷하겠지만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렵다. 결국 분양 실적에 기대야 하는데, 실적이 좋지 않으면 자칫 자금 유동성에 차질이 빚어지는 곳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험 부족, 임대주택 조성 등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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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남양주 왕숙지구. /경인일보DB

전체 신도시 내에서 조성해야 하는 임대주택 수를 참여비율만큼 건설해야 하는 점도 각 기초도시공사의 재정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임대주택 1호를 조성할 경우, 부채가 평균 1억5천만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이는 고스란히 각 기초도시공사에 재정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례로 하남 교산지구의 경우, 3만3천여가구가 조성될 전망인데 이중 30%인 1만1천여가구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건설하면 단순 계산시 5% 지분을 가진 하남도시공사는 임대주택 500여가구를 조성해야 한다. 어림잡아 750억원의 부채가 발생할수 있는 것이다.

 

한 기초도시공사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임대주택 조성도 참여 비율만큼 담당해야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기초도시공사에 큰 부담이 될수 있다. 함께 사업에 참여하는 GH 등과 협의해 역할을 배분하는 등 자구책을 찾는 상황"이라며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추후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부담을 줄이는 일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참여비율만큼 임대주택 건설해야 하는 것도 '부담'
특성상 도시개발 업무 경험 적은 곳 다수인 문제도
각 기초도시공사로선 '큰 기회' 이자 '대위기' 실정
"실익 따졌을 때 많이 참여하는 것이 정답인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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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상 도시개발 업무 경험이 적은 곳이 다수인 점도 관건이다. 현재 경기도내 기초도시공사 다수는 기존 시설관리공단이 전환된 곳이다. 그동안 도시개발 업무보다는 각종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둬왔던 곳이 대다수라 기관 내부적으로 대형 도시개발 업무를 맡을 직원이 적은 경우가 많다.


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지자체와 합심해 어렵사리 비용까지는 마련했지만, 정작 실무를 담당할 직원이 태부족인 것이다. 한 기초도시공사 관계자는 "사실 우리 공사는 주택을 조성하거나 도시를 개발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공사 내에 관련 업무를 해본 직원이 없다. 경력직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기 신도시 참여 문제가 각 기초도시공사로선 큰 기회이기도 하지만, 자칫 대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는 실정이다. 또다른 기초도시공사 관계자는 "신도시 개발에 따른 이익이 지역에 환원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도시로 개발되려면 당연히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기초도시공사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 내에서도 으레 그렇게 여긴다"면서도 "시설관리공단에서 출발해 태생적으로 도시개발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각 기초도시공사들에겐 3기 신도시에 참여하는 일 자체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면, 감당할 수 없는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다가 기관 존립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있는 게 사실이다. 실익을 따졌을 때 많이 참여하는 것만이 정답인지는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문성호·강기정·김준석·고건기자 kangg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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