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특례시가 출범했다"는 말은 틀리다. 특례시라는 새 명칭 사용이 가능해지고 행정 권한 등 특례를 얻을 수 있게 됐을 뿐 관련 법률(지방자치법 제2조)이 정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도, 특별자치도 및 시·군·구)에 '특례시'가 추가되진 않았다. 올해 1월부터 인구 100만 명 이상의 수원·용인·고양·창원시 명칭에 '특례'라는 두 글자가 더해졌으나 그에 걸맞는 만큼의 특례 확보 없이는 평생 허울에 그칠 수 있다.
특례시, 개념부터 특례 확보 절차까지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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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특례시 출범을 기념해 수원시 공무원들이 피켓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수원시 제공

법률상 최초 명시한 지방자치법에 '인구 100만 이상'
'대통령령 기준·절차따라 행안부장관 지정한 시·군·구'
두가지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특례를 둘 수 있어
후자 속하면 법 개정없이 사무 이양 협의 가능한 반면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경우 일일이 법률 개정 필요

문제는 이 같은 개념적 측면은 물론 특례 확보를 위한 방법 역시 모순적이란 점이다. 특례를 얻으려는 지자체가 관련 '특례협의회'나 '특례심의위원회'를 통해 각 광역자치단체 또는 중앙정부와 특례 사무이양 협의를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데 정작 특례시는 해당하지 않는다.


특례시라는 단어를 법률상 최초 명시한 지방자치법 제198조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대도시 및 시·군·구"에 특례를 둘 수 있다고 명시하면서 해당 '다음 각 호'를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이하 "특례시"라 한다)'와 '(중략)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행정안전부장관이 지정하는 시·군·구)' 등 2가지로 구분했다.

그런데 후자에 속하는 시·군·구는 법률 개정 없이 관련 특례협의회·특례심의위원회 등을 통한 특례 사무 이양 협의가 가능한 반면 특례시의 경우 각 사무 이양마다 일일이 국회를 거친 법률 개정을 수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수원·고양·용인·창원시가 해당 광역자치단체나 중앙부처로부터 넘겨달라고 요청한 총 383개 단위사무 중 이양해도 좋다고 승인된(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의결) 사무는 18개, 국회를 통해 사무이양 절차를 마친 것도 아직 8개에 그치고 있다. 4개 지자체가 특례시란 명칭을 얻은 지 6개월에 이르렀지만 전체 사무이양 목표 중 약 2%밖에 달성 못한 셈이다.

 


해당 4개 특례시장으로 구성된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 관계자는 "후속 법령개정 지연과 단위사무 위주의 제한적 이양으로는 시민들이 특례시를 체감하기 부족해 조속한 특례 확보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4개 특례시 넘어선 폭넓은 협의체 구성해야"

용인특례시
백군기 용인시장이 '용인특례시 출범식 및 반도체도시 선포식'에서 김기준 용인시의회 의장, 김민기·정춘숙·이탄희 국회의원, 김순은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 류광열 경기도 경제실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사장,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2022.1.3 /용인시 제공

선언적 의미에 지나지 않고 특례시 명칭에 걸맞은 사무이양을 이뤄내 '진짜 특례시'로 안착하려면 수원·고양·용인·창원시 이외 다른 지역과의 공감대 형성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례시의 특례 확보를 사실상 가로막는 법률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할 경우 4개 특례시 지역 이외 국회 전반과의 협력 없이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사무이양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정부가 일정 기준 이상의 지자체에 행정 특례를 부여하고 있는 건 사실 지난 1월 처음 특례시 명칭을 얻은 4개 지자체만이 아니다. 지난 1945년 지방자치법 제정과 함께 '구(區)'를 설치할 수 있게 된 '인구 50만 이상 시'가 처음 행정적 혜택을 입었다. '특례'란 말이 법적으로 처음 쓰인 건 1962년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특별 조치법'에서였다. 

특례시 명칭 얻은 '수원·고양·용인·창원시'
사무 이양 과정조차 '동상 4몽' 지적 나와
법률적 모순 해결·국회 전반과 협력 없이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사무이양 어려워
넓은 범위 지자체 협력해야 '진짜 특례시'

이후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한 법적 특례가 명시된 건 12년 전 '지방행정체제개편에 관한 특별법'에 이르러서였으며 특례시란 단어가 법률상 처음 등장한 건 지난 1월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었다. 실질적 행정수요 등에 따라 정부가 부여하는 특례가 수원·고양·용인·창원 이외 다른 인구 50만 이상 도시까지 아우른 이야기란 의미다.

하지만 이번 특례시 명칭을 얻은 4개 지자체는 보다 넓은 범위의 지자체 등과 협력해 특례 확보를 꾀하기는커녕 현재 추진 중인 특례 사무 이양 과정에서조차 '동상 4몽'의 모습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383개에 달하는 4개 특례시 지자체의 사무이양 요구 특례 가운데 각자 지역에 큰 영향을 주는 사무를 우선 이양하도록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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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가 시청 입구에서 고양특례시 출범 제막식을 개최하고 있는 모습. 2022.1.13 /고양시 제공

이제 첫 발 내딛은 특례시 관련 특례라도
제대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하는데
곳곳의 법률적 모순에 사실상 막혀있다

이미 법률 개정 절차를 마친 8개 이양 사무 가운데 항만과 관련된 2개 사무는 사실상 창원시에만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 준다. 수원시와 용인시가 단독 제시한 '대규모 개발사업의 광역교통 개선대책 수립 권한'과 '산지전용혀가 면적 확대' 등 사무의 경우도 각 해당 지자체만 높은 비중의 수혜를 입힐 가능성이 크다.


이에 현재 수원·고양·용인·창원시 지자체장으로만 구성된 대한민국특례시시장협의회과 같이 소수 지역에만 국한하기 보다 광범위한 지자체나 정치권 등의 참여가 가능한 협의체를 통해 실질적인 특례시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특례시 완성을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를 발간한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간 요구된 '지자체 종류 내 특례시 신설' 관철이 어렵다면 이제 첫 발 내딛은 특례시 관련 특례라도 제대로 가져올 수 있어야 하는데 곳곳의 법률적 모순에 사실상 막혀있다"며 "또한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4개 특례시 국회의원은 17명. 결국 광역단체와의 자율적 협의가 아닌 법률에 따른 특례 이양을 받으려면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은 전반적 공감대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