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냉이 된장국이다!'
냉이는 봄꽃만큼 봄이 온 소식을 알려주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드르륵 진동이 울린 오늘의 확진자수 알람을 끄고 한껏 기대하며 한걸음으로 식탁 앞에 섰지만 아침상 대신 내 앞에 얼굴을 내민 것은 빨간 두 줄의 자가진단 키트였다. 그리고 그 옆에 서 계신 엄마의 다급하고 초조한 얼굴빛은 당분간 봄날의 날씨가 천둥번개임을 예보해주고 있었다.
서둘러 검사를 받으러 가신 엄마를 보니 냉이 된장국 냄새에도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검사를 받고 오신 엄마의 격리를 시작으로 그렇게 우리 가족은 서로 분리된 공간에서 24시간 마스크를 착용한 채 격리 생활을 해야만 했다.
7일 후 엄마는 격리해제통지서를 받고서야 방 밖으로 나오셨고 나와 아빠, 남동생은 코로나 검사 후 음성 확인 문자를 받고서야 우리 가족은 모두 모여 서로 참 잘 견디었다며 안아주었다.
일주일 만에 안겨본 엄마의 품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새어나왔다. 조심스럽게 눈물을 훔치며 창밖을 보았다.
어느 훌륭한 화가가 아름답고 섬세한 붓터치 실력을 발휘해 놓은 듯 창문 너머 왕벚나무 가지엔 하얀 솜뭉치 같은 벚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다.
아름다운 벚꽃 풍경이 힘들었던 우리 가족들에게 따듯한 위로가 되어준 순간이었다.
이제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코로나 이전의 삶과 같은 모습들을 빠르게 되찾아가며 일상생활을 즐기고 있다.
지난 주말 우리 가족도 인천대공원에 다녀왔다. 40년 이상 된 벚나무들이 아름다운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짙은 봄 향기를 풍기며 3년만에 봄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북적이는 사람들의 얼굴들까지 마스크로도 가려지지 않은 다양한 웃음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아이들은 신나게 뛰어놀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 아빠들의 얼굴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자연스럽게 바뀌는 사계절이 너무 당연했기 때문에 매년 피는 꽃들이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못했고 언제나 주어졌던 봄이었기에 이토록 봄날의 일상을 그리워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간절하게 바라고 기다린 끝에 봄의 얼굴들을 마주하며 설레어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이 찌릿하게 저려왔다.
눈으로만 담아가기엔 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핸드폰을 들고 봄이 닿은 곳들을 찾아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중한 가족도 봄의 모습과 함께 담아두고 싶었다. 옆에서 재잘거리며 귀엽게 포즈를 취하는 남동생과 우리를 바라보고 부드럽게 웃고 계시는 엄마 아빠 사진도 많이 찍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보았다. 행복함이 가득한 우리들의 모습이 봄보다 더욱 봄스럽게 느껴졌다. 차 안에서 바라보니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들은 나에게 조심히 잘 가라는 인사를 해주는 듯했고 따스한 봄볕과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완연한 봄 향기는 마스크 안까지 스며들며 그리워했던 봄의 달콤함을 온몸으로 전해주었다.
"봄아! 고마워. 널 마주하여 소중한 추억을 또 만들 수 있었어."
내년 봄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