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심대표
경안천 살리기에 앞장서 온 경안천시민연대 강천심 대표는 "이제는 현실에 맞는 규제 개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2022.6.13 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경안천만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납니다."

평생을 경안천 살리기에 앞장서 온 경안천시민연대 강천심(61) 대표의 첫 마디다.

강 대표는 팔당상수원 오염의 주범으로 알려졌던 경안천이 지금은 40만 광주시민과 철새들의 휴식처가 돼 너무 행복하다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경안천시민연대 사무실에서 만난 강 대표는 "과거 경안천은 주민들이 각종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고 낚시꾼들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 등의 각종 오염물질과 쓰레기 등이 넘쳐 났던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각종 규제로 화장실 하나 제대로 짓지 못하는 현실을 안 뒤 29살 젊은 나이에 환경운동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광주에 살며 외길을 걸어오고 있는 시민운동가다.

1994년 광주시 8개 읍·면 주민 67명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경안천시민연대는 현재 광주시민들인 7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주민 설득 쓰레기 수거·환경부 시위
낚시 금지·하수처리장 신설 이끌어
상수원보호 규제 현실맞게 개정 절실


강 대표는 "사회단체와 협력해 경안천 살리기에 나서자 많은 비난도 받았다"고 초기 활동 당시를 회상했다. 시민들은 그에게 물었다고 한다. "상수원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경안천을 살려야 하느냐"며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강 대표는 "경안천이 깨끗하게 살아나야 우리의 삶도 나아지고 광주시의 미래가 있다"며 시민들을 설득하고 환경부 앞에서 시위도 벌였다.

경안천을 살리기 위해 사회단체와 협력해 경안천 쓰레기 줍기 운동을 시민운동으로 전개하고 경기도를 설득해 경안천 전 구간을 낚시금지구역으로 만들었다. 또 환경부를 설득해 팔당상수원 인근 7개 시·군의 하수종말처리장 신설과 오·우수관을 분리하는 공사를 이끌어냈다.

이런 노력으로 죽음의 하천이자 시민들로부터 외면받았던 경안천은 이제 철새들의 휴식처가 됐고 매일 아침이면 운동과 산책을 즐기려는 시민들로 북적인다. 또 휴일에는 가족·단체들의 운동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경안천이 바라다보이는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다른 아파트 등 보다 20~30%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강 대표가 만들어낸 경안천의 현재 모습은 그가 걸어온 인생의 길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대표는 "경안천시민연대는 앞으로는 수질환경운동뿐만 아니라 규제개혁, 시정 모니터링 등 활동 범위를 넓혀 광주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할 것"이라며 "1970년대 만들어진 상수원보호구역 규제가 아직도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 처리 기술이 세계 최고의 수준이고 자본도, 기술도 다 갖춰진 나라다. 이제는 현실에 맞는 규제 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종우기자 ljw@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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