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기사 한강 하류 관련 볼음도
인천시 강화군 하점면 창후리 선착장에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이곳 어부들이 그물에서 건져 올린 쓰레기들로 양이 점차 증가하면서 기계를 이용해서 어획한 수산물과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2022.6.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한강 하구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서로 섞이는 기수역(汽水域)이다. 국내 4대강 가운데 자연적 하구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한강 하구가 유일하다. 낙동강, 영산강, 금강은 하굿둑 등 구조물을 설치해 강과 바다를 인위적으로 분리했다.

한강 하구는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 인천 강화군 볼음도와 영종도 남단에 이르는 수역을 일컫는다. 생물 종(種)이 다양해 생태학적 가치가 높은 수역임에도 이곳에 대한 환경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강 하구는 상류에서 유입된 오염 물질로 몸살을 앓고 있으나 정치적·군사적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환경 조사조차 불가능하다. 

강물~바닷물 만나 오염물 유입에도
정치·군사적 이유로 조사조차 불가

인천 강화도 선수선착장에서 1시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볼음도'. 이 섬은 강화도 본도 서편, 교동도 남서쪽에 있다. 한강 하구 권역 중에서 서쪽 끝에 위치한 섬이다. 지난달 13일 찾은 볼음도 북쪽 해변에는 각종 쓰레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어구로 보이는 스티로폼도 있었지만, 훨씬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육지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였다. 비닐류, 농구공, 축구공, 페트병, 차량 부품 등 십여 가지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도로에서 차단막으로 쓰는 붉은 플라스틱, 페인트통, 농약병, 파이프 등도 보였고, 나뭇가지 등 초목류도 이 일대를 뒤덮고 있었다.

 

일부 쓰레기는 원형의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삭았다. 오랜 기간 방치돼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볼음도 북쪽 해변에 있는 쓰레기들은 육지에서 한강 하구를 따라 떠밀려 온 것으로 추정된다.

볼음도 남쪽 해변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는 북쪽 해변과 대조적으로 바다에서 떠밀려 온 것으로 보이는 폐어구 100여 개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대부분 스티로폼 재질의 어구였고, 중국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플라스틱 재질의 부표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통큰기사 한강 하류 관련 볼음도
인천시 강화군 볼음도 북쪽 해변에 도로차단막, 비닐류, 페트병 등 생활 쓰레기들이 나뭇가지 등 초목류와 뒤엉켜 쌓여있다. 한강 하구 서쪽 끝 부분에 위치한 볼음도는 육지 쓰레기와 바다에서 버린 쓰레기들로 섬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 2022.6.14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볼음도 북쪽과 남쪽 해변에서 발견되는 쓰레기의 종류가 다른 이유는 이 섬의 특성에 기인한다. 볼음도가 한강 하구 서쪽 끝부분에 있다 보니 한강을 따라 내려온 육지 쓰레기는 북쪽 해변에, 바다에서 버린 쓰레기는 남쪽 해변에 쌓인다는 게 섬 주민들의 설명이다.

볼음도 해변은 해수욕장처럼 여가 용도로 활용되지 않고, 주민들이 맨손 어업 등을 하지도 않는 장소다. 이 때문에 쓰레기가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고 한다.

바닷가지만 육지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이곳만이 아니다. 한강 하구 권역에 포함되는 강화도 포구 곳곳이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다.

볼음도, 北 육지·南 바다서 폐기물
강화 더리미포구선 분류 기계까지

강화도 더리미포구에는 어획한 수산물을 손질·판매하는 상점이 10여 곳 밀집해 있다. 이들 상점 일부는 어획물과 함께 딸려온 쓰레기를 분류하기 위한 설비까지 갖췄다. 체망을 이용해 액체나 작은 입자의 물질을 걸러내듯 기계가 좌우로 움직이면 작은 젓새우 등이 아래로 빠지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쓰레기 양이 많지 않아 수작업으로 분류했는데, 양이 많아지면서 기계까지 들인 것이다. 기계를 갖추는 데 1천50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한다. 


김진남 더리미 어촌계장은 "그물에 걸리는 쓰레기 대부분이 한강에서 떠내려온 것"이라며 "여름철 한강 상류 댐에서 방류하면 하루 이틀 뒤 이곳(더리미포구 일대)에 쓰레기가 눈에 띄게 늘어난다"고 말했다.

스티로폼 어구와 육지 쓰레기 상당수는 잘게 부서져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미세플라스틱은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해양환경 오염은 물론 어패류를 통해 인체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한강 하구의 쓰레기들이 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장정구 인천시 환경특별시추진단장은 "볼음도는 한강 하구 끝부분에 위치해 있어 해양 쓰레기와 육지 쓰레기를 모두 볼 수 있다"며 "특히 북쪽 해변에 육지에서 온 쓰레기가 쌓이고 있지만 치우기가 쉽지 않다. 오염이 누적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통큰기획-한강하구를 살리자·(1)] 밀려오는 쓰레기에 몸살)

/정운·김우성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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