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산천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오산천은 아름다운 공원이자 정원이며 교육의 현장이고 휴식처다. /오산시 제공


오산천에 물이 올랐다. 한바탕 장맛비가 쏟아지고 난 뒤 천변의 녹음은 한층 짙어졌다. 이를 투영한 오산천의 물빛도 덩달아 푸르디푸르다. 생태하천으로서의 오산천이 진가를 발휘하는 계절이 왔다.

국가하천 중 최초로 생태하천으로 복원된 오산천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자 정원이며 교육의 현장이고 휴식처다.

오산천은 용인시 기흥구 석성산에서 발원해 화성, 오산, 평택시를 흐른다. 오산시의 한가운데를 흐른다고 해 오산천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알려졌다.

4.2㎞로 1980년대까지 멱 감던 청정하천
1990년대이후 산업·도시화로 수질 악화
민선 5기부터 복원사업 2017년 본류 완공
2018년 식물 77%· 조류 무려 250% 증가
시민참여 '작은 정원 조성' 100여곳 달해


오산구간은 4.2㎞로 1980년대까지는 국내의 여느 하천들이 그랬던 것처럼 빨래하고 멱감는 청정하천이었다. 1990년대 이후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고 2010년 이후 생태 복원 과정을 통해 수달이 찾는 건강한 생태계, 맑은 수질을 되찾았다는 극복의 역사를 품게 됐다.

이곳에서는 지속적인 생태 모니터링과 자연학습이 이뤄지고 있다. 활동가 등은 오산천에 자생하는 토착 원예종과 개구리, 물고기 등의 동식물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2019년 처음 발견돼 오산천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수달 모니터링도 꾸준히 진행한다.

지역 활동가는 "지난달에도 수달이 CCTV에 포착됐다. 수달을 비롯해 여러 동물들,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고 더 잘 사는 방법을 배워가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오산천
오산시민들은 오산천변을 천천히 걸으며 물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쐰다. /오산시 제공

최고의 휴식 공간으로도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시민 A씨는 "최근 오산으로 이사를 왔는데 우연히 지나가다 오산천을 발견했다. 오산이 작고 조용한 도시라고만 생각했는데 오산천을 알고 나니 아름다운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한가운데서 눈이 탁 트이는 기분을 느꼈다. 요즘은 시간이 나면 천변을 천천히 걸으면서 물 구경도 하고 바람도 쐰다.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 생태하천 복원사업 올해 완료


오산천 생태복원사업이 시작된 것은 민선 5기가 시작된 2010년부터다. 2017년 오산천 본류 복원사업을 완공했고 2019년 지류 하천 중 궐동천을 복원했다.

현재는 가장천 생태하천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초평동 합류점에서 서동저수지까지 2.73㎞ 구간의 물줄기다. 하천 폭을 넓히고 수변 식생대를 조성하고 있다. 수질을 개선하고 생물서식처를 확대해 생태하천으로 복원시킬 계획이다. 연말에 가장천 복원공사가 준공하면 생태하천 조성 사업은 일단 마무리된다.

오산천 생태 복원 이후로 사업의 성과는 꾸준히 드러났다. 2013년에는 오산천에 사는 동식물이 식물 136종, 조류 16종, 어류 7종, 저서생물 13종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는 식물이 버드나무, 키버들, 찔레나무 등 241종으로 77% 늘었고, 조류는 천연기념물인 원앙, 황조롱이, 새매(멸종위기종 2급) 등이 출현하며 56종으로 무려 250% 증가했다. 생태계 보전을 위해 저수로에 물억새를 심어 사람의 접근성을 차단한 효과이기도 하다.

오산 유엔 기념관 앞 정원
오산시에는 마을정원, 게릴라정원, 환경정원 등 다양한 형식의 정원 22곳이 있다. 오산 유엔 기념관 앞 정원. /오산시 제공

■ 어디에나 있는 정원


오산천을 산책하다 보면 이따금 정원을 마주치게 된다. 청학동에 조성한 장미정원은 5월마다 벌과 나비, 사람들을 유혹한다. 야생장미 및 하이브리드티 계열 등 총 35종의 장미 1천8그루가 식재돼 있다. 시민들이 손을 보태 심고 가꾸는 작은 정원도 100여 개소가 조성됐다.

오산시가 2018년부터 '오산천 작은 정원 조성사업'을 진행한 결과다. 오산천뿐 아니라 오산 시내 곳곳에 정원 문화가 스며들고 있다.

오산시에는 마을정원, 게릴라정원, 환경정원 등 다양한 형식의 정원 22곳이 있다. 정원이라고 해서 거창한 무언가를 만든 것이 아니다. 쓰레기가 쌓여있는 골목길 귀퉁이에 화분을 놓고, 버려진 작은 땅에 꽃을 심는 데서 정원이 탄생한다.

환경을 정비하고 가꾸는 마음이 자라게 하는 것이 오산의 정원이다. 하천을 복원하는 것과 같이 도심 환경을 살리고 공동체를 돈독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 행정이었다.

정원 만들기에 동참한 시민 B씨는 "동네 사람들이 그 동네를 좋아해야 살기 좋은 동네가 되는 것 같다. 오산천과 곳곳의 공원들을 평소에는 심상하게 지나치지만 휴식과 힐링이 필요한 순간에 존재감을 발휘해 동네를 좋아하게 만들어 준다"고 말했다.

곽상욱 오산시장

■ [인터뷰] 곽상욱 오산시장

몸 담았던 오산시민연대 회복 계획
'녹색도시탐험대'로 지역탐방 이어


곽상욱 오산시장은 재임 기간인 12년 동안 오산의 가치를 높이는 일, 오산의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을 찾는데 천착했다.

고향이자 삶의 터전에 대한 애정때문이기도 했고 시장으로서의 절박감도 있었다.

그는 "민선 3·4기를 지나오면서 신뢰할 수 있는, 깨끗한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열망이 컸다. 시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시민들의 자존감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때에 시장이 됐다"며 "우리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 철저히 조사하는 데서 시작했다. 다른 곳을 흉내내지 않고 오산만의 전략을 마련했다"고 취임 초기의 상황을 설명했다.

곽 시장은 오산을 교육도시로 만들었다. 그는 "교육에 관해서는 시민성장이 곧 도시 발전이라고 믿었다"며 "내 믿음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매번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3선의 결과를 보고는 눈물이 났다. 시민의 위대한 힘을 느꼈고 정말 인정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교육과 더불어 곽 시장 3선 임기 동안의 성과로 손꼽히는 것은 '오산천'이다. 2010년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그는 오산천 생태복원사업을 시작했고, 전국적으로 손꼽히는 성공한 사업이라는 성과를 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곽 시장은 오산천을 제3호 '국가정원'으로 신청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이 또한 오산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고 믿고 있다. 현재 국가정원은 순천만 국가정원과 태화강 국가정원이 있다.

오는 30일 시장직을 마치는 그는 시장이 되기 전에 몸담았던 오산자치시민연대를 다시 회복할 계획이다. 조직의 명칭은 '녹색도시탐험대'로 바꾼다.

곽 시장은 "어깨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앞으로 시민의 한 사람으로 여행도 다니고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녹색도시탐험대에서 시민들과 지역의 중요한 의제에 대해 토론하고 지역을 탐방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할 것"이라며 "계속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산/김학석·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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