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포천시 내촌면의 안동김씨 익원공파 길안군 종중 묘역에서 16세기 중반 사대부 가문의 여성 복식이 출토됐다. 묘소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복식은 여성 예복인 원삼과 직금단저고리, 접음단치마, 너울 등이었다.
이 시대의 복식이 출토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특히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직금해치흉배가 확인되며 이번 출토복식은 사료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됐다.
무과 급제 김귀의 부인 '밀양 박씨' 추정
조선 관복 장식품, 남편 품계 따라 착용
단령형 원삼, 계절별 2점 한꺼번에 눈길
"당시 생활상 자료로 사료적 가치 중요"
직금해치흉배가 있는 단령형 원삼
이번에 출토된 복식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직금해치흉배'이다. 금실로 비단에 해치 무늬를 새겨넣은 것인데, 이 흉배는 목선이 둥근 형태인 단령형 원삼에서 발견됐다. 흉배는 조선시대 문무관리의 관복에 장식되던 사각형의 장식품이다. 문관이 학·공작 등 날짐승을 새겼고, 무관은 사자·기린·해치 등의 길짐승을 무늬로 넣었다. 이번에 발견된 흉배에는 발톱과 갈기, 꼬리 등의 모습을 통해 해치의 특징을 파악했다.
묘의 주인으로 추정되는 '밀양박씨'는 1543년 무과에 급제하고 상원군수를 지낸 김귀의 부인이다. 남편의 관직이나 품계에 따라 부인도 함께 무관 흉배 원삼을 착용한 것이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특별한 날에 입었던 이 원삼이 한꺼번에 2점이나 출토됐다는 점이다. 직금해치흉배가 있는 소매 짧은 단령형 원삼과 함께 나비·벌·연꽃무늬가 화려한 단령형 원삼이 나왔는데, 직물조직이 성근 망사 같아 더운 하절기에 입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계절별 옷이 같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을 가득 채운 복식의 정체
출토복식은 묘의 주인이 수의로 입은 것도 있지만, 관을 채우는 용도들도 있다. 관 속의 복식은 생전에 입었던 옷이나 주변 사람의 옷을 넣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발견된 원삼은 묘의 주인이 입고 있던 옷이었다. 매장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이번의 경우 동물성 섬유인 비단이 식물성 섬유인 삼베 등보다 오래 남아있었다.
전익환 경기도박물관 학예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묘에 복식이 꽤 많이 들어간다. 삼베도 있었을 거라 추정은 되는데 흔적만 남은 상태였다"며 "최근 출토된 복식 중에는 한 가지 옷이 20벌이나 나온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 학예사는 "초창기에는 이러한 목이 둥근 단령형 원삼이 관복처럼 보여 남편이나 아버지의 화려한 옷을 수의로 입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이후 이러한 양식이 다른 무덤에서도 나오면서 여성들도 단령형 복식을 입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짧은 소매의 원삼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혼례의 긴 소매 원삼 이전의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보존처리 후 공개되는 출토복식
이와 함께 이번에 출토된 너울은 얇은 천이 날리는 모습이 물결 모양을 닮은 조선시대 여성의 쓰개류의 일종이다. 조선 초기에는 궁중과 양반계급의 여성들이 말을 타고 외출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현재까지 출토된 너울은 모두 5점에 불과해 이 또한 희소성이 높은 유물이라는 것이 경기도박물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출토된 복식들은 어떻게 만나볼 수 있을까.
보통 출토복식은 물에 젖어 있는 상태로 발견된다. 젖은 상태의 직물은 굉장히 약해서 그늘진 곳에서 우선 잘 말려야 한다. 말린 복식은 훈증처리를 하고 상황에 따라 건식과 습식 세척을 한 뒤 형태를 잡는다. 일부 찢어지거나 탈락된 부분은 보수하고, 학술조사를 거쳐 일반인에게 공개되는 과정을 거친다.
전 학예사는 이번 출토복식과 관련해 "해치흉배가 있는 원삼은 국내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것으로 밝혀져 중요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며 "16세기 중반의 사대부 여성이 어떤 옷을 입었는지 생활상을 파악하는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