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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선수'의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는 박다윤은 후배 선수들에게 "운동과 함께 공부를 병행하면 선택지가 많아진다"고 조언했다. /인스타그램 garagelife85 제공

올해 상반기 국내 육상계엔 눈길 끄는 이슈들이 제법 있었다.

우리나라 육상 단거리의 간판 김국영은 최근 일본 돗토리현에 위치한 야마타 스포츠 파크에서 열린 '일본 그랑프리(GP) 시리즈 후세 스프린트 2022' 남자 100m 예선에서 5년 전 자신이 세운 한국신기록(10초07)에 근접한 10초09를 기록했다. 31세의 스프린터 김국영이 우리나라 100m 2위의 기록이자 올 시즌 가장 좋은 기록을 내며 한국 단거리의 자존심을 지킨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엔 높이뛰기의 우상혁이 2022 세계 실내육상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2m3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에 올랐던 우상혁은 이 대회에서 2m36㎝를 뛰어넘으며 새로운 한국 기록과 함께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우상혁 이전 마라톤을 제외한 올림픽 육상(트랙과 필드 합쳐서)에서 우리나라의 최고 성적은 8위였다. 

 

인천체고 수석 입학… 전국체전 400m동메달 따고 상비군 후보로 선발
훈련 끝나면 자정 넘는 시간까지 '대학 수능 준비' 3년간 내신 1등급 유지
중간고사로 개인 최고기록에 2초 이상 뒤졌지만… 10월 대회 '힘차게 출발'


이들만큼은 아닐지라도, 서울대 22학번 박다윤의 전국 대회 금메달 또한 국내 체육계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다. 체육계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반에 '공부하는 학생 선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인천체육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박다윤은 지난 4월 대구에서 열린 제51회 종별육상선수권대회 여대부 2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한 달 후 전북 익산에서 열린 제77회 전국대학육상선수권대회 200m에서도 가장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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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합격증을 꺼내 보이고 있는 박다윤. /박다윤 제공

체육특기자 대입전형을 실시하지 않는 서울대의 특성상 서울대 운동부원들은 전문선수가 아닌 동호인에 가깝다. 때문에 박다윤이 전국대회에서 당당히 정상에 오르는 모습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연이은 대회 참가 이후 첫 기말고사까지 잘 마무리한 박다윤과 인터뷰했다. 지난해 8월 '경인 체육 유망주-The 챌린저'(2021년 8월20일자 12면 보도) 이후 10개월 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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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신입생으로서 첫 학기를 마무리한 소감을 묻자 그는 "대학 진학 후 '잘해낼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열심히 공부하다 보니 성적도 잘 나올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운동과 관련해선 기록도 작년보다 많이 뒤처졌고, 그렇게 대단한 일을 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이렇게 많은 응원과 함께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심이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다윤은 인천 당산초 4학년 때 선생님의 권유로 육상을 시작했다. 인천 가좌여중 3학년이던 2018년 전국중고등학교선수권대회 200m와 1천600m 계주에서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으며, 그해 전국소년체육대회 4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유망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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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체고 시절 여고부 400m 랭킹 1위를 기록하며 대주로 떠오른 박다윤. /인천체고 제공

인천체고에 수석으로 입학한 박다윤은 고교 1학년 때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4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국가대표 상비군 후보 선수로 선발됐다.

그러나 이내 시련이 닥쳤다. 동계훈련 중 고관절과 허벅지 근육 파열 등의 부상을 당하면서 2020년 대회에 출전을 못 하게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그해 코로나19로 인해 상반기 전국대회들이 취소되면서 재활하고 회복할 기회가 생겼다.

재활에 성공하고 마음도 다잡은 박다윤은 2021년 6월에 열린 제49회 KBS배 대회 400m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56초51)을 수립하며 1위에 올랐다. 그해 여고 400m에서 가장 빠른 기록을 세운 박다윤은 이어진 제102회 전국체전 육상 여고부 400m에서 56초11로 자신의 기록을 더 단축했다. 그는 1천600m 계주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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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체전 계주 마지막 주자로 금메달 획득하는 장면. /대한육상연맹 제공

박다윤과 고교 시절, 대학 첫 학기를 돌아봤다. 그는 고교 시기에 새벽과 오후로 나눠 훈련했다. 새벽에는 조깅과 보강운동, 오후에는 거리주 훈련 등으로 나눠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낮엔 수업을 듣고, 모든 훈련이 끝난 후에는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책과 씨름하며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했다.

박다윤은 고교 3년간 내신 1등급을 유지했으며 운동에서도 국내 최고임을 입증했다.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으로 수시전형 합격조건을 충족한 그는 지난 연말 서울대 합격증을 받았다.

"고교 시기엔 운동하고 공부만 하는 게 늘 불만이자 힘든 일이었어요. 돌아보면 그 덕에 지금의 제가 있는 거지만요. 또한, 부상을 달고 살았는데, 고교 2학년 때 고관절 부상이 왔을 땐 이렇게 아프고 힘들 바엔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부상을 딛고서 고3 때 출전한 대회에서 우승하고 최고 기록을 세울 땐 매우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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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으로 맞이한 새 학기엔 친구들을 사귀고, 학교 공부에 적응하느라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단다.

"3월엔 수업 후에 있는 주 2회의 육상부 훈련만 소화했어요. 4월 들어서 종별선수권대회를 대비해 운동 시간을 늘렸습니다. 육상부원들과 함께 훈련하고, 혼자 더 많이 뛰면서 강도를 높였어요. 육상부 훈련이 없는 날엔 2~3시간씩 근력 훈련과 함께 운동장에서 개인 훈련을 했습니다."

박다윤은 중간고사를 치르느라 다소 준비가 소홀했던 종별선수권대회 때 주종목인 400m에 출전하지 않았다. 전국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선 400m에 출전해 58초78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했다. 고교 시절 자신의 최고 기록보다 2초 이상 뒤졌다.

"체고 재학 중엔 코치 선생님께서 운동 계획을 짜주시고 기록과 자세를 봐주시며 지적해 주셔서 그에 맞춰서 운동할 수 있었는데, 이제 저 혼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많이 힘이 들었어요. 또한, 성장하는 느낌을 받지 못하다 보니 의지가 약해지는 것도 고민이었습니다."

박다윤은 1학기 때 나타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이번 여름방학 동안 모교인 인천체고에서 훈련할 예정이다. 방학 기간에 훈련 감각을 키워서 2학기 땐 스스로 훈련 계획을 세우고, 일정한 패턴의 훈련 루틴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지난 학기에 부족했던 훈련량을 고교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라도 늘려갈 계획이에요. 혼자 운동하는 것에도 적응해서 혼자서도 질 높은 훈련을 하기 위해 많이 배우고 이행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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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 인천체고에서 개인 훈련 중인 박다윤. /박다윤 제공

장차 체육 분야 교수를 꿈꾸는 박다윤은 앞으로 공부와 운동 모두 더 욕심을 낼 것이라고 했다.

"교수란 한 분야에서 최고의 지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4년 동안 대학에서 흥미가 생기는 분야, 제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내서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싶어요. 운동에서도 좀 더 욕심을 내서 작년에 세웠던 저의 최고 기록을 깨보겠습니다."

박다윤은 끝으로 "훈련량도 늘려가며 열심히 할 테니, 오는 10월 전국체전까지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공부하는 선수'의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글/김영준기자 ky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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