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포동 일대는 '망포'라고 지명이 결정되기 전 '방죽머리'로도 불렸다. 망포라는 이름이 정착한 건 분당선 정차역 이름이 망포로 결정되면서다.
과거 인근 원천리천이 자주 범람하며 이곳에 방파제를 쌓은데서 방죽이라는 지명이 유래했다. 방죽 위에서 그물을 던져 물고기를 잡았다는데서 그물 '망'자에 물가라는 의미의 '포'를 써 망포(網浦)라는 이름이 나왔다.
이곳 망포음식문화특화거리는 망포역 북측 출구 쪽 400m 가량 음식점과 카페들이 밀집한 골목이다. 인근 영통역 번화가가 대학과 어우러져 젊은 층이 주축을 이룬다면 망포역 번화가에는 주로 직장인과 주민들이 찾는다는 점이 다르다.
망포음식문화특화거리의 많은 음식점 중 기자가 2년 동안 망포역 인근에 거주하며 2차례 이상 복수로 방문했던 식당 중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추천할 만 곳, 아무리 맛있는 집이어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매장이라면 제외하고 선정한 7곳 음식점을 소개한다. 당연히 기자의 취향이 반영돼 있을 것이다.
평일 저녁에도 많은 사람들로 붐비며 흥성거리는 우리동네 '핫플' 망포 음식문화특화거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
구들짱황소곱창┃초벌로 구운 곱창 테이블 가득… 종업원 '불쇼' 재미난 볼거리도
시골애┃맵기 단계조절 가능한 낙지볶음 전문점… 노란 강황밥 기본 제공
유다┃일본 느낌 물씬 숯불꼬치구이 주점, 시원한 생맥주에 오코노미야키도 추천
치요 no2┃일식 대폿집, 꼬치·사시미회·차돌숙주볶음·나베 등 다양한 요리 준비
오공복이┃스테이크덮밥·대창덮밥 등 식사 가능… 저녁엔 '공복전골' 술안주로 제격
무빈와인┃맛 좋은 파스타·스튜에 와인 곁들여… 대중성 높은 '와인바' 인기
벌교추어탕┃가마솥밥에 다채로운 추어탕 메뉴… 매일 국내산으로 직접 끓여 제공
우선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음식문화특화거리 중앙에 자리 잡은 '구들짱 황소곱창'이다. 망포역 6번 출구로 나와 우체국을 지나 오른쪽으로 골목을 돌면 식당이 나온다. 원형 철제 테이블에 동그란 의자에 앉는 전형적인 곱창집이다.
소곱창을 전문으로 하는데 곱창, 막창, 대창과 염통구이가 함께 나오는 모듬구이를 추천한다. 주문하면 초벌로 구운 곱창을 소복이 쌓아 테이블 위에 올린다. 종업원이 기름을 살짝 부어주면 '불쇼'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지금 같은 여름철이면 야외 테이블까지 만석이 되기 일쑤다. 평일이든 주말이든 언제나 북적이는 식당으로 여럿이서 소주 한 잔 하기 좋은 식당이다.
구들짱황소곱창 옆에는 낙지볶음을 전문으로 하는 '시골애'가 있다.
이곳은 매콤한 낙지볶음에 간단히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노란 강황 밥이 기본으로 나오는데 원하는 맵기에 맞춰 낙지볶음을 주문할 수 있다. 삼겹살이나 중국음식과 같은 평범한 저녁 메뉴가 질렸다면 한 번쯤 가볼 만한 식당이다.
시골애에서 또 다시 걸음을 옮겨 150m 정도 이동하면 숯불꼬치구이 전문점 '유다'가 보인다. 외관부터 일본풍이 물씬 느껴지는 식당으로, 꼬치에 시원한 생맥주를 하기 좋다.
베이컨, 매운삼겹살, 팽이버섯삼겹말이, 매운닭날개 등 다양한 꼬치와 함께 일본식 부침개인 오코노미야키도 추천할 만하다. 처음 방문해 주문이 힘들다면 주인장이 선별한 '모듬꼬치'를 시키면 된다.
다시 망포음식문화거리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면 2층에 자리잡은 이자카야 '치요 no2'가 보인다. 치요는 음식문화거리의 많은 식당 중에서도 특히 추천할 만한 곳이다. 일본식 대폿집인 이자카야이기 때문에 그냥 식사만 하기엔 추천하지 않고 술을 곁들인 식사에 추천한다.
치요는 유다처럼 숯불꼬치인 '야키토리'를 제공할 뿐 아니라 사시미, 차돌박이 숙주볶음과 같은 일반 요리, 스키야키와 나베 등 다양한 일본식 요리를 망라한다. 큰 식당은 아니지만 홀 뿐 아니라 간살 파티션으로 구분한 룸도 준비돼 있어 음식문화거리에서 손꼽히는 소개팅 장소다.
여러 요리를 추천할 수 있는데 후쿠오카에서 먹어봤던 대창국물요리인 모츠나베가 그립다면 '마라모츠나베'를 시켜도 좋고, 호불호가 없는 차돌박이숙주볶음·스키야키, 꼬치 중엔 닭껍질과 연통꼬치를 추천할 만 하다.
치요의 모든 요리엔 가격에 부담이 없는 쇼치쿠바이나 하나야구준마이와 같은 사케가 어울린다. 물론 2층 창문을 열고 창가 자리에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도 좋다.
치요 바로 옆에 '오공복이' 식당이 있다. 오공복이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식당이긴 하지만 대기업 프랜차이즈는 아니고 자주 접하는 프랜차이즈도 아니다. 낮에는 식사, 밤에는 술 안주 메뉴를 선보인다. 식당 가운데 서빙 테이블이 있고 가운데가 뻥 뚫린 테이블에 손님이 빙 둘러앉는 구조다.
이곳에선 연인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식당 구조도 구조거니와 규모가 크지 않아 옆에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웬만한 친밀감이 아니라면 이런 구조 식당에서는 편안하게 식사를 하기가 힘들다. 낮엔 스테이크덮밥이나 대창덮밥인 호르몬동, 차돌박이덮밥 등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준비한다.
저녁 메뉴론 대창과 닭고기를 넣은 '공복전골'을 추천한다. 건더기 고기를 다 건져 먹고 술 안주로 홀짝홀짝 국물도 마실 수 있어 한 가지 메뉴로 식사와 안주를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무빈와인'은 아마 음식문화특화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일 '땡이네소곱창' 근처 2층에 있다. 파스타와 스튜를 먹을 수 있는 좋은 식당이지만 무엇보다 상호에서 보듯 와인이 특장점이다.
삼겹살에 소주, 치킨에 맥주 조합에 지친 사람이라면 정갈한 음식과 함께 와인을 한 잔 하는 것도 추천한다. 무빈와인은 그런 욕구를 가진 손님들을 만족 시킬 수 있는 전문적인 와인바다.
와인 전문점이지만 대중적인 식사를 제공하기에 더 정확히는 '비스트로'(bistro)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상권과 주요 소비층을 생각했을 때 이곳에서 고가 와인을 중심으로 판매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무빈와인은 좋은 와인과 대중성의 접점을 찾아 질 높은 와인 문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음식문화거리의 새로운 식당이다.
마지막 소개할 식당은 음식문화거리 초입에 자리 잡은 '벌교추어탕'이다. 벌교추어탕은 상호는 전남 지명에서 따왔는데 본점은 안산에 있다. 가마솥 밥이 기본인데 일반 추어탕, 우렁추어탕, 죽순추어탕 등 모든 종류의 추어탕을 추천한다. 매일 국내산 미꾸라지로 직접 끓이고 직접 만든 다양한 반찬은 식욕을 돋운다.
기름기 많은 튀긴 음식에 질렸을 때, 속이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당길 때 찾아가길 추천한다.
망포음식문화특화거리의 소비층 중 하나는 인근 삼성전자 직원들이다. 평일 저녁이면 부서별로, 친한 직원끼리 삼삼오오 모여 식사하는 삼성전자 직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영통 주민들도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곳을 찾아와 밥을 먹으며,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기자가 망포역 인근에 살았던 지난 2년 동안 음식문화특화거리는 여느 음식점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초만 해도 사람들로 붐비던 거리엔 정적만 감돌 때가 많았고,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좋은 식당들이 영업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코로나19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나 싶었더니 물가 상승이라는 높은 산이 찾아왔다. 식재료 값은 물론이고 임대료도 상승하는데 음식 값을 올렸다가는 또 손님이 끊길지 모른다.
망포음식문화거리는 인계동 번화가도 아니고 이태원이나 강남도 아니다. 테이블도 많아야 10개 남짓 두고, 그저 소박하게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모인 장소다.
부담 없이 좋은 사람들과 식사를 할 수 있는 장소, 우리동네 핫플 망포음식문화거리를 방문해 보시길 다시 한 번 추천한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