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밤 11시30분쯤 잠들었는데 두 시간 만에 깬 뒤 새벽 3~4시까지 뒤척이느라 제대로 잠을 청하지 못했다고 했다. 비단 어젯밤만의 일은 아닌 듯 보였다.
이 시장은 "낮에는 일정에 쫓기다 보면 생각을 정리할 틈이 없는데, 밤에 잠을 자려고 누우면 그때부터 수많은 생각들이 밀려온다"며 "용인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거의 매일 잠을 못 잔다"고 털어놨다.
그의 머릿속은 앞으로 4년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당선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었다. 110만 인구의 특례시로 우뚝 성장한 용인시를 이끌어야 한다는 중압감은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이 시장은 "당선 이후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다. 선거운동 기간 못지 않은 바쁜 일상을 보냈다"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기 때문에 믿고 지지해 준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욕심은 인수위 활동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기본 4개 분과와 관내 현안을 중심으로 6개 TF 추진단을 꾸렸고, 특히 현장방문에 집중하며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 시장은 "모든 행정은 현장에서 출발한다. 책상에 앉아서 규정만 운운하는 탁상행정 대신 현장 확인 행정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업무 담당자가 그 동네에 사는 주민이라는 생각으로 시민 입장에서 행정을 펼쳐야 한다. 그게 곧 퍼블릭 서비스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현장 확인과 함께 그가 강조하는 부분은 적극성이다. 안이하고 타성에 젖은 소극 행정만큼은 철저히 지양하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인수위 활동 기간에 수년째 진입도로 개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삼가2지구 현장을 비롯해 민원이 집중되고 있는 죽전데이터센터, 이영미술관 등의 현장을 직접 찾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 시장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는 것 하나 없이 허송세월을 보내선 안 된다"며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도 해결을 하기 위해선 우선 하나씩 매듭을 풀어가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직접 찾기도 했다. 당시 이 시장은 이진복 정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 한오섭 국정상황실장 등을 만나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착공 준비 상황을 설명하고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한 정부의 협조와 지원을 요청했다. 이달 14일 예정된 반도체 산단 착공식 현장에 윤석열 대통령의 참석을 이끌어 내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었다.
이 시장은 "윤 대통령도 앞서 반도체 산업이 국가전략사업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고 육성 의지도 강한 만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착공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봤을 때도 큰 의미를 지닌 일"이라며 "착공식에 꼭 대통령을 초청해 용인이 세계적 반도체 도시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 집적화·소부장 기업 육성 등 발전전략 1호 결재
교통 인프라 확충·AI 고교·대학 학과 신설 인재양성도 지원
시민 입장서 생각하며 안이하고 소극적인 행정 철저히 배제
"겸손함 잃지 않고 유혹 거리두고 일로만 평가받는 시장될 것"
이 시장은 용인을 반도체 특화도시로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지난 1일 취임 첫날 첫 결재로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 추진 전략'에 사인했다. 여기에는 반도체 기업 집적화를 위한 기반 여건 조성을 비롯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강화 방안 등 반도체 산업의 발전 전략 내용이 담겼다. 상징적 의미가 있는 1호 결재를 반도체로 택하며 육성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시장은 "원삼에 반도체 클러스터가 조성돼 SK하이닉스와 소부장 기업들이 들어서면, 기흥의 삼성전자반도체공장과 연구소, 이동의 용인테크노밸리 지식산업센터 등과 이어지는 완벽한 반도체 벨트가 형성된다"며 "여기에 국지도 57호선 확장과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 등 교통 인프라 확충, 반도체·AI 고교와 대학 반도체학과 신설을 통한 인재 양성 지원까지 뒤따른다면 용인은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과학 기술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과 일자리를 갖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건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위대한 변화에 시동을 걸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언론인 출신의 이 시장은 정치부 기자로 청와대와 국회, 외교부 등을 출입하며 많은 인맥을 쌓았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에도 당시 주미한국대사였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인연을 맺은 바 있으며, 2012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정치권에 뛰어든 이후에도 중앙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꾸준히 네트워크를 다져왔다.
후보 시절부터 가장 내세웠던 장점도 이런 부분이었다. 이 시장은 자신의 주 무기인 강력한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용인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 시장은 "중앙부처와 정치권에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있다는 건 단순한 예산 확보 차원을 넘어 지역 발전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된다"며 "캠프 시절 몸담았던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중앙부처 요직에도 많은 이들이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여건은 좋다. 내가 가진 모든 네트워크를 활용해 용인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도 겸손함과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 시장은 "과거 국회의원 시절 국회의원답지 않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어깨에 힘을 안 주고 다녔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며 "지금 생각해보면 최고의 칭찬이었던 것 같다. 시장으로서도 마찬가지로 시민 앞에 겸손함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기자에서 대변인으로 '글'에서 '말'로 이어진 그의 인생 여정은 이제 행정가로서 '일'로 점철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앞서 2020년에 발간된 자신의 저서를 통해 '권력이 휴브리스(오만)의 함정에 빠지면 실패한다'고 했으며, '소성고처원성고(笑聲高處怨聲高)'를 언급하며 권력의 웃음소리가 높은 곳에 원성도 높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전직 시장들의 불명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권력의 유혹에 거리를 두고 오로지 일로만 평가를 받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이 시장은 "그저 열심히 일할 것이다. 용인을 위해서"라고 힘줘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약력
▲서울대 무역학과 졸업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정치부장·논설위원
▲제19대 국회의원
▲새누리당 대변인·원내부대표
▲제20대 대선 윤석열 후보 국민캠프 공보실장·후보실 상근보좌역
▲단국대학교 보건복지대학 석좌교수
▲국민의힘 용인시병 당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