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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 이후 분당 수내동 황새울교 인근 백현보 철거 자리에 형성된 모래톱. 빌딩들과 어우러져 수도권 도심 하천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2022.7.5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지난달 말 집중호우 이후 분당 탄천에 수도권 도심 하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당 규모의 모래톱이 형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백현보 철거와 맞물려 형성된 이 모래톱은 탄천의 생태계 회복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반면 둔치에 대규모로 조성한 인공 정원은 침수로 황폐화돼 이번 호우가 자연 생태하천을 지향하는 탄천 관리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래톱은 지난달 28~30일 사이 성남지역에 300여㎜의 집중호우가 내린 이후 분당 수내동 황새울교 인근에 형성됐다. 모래톱 자리는 원래 분당 신도시 개발 이전에 농업용수 사용을 위해 건설된 높이 2.75m의 백현보가 있던 곳이다. 백현보는 지난 2월 환경부 수생태계 연속성 회복사업의 일환으로 철거됐다.

백현보 철거와 맞물려 형성된 모래톱은 인근 빌딩들과 어우러져 수도권 도심 하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수내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64)은 "집중 호우 이후 자고 일어나보니 모래톱이 있었다"며 "보고 있으면 어릴 때 놀던 고향 하천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수내동 황새울교 인근 상당 규모
집중호우·백현보 철거 맞물려 형성
탄천 생태계 회복 지표
10억 투입 둔치 인공정원과 비교돼
모래톱은 특히 생태계 회복이나 생명다양성 차원에서 의미기 적지 않다. 환경전문가들은 모래톱의 생태가치로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강의 자정작용을 높여주는 수질정화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다양한 생물 서식처로서의 기능이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안숙희 국장은 "모래톱은 다양한 서식 환경을 만들고 수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을 높이고 고유종과 멸종위기종이 유지되는 필수조건이 된다. 백현보 자리의 모래톱이 탄천 자연성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성남시가 탄천을 자연적인 생태하천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모래톱에 대해 민관이 함께하는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이번 집중호우는 경기도의회 A 의원이 경기도 특별조정교부금 10억원으로 정자동 신기초등학교 인근 탄천 둔치에 조성한 인공정원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냈다. 이 인공정원은 집중호우로 둔치에 물이 차면서 심하게 훼손됐다. 지난 4일 조성 업체가 응급 복구에 나섰지만 10억원이 투입된 정원이라기보다는 일반 풀밭에 가까운 수준으로 남아있다. 이 인공정원의 관리·운영 주체는 성남시로 향후 계절 변화 등에 맞춰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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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여원이 투입돼 정자동 신기초등학교 인근 탄천 둔치에 조성된 인공정원. 이번 집중호우로 둔치에 물이 차면서 훼손돼 인공시설의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2022.7.5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한 주민은 "해당 정원은 만들 때부터 말들이 있었다. 비가 많이 올 때 침수를 대비하는 공간인 둔치에 인위적인 정원을 굳이 만들어야 하느냐 하는 것이었다"며 "집중호우에 어김없이 파손됐다. 예산낭비가 아니고 뭐냐"고 되물었다.

성남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모래톱과 인공정원은 탄천 관리 방향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인위적으로 조성한 시설은 기후 위기로 잦아진 홍수 대응에 역행할 뿐 아니라 사후관리에도 막대한 비용을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