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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 '한지로움' 원장이 한지로 만든 야생화 작품 앞에 서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m.com

자주달개비, 백양꽃, 섬노루귀, 기생꽃… 생소한 이름이지만 들판 어디선가 좋은 내음을 한껏 뿜어낼 것 같은 이 꽃들은 바로 야생화이다. 얼핏 보면 모양도 색깔도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자의 아름다움으로 무장하고 그 매력을 뽐낸다.

140여종의 야생화가 한지로 피어있는 곳, 수원 장안동에 자리한 공방 '한지로움'에는 권영은 원장이 만들어낸 자연이 펼쳐져 있다. 한지로 만들었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으면 진짜 꽃인가 싶어 슬쩍 손끝으로 만져보게 된다.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꽃 한 송이 한 송이에 정성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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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 원장이 한지로 만든 야생화 작품 /구민주 기자 kumj@kyeongim.com

"야생화는 예뻐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죠. 꺾어오면 시들어 버리고, 계절과 장소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종류도 한정돼 있어요."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작은 꽃. 자세히 관찰할수록 예뻤던 야생화를 한지로 만들어 놓으니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질감을 가진 하나의 작품으로 곁에 두고 볼 수 있어 좋았다는 것이 권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환경이 오염되며 점차 희귀해져 가는 종의 경우 종이꽃으로나마 남길 수 있어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예뻐서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들꽃
종이꽃으로나마 남겨 남다른 의미
환경과 자연 생각해보는 기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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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 원장이 한지로 만든 야생화 작품. /구민주 기자 kumj@kyeongim.com

한지로 만들어졌지만 그 세밀함과 정교함은 놀라울 정도이다. 도드라진 특징을 가진 꽃이 있는 반면 씀바귀나 고들빼기처럼 생김새가 닮은 꽃들도 있다. 그런 꽃들은 잎의 모양이 다르게 생겨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만든다.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꽃잎의 색깔과 꽃맥이에요. 꽃마다 색깔이 조금씩 달라 세밀하게 칠을 하죠. 작은 꽃의 경우 수술의 개수까지 맞추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실제로 보고 만든 것들도 있지만 좀처럼 보기 어려운 꽃들은 전문서적과 사진을 참고해서 만든다. 그럴 때면 전문가를 찾아가 제대로 작품이 만들어졌는지 검수를 받고 필요한 조언을 얻기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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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은 원장이 한지로 만든 야생화 작품들 /구민주 기자 kumj@kyeongim.com

권 원장은 이미 '무궁화'로 활발한 활동을 하며 종이꽃 예술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무궁화전시박물관 내 200여 종의 실물 크기 무궁화도 권 원장과 그의 어머니, 팀원들이 함께 만들어 냈다.

이밖에 국내외 다양한 장소에서 한지로 만들어진 무궁화 작품을 선보여 온 권 원장은 흔하지는 않지만 나름의 의미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야생화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지로움'에는 단계별로 여러 종류의 야생화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올해 권 원장은 지화명인 인증을 받았다. 그간의 활동과 노력이 인정을 받은 만큼 어깨가 좀 더 무거워진 셈이다. 

"종이꽃을 만드는 한지공예 활동을 활성화 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또 많은 분이 한지 야생화를 보면서 환경과 자연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