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F*로 정체화한 뒤 꾸준히 퀴어 인권을 위해 목소리를 내온 류세아 정의당 경기도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은 경기도에도 퀴어가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류 위원장은 "퀴어문화축제도 서울에서 활발하게 하고 있다. 아무래도 퀴어는 서울로 가는 경향이 많다. 경기도는 퀴어와 관련해서는 구심점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퀴어 청년들 역시 비슷한 문제의식을 토로했다.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 퀴어동아리 '아쿠아' 회장 B씨는 "퀴어관련 행사라든가 모임이 거의 서울에 집중돼 있다"면서 20대 퀴어에게 사실상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퀴어동아리도 "서울에 비하면 많지 않다"고 털어놨다.
도내 대학 퀴어 동아리 소멸 '씁쓸'
위태롭게 명맥을 이어온 퀴어 동아리는 설 자리마저 잃고 있다. 도내 대학교 중 퀴어 동아리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그 수가 적다. B씨는 "물론 코로나19를 지나면서 위기를 겪은 건 퀴어 동아리뿐만은 아니다"면서도 "퀴어 동아리 소멸은 그 자체로 퀴어 커뮤니티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별히 더 문제가 된다"고 이야기했다.
"2020년부터 동아리 임원진을 맡으며 함께 교류하던 단체들이 하나둘씩 사려지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만큼 각 학교의 퀴어 커뮤니티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씁쓸했죠."
이들 동아리 중 학교 지원을 받는 중앙동아리로 승격된 사례는 없다. 보통 비퀴어인 임원진들의 동의를 얻어야만 승격이 가능한데, 사실상 그들의 호불호에 따라 승격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서울에 거주하다 타 지역으로 이동한 퀴어는 문화소외현상에 대한 체감도가 더욱 높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캠퍼스 외행성 회장 예림(활동명·21)씨는 "(용인에 있는) 학교 근처에서 잠시 자취를 한 적이 있다. 그 시기에는 동아리 활동에 거의 참여를 못했다"고 회상하며 아쉬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퀴어 인권 활동이나 세미나는 주로 서울에서 열리는 추세다. 퀴어 문학을 읽고 소감을 공유하는 대표적인 퀴어 모임인 '무지개 책갈피' 대면 행사도 매번 서울에서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이 모임에 참석 예정인 B씨는 "세미나에 가기 위해 '당연히' 서울로 간다. 무지개 책갈피 같은 단체가 경기도에도 많이 생기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프렌들리' 병원 경기 남부 1곳뿐
성인이 아니거나 대학교에 다니지 않는 퀴어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모임을 찾는 게 더욱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구심점이 될 만한 오프라인 커뮤니티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쉼터와 상담을 제공해주는 단체 '띵동(청소년 성소수자 위기 지원센터)'이 있지만 비(非)서울 거주자는 이용하기가 불편하다.
고등학생 때 서울에 거주했던 예림씨는 "띵동에서 활동하며 또래 퀴어 친구도 만나는 등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에 살지 않던 B씨는 "고등학생 때 '띵동'에서 활동해보고 싶었는데 못했다"며 서운함을 드러냈다.
성소수자 의료와 관련한 문제는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이른바 '퀴어 프렌들리' 병원이 서울에 하나둘씩 생기고 있지만, 경기 남부권에는 지난해에 겨우 한 곳 생겼다. 퀴어 프렌들리 병원은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류 위원장은 "안타까웠던 게 경기도에는 성소수자 친화적 의료기관이 없었다. 그나마 비교적 최근에 하나 생겼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는 성 정체성과 더불어 추후 수술을 하는 경우에도 고민을 거듭해야 하는 등 이중고를 겪는다는 게 류 위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보건소 말고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무료 익명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아이샵(iSHAP·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라는 단체인데, 이곳도 서울에 있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공공의료에서 지역 격차 문제도 지적했다.
/신지영·이시은·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 MTF: 'Male to Female' 생물학적 성별은 남성이나 성 정체성은 여성인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