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프로축구 K3 시흥시민축구단의 질주가 거침없다. 지난해 K4 리그 막판 11연승의 놀라운 기록으로 준우승을 달성, 자력 승격을 이룬 시흥은 상위 레벨리그 K3에서 20라운드를 치른 가운데 1위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시흥이 '원팀'으로 똘똘 뭉쳐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심엔 박승수 시흥시민축구단 감독이 있다.
지난해부터 시흥을 이끌고 있는 박 감독은 22년 지도자 생활 가운데 20년가량을 '학원축구'로 일컫는 초·중·고·대학교에 몸담았다. 클럽 축구팀을 맡은 건 시흥이 처음이지만, 당시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터득한 노하우는 시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선수들 저마다의 목소리에 귀를 열어두며, 수평적인 자세를 행동으로 몸소 보여주려는 노력이 그렇다.
"선수들에게 기본적으로 감독은 어려운 위치일 수밖에 없다. 클럽에서 성인들을 대한다고 그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단점을 말하기보다는 장점을 먼저 칭찬하고, 요구 사항이 있으면 들으려고 애쓴다. 훈련 때 물도 챙겨주고, 슈팅 연습할 때면 골대 뒤에서 볼을 주워다 주는 '볼보이'를 직접 하는 것도 다 선수들과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학원축구서 터득한 소통 리더십
장점 칭찬하고 요구사항은 청취
선수들 믿음에 부응… 고른 활약
박 감독의 이런 소통 리더십 덕에 선수들은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K4에서 32골을 넣으며 득점왕을 따낸 데 이어, 올해도 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고 있는 이창훈이 대표적인 경우다.
박 감독은 선수 생활 동안 수비수와 공격수를 오가며 제 포지션을 찾지 못한 이창훈의 공격 재능을 굳게 믿고 자리를 맡겼다. 박 감독은 "수비로 쓰기엔 (이창훈의) 높이와 공격 재능이 탁월해 아까운 면이 있었다"며 "선수에게 믿음을 주며, 맡기니 얼마 지나지 않아 결과로 나타났다"고 했다.
박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는 건 이창훈만이 아니다.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고른 활약을 펼치며, 우승을 위한 일념 하나로 경기에 나서는 게 팀 상승세를 이끄는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창훈이 최근 4주 군사 훈련으로 팀을 비우자 팀에 새로 합류한 유동규가 한수원과 화성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팀의 '살림꾼'으로서 중원을 누비는 송민우와 윙포워드 정상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후반기에 접어든 K3 리그에서 1위를 달리는 시흥이지만, 우승을 점치기엔 아직 섣부르다. 선두 시흥(승점 37)을 2위 파주(승점 36)가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3위 창원(승점 34)과 4위 화성(승점 32)의 추격도 만만찮다. 시흥과 중위권인 8위 포천의 승점 차는 10에 불과할 정도로 리그 전망은 안갯속이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감독도 리그 우승을 위해 긴장을 한 치도 늦추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한두 게임에서만 미끄러져도 중위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며 "우승으로 목표를 세운 만큼 모든 경기를 결승전이라고 생각하고 선수들과 남은 경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