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배(56) 신김포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 사업단장은 김포금쌀의 특징과 역사, 재배환경 등을 몇 시간이고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다. 지난달 경인일보가 기획 보도한 '경기도의 힘 경기 쌀'과 '新팔도명물' 취재에서 그는 문서자료에 의지하지 않고 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술술 풀어냈다.
지난 1989년부터 농협의 거의 모든 분야에 근무해본 신 단장은 현재 신김포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재배지와 판매처의 중간에서 김포금쌀의 품질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책이다.
신 단장이 '쌀 박사'가 된 건 순전히 개인적인 노력에서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귀동냥에 귀동냥'으로 쌀을 공부해 지금에 이르렀다. 김포 양촌지역에서 나고 자라며 직접 농사를 짓기도 했는데, 좋은 쌀을 생산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보니 남들이 쉽게 지나칠 법한 것들도 귀담아들으며 자산으로 남겼다.
신 단장은 젊을 때 객지에서 갖은 고생을 한 이력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집안의 장남이었던 까닭에 고교 졸업 후 소위 3D 업종에 종사하며 가계를 책임졌다.
신 단장은 "어릴 때 힘으로는 당해낼 사람이 없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 막노동 현장에서 철근과 콘크리트 일을 했는데 그 일을 계속 할 수는 없었기에 겨울에는 기술학원을 다녔다"며 "고압가스와 위험물 취급 자격증 등을 딴 뒤 서울 곳곳에서 가스배달을 하면서 동네에 쌀집만 보이면 들어가 형님, 동생하며 친하게 지냈다"고 돌이켰다.
이어 그는 "하루는 쌀집 사장에게 왜 김포쌀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비싸서 안 들여놨다 하더라. 80㎏짜리가 그때 가격으로 이천쌀보다 5천원이나 비쌌다"며 "시장에서는 김포쌀을 알아줬는데 정작 김포 사람들은 여주·이천보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걸 모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고시히카리 개발 안학수 박사와 인연
벼 포기하면 담수기능 무너져 물 부족
쌀값 추락, 정부 정말 깊이 고민해야
신 단장은 지난 1989년 위험물취급소를 새로 운영하게 된 양촌농협(현 신김포농협으로 통합)에 입사했다. 이듬해 다시 시험을 치러 일반직으로 업무를 전환했고, 2012년 신김포농협 월곶지점 자재과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는 고시히카리 품종을 일본인들과 공동 개발한 곡물 연구 권위자 안학수 박사와 인연을 맺었다.
신 단장은 "박사님 말씀을 많이 새겨들었는데 RPC 단장으로 부임해 소식을 수소문했더니 돌아가셨다는 얘길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최근 끝없이 이어지는 쌀값 추락과 관련해 그는 "농업인들이 벼농사를 포기하고 밀이나 옥수수를 재배하게 되면 담수기능이 무너져 금방 물 부족 국가가 될 수 있다"며 "한 번 사막화가 되면 다시 녹지로 만들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예측할 수 없고 그 여파는 국내 전체 쌀 판매대금보다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순히 쌀이 안 팔려서가 아니라 쌀값 문제는 정부가 정말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