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역할을 잘할 수 있도록, 동네에서 차 한 잔 마신다는 생각으로
정말 편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지난 19일 오후 김포본동 행정복지센터에 모여든 주민 대표들 앞에서 김병수 김포시장은 "지역의 어른은 여러분입니다. 저는 여러분의 윗사람이 아닙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격의 없는 인사에 주민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긴장이 풀리자 한 주민은 테이블 위 다과를 가리키며 "이거 먹어도 되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취임식을 취소하고 폭우피해 점검으로 임기를 시작한 김병수 김포시장이 지난 18일 풍무동을 시작으로 관내 읍면동을 돌며 주민 대표들에게 취임인사를 하고 있다.
김병수 시장의 취임인사 시간 대부분은 주민들의 크고 작은 관심사로 채워진다. 김 시장은 방문지에 대한 개인적인 인연과 핵심 시정철학 등을 짧게 소개한 뒤 객석의 질의·건의에 성의껏 답하고 있다. 어조는 나긋하지만 구체적인 법령과 선례를 들어가며 견해를 밝히는데, 지역 방문이 거듭될수록 주민과 공직자 사이에는 '의외로 김포를 디테일하게 파악하고 있더라'는 후일담이 쌓인다. 모르는 사안에는 애써 즉답하지 않고 함께 고민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풍무동 시작으로 읍면동 돌며 '주민 대표' 만나
상설시장·5호선 연장 등 현장 건의사항 귀담아
대표적으로 김포본동에서 이러한 김병수식 소통이 주민 공감을 샀다. 5일장이 열리는 김포본동의 주민들은 상설시장 건립을 건의했다.
김병수 시장은 "상설시장이 성공하려면 기본적으로 근처에 사람이 많이 상주해야 하고, 사람이 없을 때도 유동인구가 많으면서 접근성도 좋아야 한다"며 "재래시장을 상설 현대화해 국내에서 제일 성공한 창원 상남시장을 가보면 상가들이 주위를 둘러싸 젊은 층 및 가족단위 유동인구가 많고 주차시설까지 잘 갖춰져 있다"고 주민들에게 설명했다.
김 시장은 이어 "하지만 그런 입지는 땅값이 비싸다. 아직 아이디어 차원이라는 전제하에 말씀드리자면, 누산리 공설운동장을 공연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도록 규모가 좀 작더라도 돔 형태로 신축하고, 거기에 환승주차장과 5호선도 들어가고, 이 운동장 주변에 상설시장을 위치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김병수 시장은 "5호선 김포 연장을 위해서는 '지자체 합의', '노선 합의', '경제적 타당성' 세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며 "서울과의 지자체 합의는 건설폐기물처리장이 서울 외부로 나갈 시 건폐장 업체의 이해타산으로 인해 폐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등 당장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라 문제 해결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노선 합의는 "애초 김포에서 검토한 여러 노선안 중 가장 경제성이 있는 게 '국자노선'으로, 인천과 김포의 합의가 문제 될 시 가장 경제성 있는 노선이 설득력을 얻을 것"이라 했고, 경제적 타당성은 "B/C값을 올리는 방법으로 역사 주변 도시개발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며, 시에서 현재 경제성을 올리기 위한 사업들이 추진 중이라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모든 선출직 공직자가 당의 공약사항인 5호선 김포 연장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다음 선거에 불출마하겠다는 배수의 진을 치고 반드시 해내겠다"고 약속하자 의도치 않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고촌읍 만남선 아라뱃길·대보천 설명 '디테일'
28일 '장기본동·하성면' 끝으로 대장정 마무리
"격식·권위 거둬… 자랑할 수 있는 도시 만들 것"
오는 28일 장기본동과 하성면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하는 김병수 시장은 "평생 공직에 몸담으며 지역 농민들의 더 나은 삶을 고민하셨던 아버지는 늘 '거리의 의사(醫師·조건을 따지지 말고 덕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가 되라고 가르치셨다"며 "격식과 권위를 거두고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면서, 김포시민들이 어딜 가도 자랑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