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승숙(62)씨의 달력은 봉사 일정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는 아파트 부녀회, 통장, 하트세이버, 시청민원봉사단, 오산시자율방재단 등에서 활동을 한다. 한 번 시작한 활동은 좀처럼 그만 두는 법이 없다보니 다양한 분야에서 매일 같이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문씨는 이렇게 바쁜 나날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봉사활동을 시작한 때는 지난 2006년이다. 뇌종양 진단을 받아 일을 쉬고 치료를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문씨는 "집에만 있으면 더 아프더라. 아이들도 어느 정도 컸고, 워낙 사회생활을 계속 했던 터라 지인의 소개로 오산에 있는 성심학교에서 복도 청소를 했다"며 "장애학생들이 있는 학교라 손 갈 일이 많았다. 내가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에 봉사를 계속할 마음을 먹었다"고 처음 봉사하던 날을 떠올렸다.
코시국에도 어디든 마다 않고 활동
감사의 마음 받을때의 기쁨 알게돼
아프다고 집에만 있으면 몰랐을 것
봉사를 일단 시작하니 물 만난 고기처럼 문씨는 봉사 현장을 누볐다. 코로나19로 봉사하러 가던 시설들이 문을 닫아걸었을 때도 문씨는 바빴다. 소독할 곳도 많고, 체온 측정할 사람도 필요하고, 백신 접종 안내도 해야 하던 때에 그는 어느 곳도 마다하지 않고 봉사를 했다.
문씨는 "나는 요만큼의 노력을 했는데 상대방은 내가 들인 노력보다 훨씬 크게 감사한 마음을 전해줄 때가 있다"며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고, 일하는 게 재밌다. 아프다고 집에만 있으면 알 수 없었을 세상이다. 아픈 덕에 봉사의 기쁨을 알고 제2의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봉사를 하던 문씨는 지난 2018년 오산시자원봉사센터가 선정한 제1호 오산시 올해의 봉사자가 됐다. 문씨는 "그 날 딸이 시상식에 왔다가 '사람들이 엄마 칭찬을 정말 많이 하더라'라는 말을 했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러 단체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으니 언제든 행동을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로도 그는 늘 웃는 얼굴로 시청에서는 민원인을 돕고, 학교나 자원봉사센터에서는 하트세이버로서 심폐소생술을 가르치고, 여름철이면 식당의 위생상태 점검을 보조하기도 하고, 동네에서는 유능하고 다정한 통장으로 지내고 있다.
문씨는 "올해 노인정 총무를 새로 맡았는데, 간혹 어르신들을 안아드리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왜 내 엄마를 생전에 이렇게 안아드리지 못했을까 후회가 되다가도 내가 안아드리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낀다"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봉사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오산/김학석·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