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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지엠과 협력업체 중심인 인천의 자동차산업도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춰 한국지엠이 전기차 생산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내연기관차 부품을 납품해온 중소기업들도 전기차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인천 자동차산업의 핵심인 한국지엠은 현재까지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을 상대로 주로 납품해온 협력업체들도 전기차 부품 생산 체제로의 전환에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불확실한 변화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국지엠 "전기차, 국내서 생산계획 없다"… 시대 흐름에 뒤처져
작년 세계 전기차시장서 부진·국내 생산·영업이익도 크게 하락
인천 부품업체 290곳 파악… 대부분 내연기관용, 전환 쉽지 않아
"개발·설비투자비 만만찮은데 원자재 가격까지 올라 여력 부족"
전문가들 "인프라 조건 충분… LG 청라 전장사업과 연계도 유리"
"정부·지자체가 지원… GM테크니컬센터와 시너지 내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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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경인일보DB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포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8.3%인 675만여대를 기록했다. 2012년 0.2%에 그쳤지만 최근 5년 동안 매년 1%p 이상 점유율을 늘리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을 토대로 2030년에는 30%를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는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중국으로, 올해 1분기 세계 전기차 판매량 중 유럽 10개국이 22.9%, 중국 19.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같은 기간 8.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의 친환경 차량 판매 기록을 보면 순수전기차(EV) 차량이 23만177대, 하이브리드(HEV)·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38만8천679대 등 총 61만8천856대가 팔려 국내에서 생산된 전체 자동차 대수 346만여대의 17.9%를 기록했다. 국내 자동차 판매 대수는 최근 들어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지만 친환경 차량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다.

인천의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시대의 흐름에 잘 올라탔을까. 현재까지는 뒤처져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천시가 추산하고 있는 한국지엠 협력업체 수는 2020년 기준 1차 협력업체 37곳 등 총 290개사로 파악된다. 대부분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한국지엠에 납품해오고 있다.

한국지엠의 최근 실적이 부진하면서 부품 주문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전기차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평산업단지에서 자동차 부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A씨는 "규모가 큰 일부 1차 협력업체들을 제외하면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기차 부품 생산을 위해 필요한 개발이나 설비투자도 비용이 만만찮은데 최근 들어 원자재 가격도 계속 올라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기업 간의 정보 공유가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지엠이 내연기관차 생산 종류를 2종으로 줄였고, 전기차 생산 계획도 지금까지는 없는 만큼 인천 부품 기업들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협력업체들은 내연기관차 부품 주문이 줄면서 매출도 줄고 있고, 선제적으로 전기차 부품을 먼저 생산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한국지엠 의존도가 높은 인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이 전기차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국지엠과의 협업 없이 자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부품 업체들의 전기차 부품 생산 기술을 도입할 수 있게끔 육성과 지원을 하면서, 한국지엠과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경인일보DB

한국지엠이 국내에서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제너럴모터스(GM)가 2020년 전기차 사업 확대 방안을 내놓고 2025년까지 30여 종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의 실적이 부진하다는 점이 첫 번째 이유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과 합작해 설립한 '상하이GM우링'을 제외한 나머지 GM 계열사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4만6천여대에 그쳤는데, 이는 현대기아자동차 그룹의 판매량인 22만7천여대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판매모델 중 20위권 안에 든 GM 모델이 없다는 점도 투자 대비 실적이 나오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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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한국지엠의 최근 3년간 생산증감률과 영업이익률이 크게 부진한 것도 전기차 생산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지엠의 2019~2021년 생산증감률은 -7.9%, -13.4%, -37.0%로, 국내 완성차 업체 5사 중 유일하게 3년 동안 계속해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3.9%, -3.7%, -5.4%를 기록하며 후퇴를 거듭하는 상황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조립공정이 단순하므로 생산 비용이 적게 드는 특징을 지닌다"며 "GM의 전기차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와중에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를 지닌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일지 GM 내부적으로 의문이 붙을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천 지역 자동차 업체들이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연기관차를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지엠과 부품 생산 업체들이 전기차 시대에도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이 있다는 점에서 전기차 생산 인프라 조건은 충분하고, LG전자가 인천 청라지역에 전기차 전자장비 사업을 펼치는 등 연계할 수 있는 조건도 좋은 편"이라며 "결국 한국지엠이 어느 시점에 부평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지 결단을 내리는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지엠의 실적은 부진하지만 GM테크니컬센터 코리아(GMTCK)의 연구개발 능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부품 업체들이 전기차 체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해 GMTCK의 연구개발 역량과 시너지를 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인천 자동차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