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 보다 우리나라의 성곽이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낮았어요. 우리 성곽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인정받아야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확률도 높아지는 거죠."
지난달 경기문화재연구원이 국제성곽위원회와 성곽유산 보존관리 협력 및 공동 학술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국제성곽위원회는 1989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성곽 및 요새, 군사시설 연구에 관심 있는 조직들에 의해 설립된 곳으로 독일·영국·프랑스·미국·오스트리아 등 국가별 군사연구학회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경기문화재연구원이 이곳으로 간 이유는 '북한산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연구원은 지난 2011년 북한산성문화사업팀을 만들고 경기도, 고양시와 함께 본격적으로 북한산성의 문화재 관리에 나섰다.
백성과 같이 피난 '여민동입' 의미 담겨
당시 역할 등 학술·고고학적 작업 필요
등산지로 유명했던 북한산성에 대한 학술조사와 발굴, 정비사업 등을 진행하며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북한산성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성곽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지훈(사진) 경기문화재연구원장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성곽유산의 보존관리와 학술연구의 많은 경험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과 경기도의 성곽 유산을 유럽의 전문가들에게 소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산성은 역사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운 의미 있는 군사시설이라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이유는 '여민동입(與民同入)'에 있다. 백성과 함께 산성에 간다는 것으로, 전란과 내란 등이 일어났을 때 왕만 대피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 피난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북한산성이 역사적·문화적으로 인정받는 세계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니고 있는가'를 입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조선 시대 옛 방어시스템에 대한 가치의 인과관계가 학술적으로 명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원장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산성에 대한 실질적인 학술작업뿐 아니라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고고학적인 작업이 필요하다"며 "이곳이 어떤 의미가 있고, 당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제성곽위와 '공동연구 협약'
서울 함께 '등재 잠정목록' 재신청 계획
현재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사업은 어디까지 왔을까. 북한산성은 2018년 잠정목록 등재신청에서 문화재청으로부터 가치가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북한산성의 축성 연원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도성 방어를 위해 축조된 성곽임을 고려해 서울 한양도성과 탕춘대성, 북한산성으로 이어지는 통합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서울시와 공동사무실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으로 힘을 합쳐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며, 다시 한 번 잠정목록 등재신청을 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9월 말에는 국제성곽위원회의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심포지엄도 개최해 국내외 안팎으로 북한산성의 가치를 탄탄하게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뿐 아니라 이를 보호·보존하고 세계에 널리 알리는 작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