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견된 참사였다. 지난 8일 밤 9시께부터 거세게 몰아친 비는 결국 한 달 만에 또다시 산을 무너뜨렸고, 밤새 뜬눈으로 불안에 떨었던 주민들은 '결국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방수포 임시처방 폭우에 속수무책
한달 전 참사 데자뷔, 예견된 피해
한 달여 전, 용인 수지구 고기동의 한 야산에서 폭우로 대량의 토사물이 주택가에 쏟아져 내렸을 때 인근 주민들은 당장 복구보다 재발로 인한 2차 피해를 더 우려(7월11일자 11면 보도="방수포 깐다고 흙 안내려오나"… 땜질식 처방 분통)하며 행정당국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당시 야산 중턱의 옹벽이 무너지다 만 상태로 남아있었기에, 또 폭우가 내릴 경우 토사물이 쓸려 내려오는 건 불 보듯 뻔해서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하소연에도 후속 조치는 미약했다. 항공마대에 흙을 채워 도로변에 낮게 담을 쌓고, 산 중턱의 쓸려 내려오다 만 흙 위에는 방수포를 덮어 놓는 등의 임시처방이 전부였다.
전날 오후 8시를 기해 용인 지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됐다.
시에 따르면 전날부터 9일 오전 7시까지 용인 전체 평균강우량은 234.58㎜를 기록했고 이 중에서도 고기동 일원은 합산 강우량이 310㎜에 달해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항공마대와 방수포는 폭우를 견뎌내지 못했다. 산에서 대량의 토사물이 또다시 빗물에 쓸려 내려와 주택가와 도로를 뒤덮었다. 도로의 아스팔트마저 토사물에 의해 갈라지고 뒤틀렸다.

"市, 부서별 책임만 떠넘기다 방치"
재발 방지 요구했던 시민들 '허탈'
주민들에겐 악몽과 같은 일이 데자뷔처럼 한 달 만에 반복됐다.
주민 A씨는 "이럴 줄 알았다. 뻔히 예상됐음에도 시에선 부서별로 책임 떠넘기기만 하다가 피해 상황을 방치했다"고 분개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 사고 이후로 해당 옹벽 인근 건축주에게 안전조치를 주문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