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 북변동의 작은 서점 '꿈틀책방'은 동네 사람들이 아끼는 문화공간이다.
기본은 책을 판매하는 곳이지만 책을 중심으로 모여든 주민들끼리 따뜻한 정서를 교감한다.
이숙희(44) 대표는 6년 전 자신의 생일에 꿈틀책방을 열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장판을 깔고 페인트를 칠하고 집에 있던 책꽂이와 테이블을 가져와 조그맣게 간판을 달았다.
당시 김포에는 동네책방이라는 게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책을 사려면 최소한 일산으로 나가야 했다.
그마저도 어린 자녀를 데리고 대형서점에 다니기가 버거웠던 그는 손수 책방을 운영해 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대표는 책방을 시작하기 전부터 책과 관련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었다.
자녀의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줬고,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이끌면서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강의도 했다.
원래 영어강사였던 그는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보다 좋은 영어그림책을 읽게 하면 아이들이 영어에 관심을 갖고 충분히 실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이끌며 주민 강의
'엄마의 서재' 모임에서 경험 공유
출판사·작가들 지지… 큰 힘 얻기도
그래서 엄마들이 집에서 직접 가르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수강생들과의 인연은 '엄마의 서재'라는 독서모임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엄마들이 자녀교육관련 서적은 열심히 읽는데 정작 자신들을 위한 책은 안 읽더라"며 "첫 모임 때 누군가 '여자들이 모여 재테크나 쇼핑, 시댁 이야기를 안 하고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경험을 처음 했다'며 너무 좋아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책방을 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남편의 질문이었다. 어느 날 남편은 "당신이 언제 제일 행복해 보이는지 아느냐"더니 "책 주문할 때 얼굴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얘기해줬다.
이 대표는 "듣고 보니 그 말이 맞았다. 수익구조에 대한 고민은 없었고, 기존에 내가 책을 통해 만나던 여러 그룹의 사람들이 언제든 모여서 책을 읽고 책을 건넬 공간이 우리 동네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창업을 결심한 계기를 소개했다.
책방이 자리를 잡기까지 돌베개출판사 등 크고 작은 출판사와 작가들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유명 작가들은 수시로 책방에 찾아와 강연을 해줬다.
이 대표는 책방 바로 옆에 모임전용 공간을 별도로 마련했다. 주위에서 '네 건물도 아닌데 인테리어에 너무 돈을 쓰지 말라'고 충고했지만 이 대표는 아낌없이 투자했다.
왜 그렇게 정성을 쏟았는지 묻자 그는 "북변동을 사랑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