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는 잘 알려진 강화도와 백령도 등 총 168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 서울·경기에서 가까운 지리적 여건이 있음에도 인천 섬은 관광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해양도시 인천에서 대표적 관광지로 손꼽히는 건 '인천차이나타운' '월미 문화의거리·테마파크' 등 도심 관광지뿐이다.
지난해 인천관광 실태조사를 담당한 연구진은 "인천 내국인 관광객(인천시민 제외)의 방문지는 인천 원도심 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인천만의 특색있는 이미지가 없는 것으로 분석돼 관광 목적지로의 이미지 구축 등 브랜딩 제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20년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여객선이 대중교통으로 편입됐고, 인천시와 강화군·옹진군 등은 여객선 운임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인천시민에 한정해 지원되는 것으로, 인천시민이 아니면 요금은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게 관광업계 설명이다.
인천 옹진군 소이작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종석(55)씨는 "관광객들에게는 1인당 왕복 5만원 정도인 여객선 요금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며 "비용뿐 아니라 여객선 운행 횟수도 하루 1~2회 정도밖에 안 돼 관광객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음악회·살아보기 등 사업 '미미'
고품질 행사에 예산도 추가해야
인천시의 섬 관련 전체 예산 중 '관광' 관련 비율도 낮다. 인천시의 섬 관련 정책은 '정주 여건 개선'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간 인천시가 37개 섬에 투자한 금액은 총 5천526억원 정도인데, 이 중 '관광단지 기반 조성'에 쓰인 금액은 4천100만원 정도로 8%가 채 안 된다. 관광 외에는 도로정비(21%), 농업기반시설(14%), 정주환경개선(17%) 등의 비율이 높았다.
섬 관광 콘텐츠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시의 '섬 관광' 관련 대표 사업은 '주섬주섬 음악회'와 '인천 섬 도도하게 살아보기' 정도에 그친다. 숙박형 상품인 '인천 섬 도도하게 살아보기'는 인천시가 지난해 시작한 사업으로, 상품가의 약 43%를 차지하는 숙박비를 인천시가 지원한다.
올해는 '섬 테마 시티투어' 사업도 새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선재도·영흥도, 무의도 등 당일 여행 노선이라 체류형으로 유인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재호 인하공전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연안과 인접한 섬은 많은 관광객이 찾도록 하는 '대중관광'에 초점을 맞춘다면, 그 외의 섬은 관광객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고품질 관광'에 주력해야 한다"며 "최소 2박3일 이상 머물 수 있도록 체류형 콘텐츠를 인천시가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인천시의 섬 관광 관련 예산 구조로는 큰 사업을 만들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천시가 섬 관광에 대한 중·장기 로드맵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예산 편성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지난 7월 조직 개편 당시 섬발전지원과에 '섬 관광팀'을 신설했는데, 섬 관광사업만 전담하는 팀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내년부터 섬 통째로 자원화 구상
민관 제안서 응모… 市 선정 지원
인천시는 '섬 관광 활성화 추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전남 신안군의 퍼플섬(보라색 섬)처럼 인천의 섬 하나를 통째로 관광 자원화하는 사업을 구상 중이다.
신안군은 반월·박지도를 퍼플섬으로 선포해 컬러 마케팅을 시도했고, 지난해에는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세계 최우수 관광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인천시는 강화군·옹진군 등 관과 주민이 함께 제안서를 만들어 응모하면, 인천시가 그중 하나의 섬을 선정해서 지원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정부로부터 확보한 지방소멸대응기금 예산으로는 '인천 섬 포털' 구축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인천시의 관광정책이 도심 쪽에 치중돼 있었는데, 지방으로 가는 관광 수요를 인천이 충분히 흡수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섬의 자원을 기반으로 여러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섬 관광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