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1인출판사 대표 (15)
1인 출판사 '헤이북스' 윤미경 대표가 자사에서 출판한 책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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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분당에 있는 '헤이북스'는 윤미경(55) 대표가 운영하는 1인 출판사다. 통상 1인 출판사라 하면 경험적으로 그저 그런 업체로 오판하기 십상이지만 헤이북스는 2014년 9월 첫 책을 출간한 이래 2016년에 법인으로 전환했고 매년 꾸준하게 4권 정도 펴내며 현재까지 28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첫 책은 '2015 한국출판문화상 저술상'을 수상한 당시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였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한국 자본주의'였다. 724쪽에 달하는 이 책은 33쇄를 찍었고 지금도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5쇄를 찍은 '맛으로 본 일본'도 스테디셀러이며, 최근에 출간해 4쇄까지 찍은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역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헤이북스가 그저 그런 1인 출판사가 아니라는 대표적인 증거들이다.

주부이자 며느리, 두 딸의 어머니라는 짐을 지고 있으면서도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윤미경 대표가 살아온 궤적 역시 또 다른 증거다.

첫 책인 장하성 前 청와대 정책실장의 '한국 자본주의' 33쇄 찍어
분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작업… 현재까지 28권 세상에 내놓아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과학과를 졸업한 윤 대표는 이과 전공이면서도 서울여대가 홍보팀을 처음 만들 때 한 자리를 차지했다.

10년간 홍보팀을 궤도에 올려놓은 윤 대표는 이후 (주)홍디자인 기획이사를 거쳐 2002년 (주)헤이프레스토라는 광고홍보대행사를 설립했다. 그는 직원 12명을 두고 평균 연 매출 20억원가량을 올리는 해당 업계에서는 나름 잘나가는 CEO였다.

윤 대표는 "처음 모교 홍보팀에 입사했을 때 설렘과 떨림이 있었다. 이과 전공생이라 홍보의 '홍'자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 긴장감이 너무나 좋았다. 잘한다 하면 없던 힘도 나는 체질이라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며 많은 성과를 냈다. 그런데 10년 차쯤 되니 긴장감이 조금씩 희미해졌다. 특별히 실수랄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일보다 하면 안 되는 일이 더 많아지는 연차가 되고 보니 일이 재미없어졌다. 그래서 무작정 사표를 냈는데 붙잡혀서 1년쯤 더 있었고 안 되겠다 싶어 다시 사표를 내고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이어 "2년쯤 홍디자인에 있다가 홍보업무를 하면서 답답했던 것들을 내가 직접 해보자 하는 심정으로 광고홍보대행사를 시작했다. 또다시 시작된 설렘과 떨림, 힘듦이 주는 긴장감이 좋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업계에서 회사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믿어 주는 곳이 많아지면서 계약연장이 되고 회사는 안정적으로 흘러갔다"고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어느 때부터인가 긴장감이 사라지고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 싫어졌다. 그때쯤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광고주의 메시지를 대신해 주는 홍보물이 아니라 내 책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사회와 소통하고 싶은 주제를 끌어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80세까지는 일을 하고 싶어 출판을 시작했다. 에너지가 예전 같진 않지만, 일단은 80세까지는 달려 보려고 한다"고 미소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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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책의 성격에 따라 가장 잘 편집해 줄 편집장을 만나 팀 작업을 한다. 그는 "매번이 도전이고 이런 일의 방식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한 분야를 고집하지 않고 정치사회, 경제, 역사, 에세이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고 있다.

60세 넘은 아들이 90세 치매 노모를 간병하는 일상을 담아 고령화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생각하게 하는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는 저자를 설득하고 또 설득한 끝에 빛을 봤다. 현재 5쇄를 찍었고 저자에게는 인터뷰와 강연이 몰렸다. 대만에서도 출판됐고 영화판권 계약도 했다.

한국외대 로스쿨 최승필 교수가 안식년 1년 기간 동안 공들여 집필한 '법의 지도'는 법의 기본을 알려주는 대중교양서다. 김영란 전 대법관이 추천사를 썼고 3쇄를 찍는 성과를 내며 '법의 균형'이라는 후속물로 이어졌다.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는 핀란드의 중고 문화를 중심으로 '환경과 건강하고 경제적인 소비'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핀란드에 살던 일반인이 처음 쓴 책으로 성공에 힘입어 '오늘도 유난 떨며 삽니다'라는 두 번째 저서로 이어졌다.

이 밖에 젊은 층에게 신영복 선생을 소개하는 '처음 읽는 신영복', 인공지능 윤리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제시하며 네이버·카카오 및 KT 인공지능연구소장의 강력한 추천을 받은 'AI는 양심이 없다', 세계 12개국 27개 도시의 60개 현대미술관을 직접 취재하고 사진을 찍어 소개한 '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273편의 영화 속에 나오는 뉴욕의 역사·문화·생활상 등 구석구석을 소개하는 '영화, 뉴욕을 찍다', 여성들이 상처를 내놓고 위로와 치유를 주고받는 '언니들이 있다', 40대 여성 직장인의 고군분투를 다룬 '낀 세대 생존법' 등도 그의 손을 거쳐 간 책 들이다.

윤 대표는 "'세상에 더 나은 질문을 던지다'라는 헤이북스의 모토에 맞는 책, 읽고 나면 무언가 스스로 질문이 생기는 책, 가능하다면 동시대를 사는 인간과 사회를 둘러싼 많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책을 출간하려고 한다"며 "더불어 스타 작가를 모시기보다는 어떤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내면서 사명감으로 꾸준히 연구나 활동을 하는 분 중 아직 저서가 없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 분들을 발굴해 첫 책을 내고 함께 성장하는 출판사가 되고 싶다"고 힘을 줬다.

인터뷰 공감 1인출판사 대표 (24)

스타작가보다 꾸준히 연구 활동한 분들과 함께하는 출판사 될 것
성남 탄천·공원-분당 시니어문화 관련 이야기, 기록 남기고 싶어


이런 그에게 최근 관심사가 하나 더 늘었다. 윤 대표는 "많은 사람이 출판사 커뮤니티에 참여하려면 홍대 쪽이나 파주 쪽에 가는 것이 좋지 않으냐고 했지만, 로컬 출판사 중에서도 좋은 출판사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집 근처에 정착했다. 성남에 자리 잡고 일하면서 성남을 진짜 사랑하는 특별한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성남의 자산'이라는 생각으로 '성남 사람들 이야기'를 성남시에 제안했다. 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판교, 다 잇다 있다'라는 책까지 추가 출간했다.

윤 대표는 "성남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숙하게 고민하다 보니 욕심이 커졌다. 꼭 해 보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성남의 자연을 소개하는 것으로 바로 탄천과 공원 이야기다. 성남은 사람과 기술 그리고 자연이 서로 잘 이어지고 함께 어우러진 도시인 만큼 기회가 된다면 꼭 기록해 성남의 자랑거리로 만들어 보고 싶다. 또 하나는 분당을 중심으로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현실과 관련한 시니어문화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점점 더 책을 읽지 않는다는 걱정이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요즘 들어 많은 북클럽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을 찾는다는 윤 대표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글/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윤미경 대표는?

▲1989년 서울여자대학교 식품과학과 졸업
▲1990~2000년 서울여자대학교 홍보팀
▲2001년 (주)홍디자인 기획이사
▲2002~2013년 (주)헤이프레스토 대표
▲2014~2015년 헤이북스 대표
▲2016년~ (주)헤이북스 대표

-주요 출간 책자


'한국자본주의'·'맛으로 본 일본'·'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판교, 다 잇다 있다' 등 28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