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_피난민
영화 '낙동강' 캡처 화면. /한국영상자료원 제공

한국영상자료원이 한국전쟁 시기에 제작된 영화 '낙동강'(전창근, 1952)의 원본 필름을 발굴했다. 영화는 영상과 음향의 유실이 전혀 없어 기록적·예술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것이 영상자료원의 설명이다.

'낙동강'은 기록영화로 분류돼 영상자료원 보존고에 있다가 정밀 실사 과정에서 전창근 감독의 영화임이 밝혀져 디지털화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영상자료원은 2013년 '태양의 거리'(민경식, 1952), 2020년 '삼천만의 꽃다발'(신경균, 1951) 두 편의 영화를 보존한 바 있다. 하지만 '낙동강'은 두 영화와 달리 2릴 전권이 비교적 양호한 상태에서 발굴됐다.

영화는 무산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향토문화연구회'와 사진작가 김재문이 설립한 '무명영화연구소'가 1951년 경남도청으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만들었다.

전시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1952년 2월 부산 문화극장에서 시사회를 개최하고 부민관에서 개봉했다. 이후 4월에는 대구 자유극장에서 상영을 이어가는 등 피난 도시에서 전쟁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전했다.

특히 '낙동강'에 사용된 스코어는 윤이상의 미발표 관현악곡인 '낙동강의 시(詩)'와 주제선율이 유사하다. 이 곡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은 2017년 자필 악보가 발견돼 2018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세계 초연한 곡이다.

윤이상은 이 곡을 1956년 파리 유학 중에 완성했는데, 영화음악으로 작곡한 '낙동강'이 바탕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디지털화된 영화가 공개되면 '낙동강의 시(詩)' 원전이 최초로 공개되는 셈이다.

영화는 '전통의 낙동강', '승리의 낙동강', '희망의 낙동강'이라는 3장 형식으로 구성돼 있으며, 배우 이택균과 최지애가 등장하는 극 장면에 실제 전쟁 기록 영상이 합쳐졌다.

이러한 세미 다큐멘터리 형식은 한국전쟁 시기 만들어진 영화에서 다수 엿보이는데, 현실감을 높이면서 당시 피난 도시 관객에게 전황을 알리는 기능을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영상자료원 측은 말했다.

영상자료원은 '낙동강'의 4K 디지털화가 마무리되는 대로 올해 상영 행사를 열고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