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에 맞게 변해야 합니다."
광복회 용인시지회 최희용 지회장은 광복회의 변화를 외치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2020년 취임 이후 독립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한다는 목표 아래 회원들의 권익 신장과 복지 증진, 독립운동사적 발굴·보전 등을 위한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 중에서도 최 지회장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광복절 경축식 행사와 독립기념관 견학, 강연 프로그램 등이다. 시민들과 더 가까이에서 함께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15일 열린 광복절 경축식에서도 최 지회장은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을 주인공으로 만들고 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내용의 특별 영상을 제작, 행사장에서 상영해 화제를 모았다. 최 지회장은 특히 어린이들이 독립운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튜브나 힙합 등의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최 지회장은 "일방적인 홍보와 계몽 방식으로는 젊은 세대의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세심한 정책 아래 관련 단체가 머리를 맞대 트렌드에 맞는 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지회장의 이 같은 열정과 아이디어는 그의 특별한 이력과 연결된다. 광복군으로 항일 전투에 참여해 '광복군 화가'로 불리는 고(故) 최덕휴 화백의 아들인 그는 과거 미술,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다. LG애드 프로모션·미디어 본부장과 GⅡR 이사, (주)창강애드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광고·기획·홍보 전문가로 활약했다. LG애드 근무 시절에는 2000 ASEM 국제회의 개·폐회식과 2002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등을 맡아 성공적으로 이끈 바 있다.
최 지회장은 "독립유공자들의 숭고한 활동과 그 가치를 일반 시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용인시와 함께 다양한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다음은 최희용 회장과의 일문일답
-광복회 용인시지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광복회 용인시지회는 2007년 8월 25일 창립했다. 그동안 민족정기선양 및 시민의 애국정신을 함양하고 독립선열의 숭고한 정신 계승과 실천, 회원의 권익 신장, 복지 증진, 독립운동 사적 발굴과 보전 등을 위한 사업을 수행해 왔다. 특히 시민들이 보다 가까이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매년 광복절 경축식과 독립기념관 견학, 강연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는데.
"광복절 경축식은 참석하시는 분들은 물론 간접적으로 접하시는 모든 분이 광복의 감격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용인시의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주인공이 되는 경축식을 만들기 위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특별 영상을 제작했다. 예산이 10년 동안 고정돼 있다 보니 아쉬운 점도 많지만, 앞으로도 용인시민이 기대하고 기다리는 행사로 만들어 갈 것이다."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교육 프로그램은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견학, 태극기 나눔, 독립운동 강연, 사진 전시 등을 통해 독립운동 정신을 유지·계승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립기념관 견학이 만족도가 가장 좋다. 지금까지 4천317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체험활동 후 설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용인의 여성독립운동가 정현숙 지사의 생가터에 서거 30주년 추념 및 표지석이 세워졌다. 정현숙 지사는 어떤 분이셨나.
"용인의 3대 독립운동가문의 며느리이자 '만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던 정말 자랑스러운 분이다. 남편인 오광선 지사를 따라 1919년 만주로 망명한 후 독립군의 활동을 배후에서 도왔다. 1936년 오광선 지사가 체포된 뒤에도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요인들의 뒷바라지를 도맡았다. 한국혁명여성동맹에서 활동하며 두 딸인 오희영 지사, 오희옥 지사를 길러낸 위대한 어머니이기도 하다."
-용인에 많은 독립운동가가 있지만, 아직 모르는 분들도 많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용인 지역의 독립운동가에 관한 조사, 글쓰기, 소감 발표회 등을 진행해 자연스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너무 학술적이지 않고 쉽고 편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힙합이나 유튜브 콘텐츠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용인에는 광복회 용인시지회를 비롯해 9개 보훈단체가 있다. 이 단체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모아 좋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어떤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포괄적이고 다양한 보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보훈 정책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춰 단계적으로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또 국가유공자의 존엄성이 영원한 상징이 될 수 있도록 존경과 예우를 다 하고 체계적인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가령 65세 미만의 독립유공자 유족들에게도 보훈수당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연령대를 낮추고, 70~80세 이상의 유족들에게는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을 지원하면 좋겠다. 독립유공자의 날을 추진해 기념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친일하면 3대가 부자로 살고, 독립운동하면 3대가 가난하다'는 낯 뜨거운 말들이 남아있다. 이런 말이 사라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두고 지원해야 한다."
-용인시 보훈회관이 신축 공사 중이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광복회 용인시지회뿐만 아니라 9개 단체 모두가 기다리던 일이었다. 현재 보훈회관에 입주해 있는 5개 단체와 다른 건물에 임대 형태로 입주해 있던 4개 단체가 한 건물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감개무량하다. 9개 단체가 그 취지에 맞는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강화된다면 더욱 좋겠다. 무엇보다 학생과 젊은 세대들이 순국선열의 정신과 보훈의 중요성 등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들이 강화되길 바란다."
-역사에 대해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점점 사라지고, 특히 광복절 등 태극기 게양을 잊는 시민들이 많은데.
"예전에 신문에서 신축 아파트에 태극기 거치대가 없어서 3·1절 태극기를 달고 싶어도 달지 못한다는 기사를 봤다. 참으로 가슴 아픈 현실이다. 시민들, 젊은 세대들의 관심과 공감은 일방적인 홍보와 계몽 활동으로는 불러일으킬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세심한 생각이 들어있는 정책을 기본으로 관련 단체와 함께 트렌드에 맞는 활동을 펼쳐나가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 또한 목숨 바쳐 나라를 구한 순국선열들을 잊어선 안 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어떻게 나라를 잃고 또 그분들이 어떻게 나라를 지켰는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