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은 강국이라 불리던 일본이나 미국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해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만의 특색과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가운데, 1960년대 한국 애니메이션 역사의 첫 장을 쓴 '홍길동'과 속편 '호피와 차돌바위'가 4K 디지털로 복원돼 눈길을 끈다. 그동안 한국 고전 장편 애니메이션을 그리워했던 관객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4K 재탄생'
한국영상자료원 '개봉 55주년 기념' 공개
속편 '호피와 차돌바위'도 새롭게 선봬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6월 개봉 55주년을 맞은 한국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의 4K 디지털 복원 버전을 공개했다.
영상자료원 유튜브 누적 조회수가 16만 회를 넘길 정도로 큰 화제가 된 홍길동은 오랜 시간 유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2008년 애니메이션 연구자 김준양 선생의 도움으로 일본에서 극적으로 발굴됐다. 수집한 필름은 영상자료원에 있던 한국어 사운드를 합쳐 원본에 가까운 상태로 복원해 대중에 선보였다.
1967년 만들어진 홍길동은 신동헌 감독의 동생인 신동우 작가가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한 '풍운아 홍길동'을 원작으로 한다. 작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서자로 태어난 길동이 봉건사회제도에 반발해 의적이 되고, 활빈당을 만들어 빈민을 구제하며 스스로 율도국의 왕이 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시 작품은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들 기술과 인력이 거의 없었던 척박한 환경을 딛고 개봉해 서울 관객 5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어 15일에 새롭게 공개되는 '호피와 차돌바위'는 홍길동이 흥행에 성공한 이후 같은 해 신 감독이 만든 속편 애니메이션으로, 홍길동에서 조연이었던 호피와 차돌바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홍길동 제작에 참여했던 애니메이터들이 함께했으며, 이전 작품을 통해 축적된 기술들로 한층 자연스러운 타이밍을 보여준다. 영상자료원은 이번 복원에서 화질과 음향을 선명하게 했을 뿐 아니라 전체적인 색 보정 작업을 통한 색 재현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작품 속 호피는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술을 수련하고 악당과 싸워 물리치는 익숙하면서도 전형적인 검객영화의 설정을 하고 있다.
이에 호피를 따르는 장난기 많은 차돌바위, 착하지만 우둔한 곰쇠, 여진족 요괴 도마술 등 만화적 상상력을 불어넣은 개성 있는 캐릭터가 흥미를 더하고, 코믹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며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