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4리그에서 활약하던 인천남동구민축구단은 올해 갑작스럽게 해체 결정을 내렸다. 해체 이유는 재정적인 어려움이었다.

 

2020년 K4리그 출범 때부터 리그에 참가했던 인천남동구민축구단은 남동구청의 보조금을 토대로 인천 지역 유일의 K4리그 팀으로 활약해 왔지만, 올해 남동구의 지원이 끊기자 선수들과 직원들의 임금을 주지 못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인천남동구민축구단 지원 조례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이 상정됐지만, 네 번이나 부결되면서 남동구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1면 경인와이드 성남FC 매각설
최근 인천남동구민축구단이 해체되고 성남FC가 연고이전 및 매각설에 휩싸이는 등 시민축구단들이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18일 오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원정팀 응원석에 '구단은 정치인들의 소유물이 아니다', '까치둥지는 이곳 성남뿐'이라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9.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재정난 닥친 인천남동구민축구단
선수 급여 지급 어렵자 해체 결정
남동구청 역시 구단 운영 상황과 구단이 제출한 자구책 등을 검토해 더는 지원 조례를 추진하지 않기로 하면서 구단은 팀 해체를 결정했다. 급여를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팀을 무리하게 운영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인천남동구민축구단의 클럽 자격을 취소해 이적기간이 아니어도 선수들이 새로운 팀을 찾아갈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한국 프로축구 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해온 성남FC도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성남일화 시절 많은 우승을 일구며 영광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모기업인 통일그룹이 경영을 포기하면서 해체 위기에 내몰렸을 때보다도 가혹한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 후원금 의혹 성남FC
市 구단 매각 언급에 축구팬 반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구단주였던 시절에 성남FC의 후원금 유치를 대가로 두산건설에 사업부지 용도 변경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여기에 현 신상진 성남시장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리의 대명사가 된 성남FC를 기업에 매각하거나 다른 길을 모색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성남FC의 팬들은 시청 청원 게시판에 매각을 철회하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K리그1에서 최하위로 K리그2로의 강등을 고민해야 하는 성남FC는 구단과 관련한 수사 소식으로 이번 시즌 내내 안팎에서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2022년은 경기·인천 지역의 시민축구단들에 혹독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남동구민축구단과 성남FC의 사례는 재정적인 어려움과 정치적 풍향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한국 시민축구단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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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성남FC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원정팀 응원석에 연고이전 및 매각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9.18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시민구단을 빼면 한국 프로축구 상위 리그인 K리그1과 K리그2는 반쪽으로 줄어든다. K리그1 12개 구단 중 군 팀인 김천 상무를 제외하면 시민구단은 5개에 이른다. K리그2 11개 구단 중에서는 무려 7개 팀이 시민구단이다.

여기에 K3리그에서 활약 중인 청주FC와 천안시축구단도 내년에 K리그2에 참가할 예정이라 K리그2의 시민구단은 9개로 늘어난다.

양적으로 시민구단은 기업구단과 함께 한국 프로축구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는 단단한 축이 됐지만 인천남동구민축구단과 성남FC에서 일어난 일들을 보면 시민축구단의 내실이 단단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의 한 시민구단에서 감독을 역임했던 A씨는 "시장과 단장의 의지가 있어야 스폰서십 체결도 활발히 이뤄질 텐데 그런 의지를 찾기 힘들었다"며 "시민구단을 이끌어 어떻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지 고민해야 하는데, 시장부터 사무직 직원까지 구단과 연을 맺은 시기가 다르고 입장 차도 커 한목소리로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려운 구조였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시·도 예산지원 '절대적' 구조… 시민 공감대에 성패 달렸다)

/김형욱·조수현기자 u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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