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후보들이 직접 플랫폼을 사용하며 열풍을 일으킨 '메타버스(Metaverse)'가 신기루처럼 대중들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관련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가상세계를 통해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컸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마자 정치인들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자취를 감췄고, 대중들 역시 코로나 엔데믹 여파로 이에 대한 관심을 접어두고 있다.
그 사이 성착취 등 부작용은 늘고 있는데 정작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에는 정치권이 소홀한 모습이다.
가상인물·공간… 이색유세 펼쳐
메타버스가 가장 주목받은 시기는 올해 가장 큰 정치이벤트였던 '20대 대통령선거'와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다. 대선에 앞서 정치권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당내 경선이 순차적으로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정당들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유권자와 실시간 정책 소통, 공약 홍보, 선거운동 등을 했다.
메타버스를 미래 기술로 지목했고, 이를 활용하는 정치인이 관련 분야에 유능한 것으로 인식되는 효과를 노린 것.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아예 메타버스에 대선주자들의 공동선거사무소(캠프)를 만들었다.
당시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재명·이낙연·박용진·정세균·김두관·추미애 등 6명 후보가 가상의 공간에서 정책 비전을 설명했다. 송영길 전 당대표의 취임 100일을 맞아 최고위원회의를 아예 가상공간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도 메타버스 열풍에 합류했었다. 지선 당시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선거캠프 '쭌스랜드'를 만들어 자신의 SNS 소식과 시정성과 및 공약 등을 가상공간에 구현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도 가상의 선거캠프를 앱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앞선 대선 때는 당 차원에서 자당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의 얼굴을 빼닮은 가상인물을 만들거나 다수의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 유세차량을 두는 등 색다른 선거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 '생태계 조성' 2천여억 지원
업계 "예산 따내기 부작용 키워"
정치권을 통해 '피할 수 없는 미래'이자 '이미 다가온 현실'로 대중의 주목을 받은 메타버스지만, 현재 불을 지폈던 정치권은 메타버스에서 한 발 멀어져 있다. 기대와 달리 실제 선거에서 효용성을 보이지 못했다는 판단인데, 이 때문인지 무수히 쏟아졌던 정치인 메타버스는 사실상 전멸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정치권의 '반짝 활용'이 실제 해당 산업 육성에 도움은커녕,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 메타버스 생태계 조성에 총 2천237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메타버스와 연관성이 적은 업체들이 사업명에 '메타버스'만 집어넣고 예산따내기에만 골몰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업계에서부터 들려오고 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정치 이슈·투자 테마로 '버블' 청사진… "핵심기술을 잡아라")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