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만들고 정치권이 소비하면서 투자금이 몰렸던 메타버스 시장은 버블현상이 꺼지면서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
메타버스 열풍을 타고 정부와 지자체 모두 많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결실은 없다. 게다가 제도적 장치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 자체보다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핵심기술에 초점을 두고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VR·AR·MR 등 발전
정부출연 연구원 장밋빛 전망 관련주 최고치
"연관업체 선별 투자해야"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 소설가 닐 스티븐슨이 저서 '스노 크래시(Snow Crash)'에 언급하며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소설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는 가상세계를 뜻했다. 개념이 등장하자 3차원 가상현실을 소재로 각종 게임이 인기를 끌었고 자연스레 대중의 머릿속에 자리했다.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기술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인터넷 기술도 발전해 성능도 강화됐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이 급속도로 부상하는 '버블' 현상을 맞았다. 메타버스가 국내에서 싹트기 시작한 건 3년여 전부터다. 기업들이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앱을 출시하기에 이르렀으며 10대 청소년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점차 늘어났다.

이후 비대면 방식을 택해야 했던 선거철과 맞물려 일시적으로 청년과 기성세대로 이용자를 넓히는 버블현상이 발생했다. 버블을 부추긴 데는 다수의 경제 리포트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등 다수의 정부출연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의 낙관적 청사진을 내놓으며 관련 시장에는 투자금이 몰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메타버스 관련주 대부분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들 대다수는 현재 최고가 대비 평균 70%가 빠진 상황이다.
정치권은 메타버스를 '선거 수사'로 사용한 뒤 발을 빼는 모양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정치인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 활용했지만 선거와 함께 이곳에서 빠져 나갔다.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는 메타버스란 단어가 무려 14번 등장한다. 하지만 '메타버스 검찰청·경찰청 구축', '직업훈련에 메타버스 활용' 등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고 실현 가능성도 낮다는 게 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대중 관심도 역시 줄어들었다. '구글트렌드'의 최근 2년(2020년 9월20일~2022년 9월20일) 기록을 보면, 메타버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는 지난해 11월 14~20일에 최고점(100)을 기록했는데 이어 하락세로 돌입, 9월말에는 관심도 39 수준에 머무르면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전형적인 '산(山)' 모양의 그래프를 나타내고 있다.

10대 이용자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메타버스 내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지만, 이용자를 보호할 제도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회에서는 메타버스 관련 법률안이 올해 1월이 돼서야 처음 만들어졌고 3건이 아직 계류 중인 상태다.
산업계에서는 정부 예산을 받으려는 무늬만 메타버스가 판친다.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사 관계자는 "최근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생겨나면서 업체들 간 '예산 따기' 경쟁이 굉장히 치열했다"며 "메타버스를 목적으로 창업한 업체보다는 기존 사업계획서에 메타버스란 단어만 넣어 투자금을 받아가는 업체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도내 게임개발사 및 컨소시엄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진입장벽을 낮추고 사업 연관성이 높은 업체를 선별해 투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메타버스 자체보다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핵심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VR을 만들던 회사가 같은 제품을 만들면서 갑자기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정부 예산을 받는 일이 많다"며 "보는 시각에 따라 투자 유치를 받으려는 노력으로 볼 수도 있으나 메타버스 게임 개발사처럼 직접 연관성을 가진 업체가 투자지원을 못 받는 일로 번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도 "메타버스 열풍의 과정을 보면 정치권이 선거용 이슈와 테마로 접근한 경향이 있다"며 "버블현상이 모두 끝난다면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그 이면의 'VR·AR·NFT' 등을 활용한 시장은 성장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핵심기술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