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자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산성동 재개발지역과 비개발지역 경계 부분.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재개발구역에 무인도처럼 고립돼 외부로 나가는 대부분 길이 폐쇄되고 전화, TV 등은 자주 먹통이 됩니다. 비산먼지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으로 노인분들과 어린이들이 길을 다니는 게 고역입니다. 공지없이 통행제한을 해 주민들의 발길을 멈추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아이들은 3~5분 걸리던 도서관 학교를 우회도로로 해서 20분을 가야 하고 인터넷 중단으로 공부에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도 성남시민입니다. 아이들은 안전권과 교육권을 보장받고 주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습니다."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이선혜 학부모 대표의 하소연이다.
동네 1/3가량 2천세대는 비재개발 지역 전철역·외부 연결 도로 대부분 막혀 비산먼지에 통신·인터넷 먹통 다반사 개발구역 특성상 예견된 피해 주민들, "우리도 성남시민" 대책 호소
한 동네인 산성동은 현재 지하철역과 위례·수정구 중심지역 등 외부로 통하는 도로와 접한 재개발지역과 야산의 단대공원을 배후로 둔 비개발지역으로 쪼개져 있다. 전체의 5분의4가량인 개발지역이 2차선이 채 안 되는 길을 사이에 두고 'V'자 형태로 2천가구 5천여 주민들이 사는 비개발지역을 포위한 형국이다.
산성동 재개발구역과 비재개발지역 현황. /주민 제공
성남시는 지난 2014년 연립주택이 많은 비개발지역을 제외하고 단독주택 지역 중심의 '산성구역 정비구역 지정 고시'(15만2천797.1㎡·3천372가구)를 했다. 문제는 이런 개발구역 특성상 갖가지 문제가 예상됐는데도 성남시가 대책을 세우지 않고 허가를 내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비개발지역 주민들이 입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시행사인 민간 조합 측이 지난 5월부터 철거작업을 진행하면서 수돗물에서 녹물·불순물이 나오고 수시로 통신이 두절되고 인터넷도 먹통이 되는가 하면 전기가 끊겨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일도 발생했다. 수도관, 통신선 등이 개발지역에서 비개발지역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재개발 이전과 재개발이 시작되면서 바뀐 도로. 지금은 우측 그림의 파란색 존치도로와 빨간색 우회도로만 이용할 수 있다./주민 제공
또 비산먼지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도 늘고 있고 어린이집은 날아드는 비산먼지로 놀이터를 폐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외부로 통하는 비개발지역 내 도로 중 2개만을 남기고 전부 폐쇄되면서 출퇴근 등에 문제가 생겼고 2개 도로마저 공사 차량이 움직일 때는 꼼짝달싹 못하기도 한다.
아이들도 문제다. 도로가 폐쇄되면서 이전에는 3~5분이면 도착이 가능했던 학교와 수정도서관을 지금은 우회도로와 좁다란 임시 인도를 통해 20분 정도 가야 하며 통신 두절로 인터넷이나 TV를 통한 가정 학습을 하지 못하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20일 오전 11시께에는 지역방송 케이블 전선이 파손돼 일부 가구의 경우 21일에도 TV를 시청하지 못했다.
비산먼지가 가득한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철거 현장. 주민들은 물 뿌리기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주민 제공
이런 일들이 반복되자 참다못한 주민들은 지난 6월12일 주민총회를 열어 '산성동 비개발지역 안전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또 7월25일에는 집회를 갖고 조합 측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책위 안창영 위원장은 "요구 사항 중 셔틀버스의 경우 25인승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단위로 운행했다. 재차 항의하자 지금은 30분 단위로 오후 6시10분까지 운행하는데, 출퇴근 시민은 이용 못한다. 아이들도 이용이 쉽지 않다"며 "요청을 해도 크게 바뀌는 건 없다. 똑같은 문제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어린이가 재개발구역 우회도로의 임시 인도를 따라 학교에 가고 있다. /주민 제공
안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 동네는 폴리텍대학이 인근이고 전철역도 있어 빈방이 없던 곳인데 공사가 시작되면서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있다"며 "주민들의 생활, 아이들의 학습·안전 뿐만 아니라 재산권에도 문제가 생기고 있다. 그런데도 허가를 내준 성남시와 수정구청은 주민들의 고통을 남의 집 불구경 하듯 하다 최근에야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별로 달라지는 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문제 발생 소지를 사전에 읽지 못했다. 주민들과 대화해 대책을 세우고 최대한 피해가 나지 않도록 조합 측에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조합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사무실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