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에는 수년째 방치된 놀이공원이 있다. 해당 부지가 역세권융복합개발 사업 대상이 되면서 보상 문제 등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멈춰져 있는 놀이기구와 함께 사라질 날을 기다리는 이곳 주변을 스쳐 지나갈 뿐, 북적이고 활기찼던 모습은 어느새 오래 지난 과거가 되었다.
송주형 작가의 개인전 '도시영결식'이 (구)경인랜드에서 열렸다. 해가 진 뒤 어둠 속에서 송 작가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시간은 단 두 시간이다. 도시에서 밀려나고 있는 곳이자, 도시 안에 있으면서 도시가 아닌 곳. 송 작가는 이러한 폐놀이공원 곳곳에 터주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발상으로 장소특정적 작업들을 선보였다.
송주형 작가의 개인전 '도시영결식'이 (구)경인랜드에서 열렸다. 해가 진 뒤 어둠 속에서 송 작가의 작품이 빛을 발하는 시간은 단 두 시간이다. 도시에서 밀려나고 있는 곳이자, 도시 안에 있으면서 도시가 아닌 곳. 송 작가는 이러한 폐놀이공원 곳곳에 터주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발상으로 장소특정적 작업들을 선보였다.
운영 중단된 (구)경인랜드서 진행되는 장소특정적 작업
터주신이 놀이기구에 자리 잡고 소멸 앞두고 있는 상상
도심 속 이방인과 닮은 밀려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위로
각각의 놀이기구들은 신을 모시는 신물로 공간을 성스럽게 만들면서도, 개발로 인해 멈춰버린 세속적인 공간임을 보여준다. 입구를 지나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관람차를 비춘 작품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움직이는 놀이기구 등 도시의 배경 속에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람을 태운 채 끊임없이 돌았을 관람차는 마치 개발된 이후에 시간이 지나 구도심이 되고, 다시 시간이 지나 재개발이 되는 어떤 하나의 사이클과 연결되는 듯 했다.터주신이 놀이기구에 자리 잡고 소멸 앞두고 있는 상상
도심 속 이방인과 닮은 밀려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위로

중앙에 위치한 놀이기구에는 지전(돈 모양으로 만든 종이)의 형태를 한 반투명 천들이 매달려 있다. 놀이공원을 하나의 마을로 봤다는 송 작가는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익숙하고 안전하게 느껴져야 하는데, 폐놀이공원은 그 반대로 밖이 더 안전한 것 같은 뒤집힌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한 발만 나가면 역세권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지만, 한 발만 들어오면 통제되지 않는 방치된 공간의 경계인 것이다. 희게 늘어져 있는 지전들은 이렇듯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공간의 경계이자,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진 신성함을 뜻한다. 흰 천과 놀이기구의 표면으로 드러나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들은 자연이라는 신이 이곳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송 작가가 가장 신성하고 영험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 마지막 작품은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사당나무로 재탄생했다.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소인 사당나무를 기존의 놀이기구와 함께 거꾸로 꽂혀있는 모습으로 나타내 뒤죽박죽된 공간의 무너짐을 표현했다. 특히 깨져버린 유리창과 쌓여있는 먼지 사이로 흐르는 영상, 미지의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은 음악, 경계의 모호함이 드러나는 조명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송 작가가 가장 신성하고 영험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고 한 마지막 작품은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곳인 사당나무로 재탄생했다. 제사를 지내며 마을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소인 사당나무를 기존의 놀이기구와 함께 거꾸로 꽂혀있는 모습으로 나타내 뒤죽박죽된 공간의 무너짐을 표현했다. 특히 깨져버린 유리창과 쌓여있는 먼지 사이로 흐르는 영상, 미지의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은 음악, 경계의 모호함이 드러나는 조명은 오직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함으로 다가온다.

물질의 발전과 효율, 경제 논리 등으로 밀려나 도심 속 이방인이 되어버린 것들에 대한 위로를 전하는 송주형 작가의 '도시영결식'은 25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