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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공영버스터미널은 안전상 위험이 노출돼 곧 철거를 앞두고 있지만, 지금도 수많은 승객들이 위험을 감수하며 이곳을 이용하고 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지난 23일 오후 용인시 처인구 김량장동에 위치한 용인공영버스터미널. 1990년에 지어진 이곳은 급속도로 노후화가 진행되며 7년 전 정밀안전진단에서 E등급을 받았다. 가장 낮은 등급인 E등급은 건물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돼 안전상 이용하기 어려운 위험한 상태라는 뜻이다.

실제 터미널의 상태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터미널 주변으로 원인 모를 악취가 진동해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상당 수의 승객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고, 승강장 위에 설치된 가림막은 철제 골격이 일부 휘고 천막도 곳곳이 찢어져 있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건물 외부 곳곳에 일부 보수의 흔적은 있지만 방치된 상태로 남아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1990년 지어진 이후 노후화로 '위험한 상태'
원인 모를 악취 진동해 승객들 인상 찌푸려
용인시, 2018년 터미널 재건축 추진 선언후
올 8월 발표… 임시건축물 공사 시작도 못해
시는 2018년 터미널 재건축 추진을 선언했고,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올해 8월에야 재건축을 본격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147억원을 투입해 지금의 터미널 건물을 철거하고, 기존 1만2천188㎡ 부지에 지상2층·지하1층 연면적 2천881㎡ 규모의 새로운 터미널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현 터미널 부지 내에 터미널 기능을 할 수 있는 임시 건축물을 먼저 지은 뒤 기존 건물의 철거를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터미널을 계속 유지해 이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바뀐 건 없었다. 임시건축물 공사는 시작도 못했고 터미널 이용자들은 수년째 안전상의 위협을 받고 있는, 철거를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방치 중인 건물을 여전히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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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공영버스터미널 내부는 기존 건물의 철거 결정 이후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고 철수했다. 여전히 많은 이용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지만, 물 한 모금 사 마실 곳조차 없는 상태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승차권 구매 외엔 터미널 기능 상실된 상태
흔한 편의점 한 곳 조차 없고 정수기도 없어
인구 110만 특례시 유일 버스터미널 '아쉬움'
터미널 내부도 심각했다. 안전도 문제지만, 승차권을 구매할 수 있는 것 외엔 터미널 기능이 상실돼 있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을 비롯해 빵이나 만두, 어묵, 꽈배기 등 소소한 간식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여럿 들어서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멀미약이나 상비약 등을 살 수 있는 약국도 예외 없이 문을 닫았다.

여전히 많은 승객이 이용 중인 터미널이지만 흔한 편의점 한 곳조차 없고 정수기 시설은커녕 자판기 하나 없었다. 터미널에 물 한 모금 사 마실 곳조차 없는 셈이다. 인구 110만 특례시에 위치한 유일한 버스터미널의 현주소는 실로 처참했다.
하루빨리 계획대로 새로운 공영터미널 건립
시민들에 편리한 서비스 제공하겠다
내부에는 '용인공영버스터미널 재건축 2022년 상반기 착공'이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군데군데 걸려 있었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해 이용자들이 위안을 삼기엔 당장 터미널 시설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게 승객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용자 A씨는 "아무리 철거할 시설이라고 하더라도 이용하는 시민들이 있다면 그때까진 기본적인 건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무슨 쌍팔년시대도 아니고 요즘 이런 데가 어딨느냐"며 혀를 찼다.

시 관계자는 "하루빨리 계획대로 새로운 공영터미널을 건립해 시민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