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2.jpg

 

'○○시', '○○구'. 경기·인천 지역 시민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각 '기초 지자체'의 명칭이다. '○○도 또는 ○○광역시'도 있다. 이는 기초 지자체가 아니라 '광역 지자체'라 부른다. 사실 일반 시민들은 기초나 광역이란 말은 물론 지자체란 단어도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1월부터 여기에 작으면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도 또는 ○○광역시'와 '○○시 또는 ○○구' 사이에 '○○특례시'가 생겨났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엔 시·구별 인구가 10만 명도 되지 않거나 반대로 120만 명에 달하는 등 크고 작은 '○○시 또는 ○○구'가 있는데, 이 중 100만 명 이상 대도시로 분류되는 수원시, 용인시, 고양시가 '○○특례시'라는 명칭을 얻었다. 덕분에 '특례시민'으로서 혜택을 얻게 됐다.

하지만 아직 특례시라는 명칭만 주어졌을 뿐 이들이 직접 느낄 만한 혜택이나 행정 효율·편의성 등을 가져다줄 사무권한은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 넘겨달라고 요구한 86개 기능사무(383개 단위사무) 중 9개밖에 못 받은 상태라 '진짜 특례시민'이 되기 위해 갈 길이 아직 멀다. 특례시 뿐만 아니라 50만 명 이상 대도시를 포함한 나머지 기초 지자체들도 지방자치 부활 30주년을 넘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 강화를 목적으로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올해 1월 시행됐지만 정작 중앙정부와 국회는 후속 절차에 소극적이다.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를 외치고 있으나 얼마만큼 실질적인 지방시대를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특례시민 될 수 있을까… 이양요구 기능사무 86개 중 9개 완료
물론 올해 1월 '특례시'란 개념이 법률에 처음 명시된 것 자체가 지방자치 강화에 한 걸음 다가섰음을 의미하는 건 사실이다.

아직 미미하지만 일부가 특례시민으로서 복지 혜택을 보고 있고, 우리 동네 '○○시청' 또는 '○○구청'들이 조직을 확대하는가 하면 일부 사무권한을 중앙정부나 광역 지자체에서 넘겨받아 내년부터 보다 확대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특례시' 법률 명시… 자치강화 한걸음
정부·광역단체 거치던 9개 권한 얻어내

832040.jpg
수원시청에 내걸린 특례시 출범 축하 현수막. /경인일보DB

이번 계기로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제도 개선에 합의해 올해부터 특례시민들의 사회복지급여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기존 수급자의 지급액도 늘렸다.

급여대상자 결정 기준과 관련한 재산공제액 상한을 높여 생계·주거·의료·교육급여, 한부모가족·긴급지원, 차상위장애수당, 기초·장애인연금 등 9종의 수급자와 수급액이 증가했다.

그동안 중앙정부나 광역 지자체를 거쳐야만 했던 9개 기능사무 권한도 넘겨받았다. '물류단지 개발 및 운영', '지방관리무역항 항만시설 개발 및 운영', '지방관리무역항 항만구역 내 공유수면 관리', '산지전용 허가', '환경개선부담금 사무',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 구성 및 운영', '비영리민간단체 등록·말소 및 지원', '관광특구 지정 및 평가', '신기술 창업집적지역 지정 협의' 등 사무를 넘겨 받아 내년부터 이를 적용한 행정서비스에 나선다.

이외 '관광단지 지정 및 조성계획 수립', '산업단지 절차 간소화', '여객자동차터미널 사업 사무', '주택가격 안정 위한 규제 사무', '응급환자 이송업 사무', '건설폐기물 처리 사무', '여객자동차운송·운수사업자 사무', '병원 등 개설 사무', '사회복지법인 설립허가 등 관리' 등 전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로부터 이양승인을 마친 다른 사무들도 관련 법률 개정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앞서 4개 특례시 지자체가 정부에 넘겨달라고 요구한 86개 기능사무(383개 단위사무) 중 현재 9개 기능사무(128개 단위사무)밖에 이양을 마치지 못했다. 실질적인 특례시로서 충분한 사무권한을 얻기엔 아직 많은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이름만 얻었지… 법률상 지자체 종류 '특례시' 없어

용인특례시
'용인특례시 출범식 및 반도체도시 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 2022.1.3 /용인시 제공

 

이에 지방자치 강화를 위한 특례시 사무권한 확보에 속도를 낼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개 특례시 지자체끼리 협의회를 구성해 사무권한 확보를 위한 활동에 나서는 것을 넘어 인구 50만 명 이상의 다른 대도시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당초 요구 기능사무 86개에 한참 부족
이양 사항마다 일일이 법안 개정 필요
특례시 지역구 둔 국회의원 6%에 불과

현재 정부가 지방에 이양하는 사무권한들도 특례시 뿐만 아니라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는 물론 그 이하 기초 지자체 모두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만 중앙정부와 광역 지자체가 시·군·구 등 기초 지자체에 153개 사무를 넘겼으며, 올해도 인구 50만 명 이상 지자체에 39개 사무를 이양하기 위한 법률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사무권한을 넘겨받으려면 국회라는 문턱을 꼭 거쳐야 하는데 특례시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 수는 전체 의석 수(300석)의 6%인 18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만큼 특례시 사무권한 이양을 위한 법률 개정 등 절차에만 치중할 경우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올해부터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으로 '특례시'라는 명칭이 인구 100만 명 대도시에 부여됐지만, 정작 법률상 지자체 종류(특별시, 광역시, 특별자치시·도, 특별자치도 및 시·군·구) 가운데 '특례시'가 새로 생겨나진 않았다. 말 그대로 명칭만 추가됐을 뿐 새로운 지자체 종류로서 법적 근거는 없는 상황이다.

특례시 지자체들이 이양받고자 하는 사무권한마다 일일이 관련 법률 개정 작업을 거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됐지만 정작 특례시 지자체에 대한 특례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사무권한 당사자인 중앙정부와 광역 지자체 그리고 기초 지자체가 협의해 일괄적으로 이양받는 방식이 아닌 수백 개에 달하는 권한을 일일이 관련 법률 개정을 거쳐야 하도록 했다.

"4개 특례시만 뛰어다녀선 지방자치 강화 어려워"

z1.jpg
고양시가 고양특례시 출범 제막식을 개최한 모습. 2022.1.13 /고양시 제공
 

이에 특례시 사무권한 확보에 대한 공감대를 더욱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4개 특례시들이 추진 중인 특례시 지원과 관련한 특별법도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에도 모순 부분 많아
특례시만 뛰어다녀선 자치강화 어려워
권한 이양 등 필요 전국적으로 알려야"

앞서 세종특별자치시와 제주특별자치도 추진 당시처럼 특례시 추진만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정부에 별도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충분한 특례시 사무권한 이양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박상우 수원시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자치법이 전부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진짜 지방자치 강화를 이루기 위한 부분들엔 모순이 많다"며 "4개 특례시만 열심히 뛰어다녀선 실질적 지방분권을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와 광역 지자체의 사무권한 이양은 물론 지방자치 강화 필요성의 공감대를 전국적으로 넓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석기자 joonsk@kyeongin.com

2022092801000983900045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