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이 있는 대한민국의 관문이다. 많은 외국인이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국내를 오가고, 인천에 정착하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인천에 머물고 있는 외국 국적 동포와 등록외국인은 지난 6월 말 기준 10만1천547명에 달한다.'국제도시' 인천의 역사는 깊다. 1883년 인천항(제물포)이 개항하면서 지금의 중구 일대엔 청나라와 일본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서양 국가들의 조계지(외국인 거주구역)가 형성됐다.
당시 각국의 외국인이 인천 개항장 일대를 중심으로 인천에 자리를 잡으며 살아갔다. 전 세계의 새로운 문물과 사람이 모이면서 인천은 그야말로 국제도시로 발돋움했다.
외국 국적 동포, 결혼이주민, 난민 등 정착한 이유도 제각각인 이들은 인천에서 원주민과 소통하고 저마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지역사회에 녹아들고 있다.
고려인 정착 함박마을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은 원주민과 고국이 한국인 외국 국적 동포인 고려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인천에 정착한 고려인은 지난달 기준 1만4천257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대다수가 함박마을 등 연수구에 터를 잡았다. 고려인은 일제 강점기 무렵에 농업 이민, 항일 독립운동, 강제동원 등으로 조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아야 했던 이들과 그 후손이다.
외국동포·등록외국인 등 10만1547명
함박마을, 정부 '도시재생 뉴딜'에 선정
고려인·원주민 주민協 상생 머리맞대
교류공간·한국어수업 등 공모사업도
함박마을, 정부 '도시재생 뉴딜'에 선정
고려인·원주민 주민協 상생 머리맞대
교류공간·한국어수업 등 공모사업도
"무엇을 먹을까요, 비빔밥을 먹어요." 최근 함박마을에 있는 디아스포라연구소에 가봤다. 한 교실에선 한글 수업이 한창이었다. 함박마을에 사는 고려인 가족 5명이 교재를 펴놓고 큰 소리로 한글을 따라 읽고 있었다. 한 손엔 연필을 들고, 따라 읽은 문장을 한글과 러시아어로 공책에 받아쓰기도 했다.
고려인 2세인 니로자(71)씨가 카자흐스탄을 떠나 함박마을에 정착한 지 2년이 지났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가르쳐준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한국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했던 니로자씨는 지난 2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실력이 제법 늘었다고 한다.
"처음엔 시장에 가서 과일이나 채소를 살 때에도 한글과 한국말을 몰라 힘들었다"는 그는 "이웃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조금 어렵지만 재미있고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니로자씨처럼 이곳에서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고려인 가족은 모두 10명이다.
이들이 듣는 수업은 연수구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의 주민공모사업 중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함박마을은 2020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은 지역 특성에 맞춰 고려인과 원주민이 상생하는 마을 만들기를 목표로 한다. '상생교류소', '세계음식문화공간', '세계문화상품 창작소' 등 고려인과 원주민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공예품 만들기, 합창단 등 함박마을 주민들을 위한 주민공모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함박마을 도시재생사업을 이끌어가는 건 고려인·원주민 30여명으로 구성된 주민협의체다. 협의체에선 원주민과 고려인이 함께 함박마을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주민협의체 부위원장인 고려인 최제냐씨는 "함박마을에는 원주민, 고려인들이 수년간 함께 살아가고 있지만, 그동안 의사소통의 문제로 교류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번 도시재생사업을 계기로 원주민과 함께 아름답고 특색 있는 함박마을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 등 이주여성 공동체
인천 연수구에는 이주인권단체인 한국이주인권센터가 있다. 아랍 여성 등 인천에 정착한 이주여성들의 모임인 '오아시스 와하'를 운영하는 곳이다. 이주여성들이 인천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있다. 2018년 처음 만들어진 오아시스 와하엔 현재 60여명의 이주여성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이주여성들은 인천에서 살아가면서 얻은 생활 속 지식과 경험 등을 담은 '인천 생활가이드'를 전자책(e-book)으로 펴냈다. 올해는 교육·보육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담은 전자책을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앞으로 인천에 정착할 이주민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이들은 '우리동네 와하봉사단'을 결성하기도 했다. 지역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합쳐져 봉사단이 만들어졌다. 봉사단은 지난 8월 연수구 옥련동 새싹공원 주변의 거리를 청소하고, 어르신들에게 직접 만든 쿠키를 선물하면서 첫 활동을 시작했다.
아랍 등 이주여성 모임 '오아시스 와하'
생활 가이드 전자책 발간·봉사단 활동
부평구, 미얀마인 거점 민주화모금운동
아프간 특별기여 19가구 85명 터잡기도
생활 가이드 전자책 발간·봉사단 활동
부평구, 미얀마인 거점 민주화모금운동
아프간 특별기여 19가구 85명 터잡기도
부평과 미얀마 민주화 운동
인천 부평구에는 미얀마에서 온 이주민이 대거 정착해 살고 있다. 주말이 되면 부평역은 한국에 유학 중인 학생, 노동자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미얀마인들이 모이는 만남의 장소가 된다. 부평구엔 미얀마 불교사원도 있다. 지난해 2월 군부 쿠데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정부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면서 미얀마 현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지난달 23일로 600일째를 맞았다. 국내에 있는 미얀마인들은 부평구를 거점으로 삼아 다양한 경로로 자국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부평구에선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진행되기도 했다.
새 이웃 아프간 특별기여자
탈레반이 점령한 조국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을 떠나 지난해 8월 한국에 도착한 아프간 특별기여자 중 일부도 인천에 터를 잡았다. 이들은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과 그 가족들이다. 인천에는 현재 아프간 특별기여자 19가구(85명)가 살고 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자녀 25명은 지난 2월 인천시교육청 학력심의위원회를 거쳐 지역 초·중·고교에 각각 입학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아프간 특별기여자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필요한 통역 지원도 하고 있다"며 "아프간 특별기여자 학생들이 인천에서 잘 적응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