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란 뜻의 크리에이터(creator)가 더해진 용어로, 지역의 문화와 관광·자원 등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내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의 활동 배경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지역의 정체성이 함께 녹아있다. '돈이 되는 것'과 '돈이 되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통해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과연 어떤 현실과 미래를 보고 있을까.
편집숍 '디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겸 대표(이하 김), 도시기획을 하는 '공존공간'과 술을 콘텐츠로 한 '팔딱산'을 운영하고 있는 박승현 대표(이하 박), 디자인 레이블 '피큐알 크리에이터스' 천인우 실장(이하 천) 등 수원 행궁동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로컬 크리에이터 3명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다.
지역 담은 신발·패션 재해석 굿즈 제작
멋을 아는 친구 더 나타나서 활동해주길
(천) 호기롭게 30살에 사업을 시작해서 서울에 진출했고, 망했고 사기당했고, 여러 시련을 겪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상처받았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수원으로 돌아온 게 비참했는데, 오히려 기회가 여기에 있었다. 처음엔 책방으로 시작했는데,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고객들과 눈앞에서 만나고, 스타트업을 돕거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눈다. 수원은 저에게 고향인데, 다시 저를 환대해 준 고마운 곳이다.
(김) 최근 몇 년 사이 광교가 많이 발달했고, 영통도 꾸준히 발달하며 그 와중에 행궁동이란 도심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이곳에서 1세대라 불리며 장사하신 분들 대부분이 이탈했을 거다. 긍정적으로 보면 도심이 발달했지만,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정체성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의 힘으로 돌아가는 동네로 바뀌고 있다.
(천) 로컬의 시장은 규모나 수요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무조건 기회의 땅은 아니라는 거다. 행궁동만 봐도 매력적인 상권처럼 보이지만, 장사가 안될 때는 하루에 한 두 테이블 받았다고 하는 사장님들도 계신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자본이 투입되는 과정이다. 요즘 계속 학습하는 것이 왜 포토부스가 행궁동에 계속 생길까 라는 부분이다. 아쉬운 부분이 솔직히 있지만 구조는 이해된다. 포토부스 이후에 이곳이 어떻게 변할까 같이 토론도 해보는데, 공간에 프리미엄이 붙어 되팔리는 시장에서 피해는 로컬 사장님들이 받게 된다. 임대료는 올랐는데 들어올 사람이 없어지게 되는 남문의 공동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서울 비하면 저렴한 물가… 창업에 유리
동네 좋게하는데 이유없어 원래 해야할 일
(박) 자본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대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의 생산자들이 좀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로컬 안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자본과 만나면 거의 다 진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행정이나, 중간지원조직, 언론에서 주목해줄 필요가 있다. 이미 지역에서 축배를 든 분들은 성과를 봤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나 일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는 이 공간이 소중하고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행궁동 빠르게 변하고 소멸 아쉬운 마음
다름 보여주는 행동… 행궁동 느낌줄 것
(천) 서울에서 나는 루저였는데,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작업을 하려고 했을 때 용인하지 않는 타이트함이 있었다. 완벽하게 자본과 전문성을 가진 곳들이 결합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그것의 단역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지역은 다양한 시도를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구조이다. 다양한 샘플링이라는 인풋이 들어가야 좋은 아웃풋이 나온다. 지금 운영하는 레이블도 수원에서 한 다양한 시도들의 결합체이다. 특히 행궁동은 수원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축제도 기획했는데, 수원에 대한 애정과 우리가 주도해야 하는 변화를 기대하면서 사업모델이 다름에도 다 같이 의기투합해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천) 지역 특유의 고유성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로 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치있게 끄집어낼 수 있는 지역적 요소들은 서울에서 할 수 없는 거다.
(박) 봤을 때 직관으로 느껴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로컬이라는 키워드로 실험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봐 주시는 게 반갑고 좋았다. 서로 인증하는 느낌인데, 그런 부분에서 저는 이곳이 안락한 공간이라고 느낀다. 사실 다들 고되실 거다. 10년 전 행궁동에 공존공간을 만들었을 때 왜 굳이 그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 동네를 내가 좋게 하겠다는 데 이유가 있을까. 내 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집이 되고 마을이 된다. 내 몸을 내가 건강하게 하는 데 이유가 없듯, 어떻게 보면 원래 해야 하는 거고 당연한 거다.
(천) 이곳에서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지표가 될 것 같다.
(천) 행궁동은 빠르게 변하고 소멸한다. 템포가 느린 동네에서 빠른 동네가 됐다.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한데,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는 마음도 있다. 그 안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보는데 파격적인 것을 해보고 싶다. 테이블을 줄이고 굿즈 숍을 넣는다든지, 야외에서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같이 장사를 하는 것과 같은 다름을 보여주는 행동이 과거 제가 처음 행궁동에 왔을 때 느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같이 나누는 문화를 계속 기획한다면 '행궁동의 느낌은 이런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저희는 분명 자본에게 질 거다. 하지만 장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을 거다. 우리는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