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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큐알크리에이터스 천인우 실장과 공존공간 박승현 대표, 편집숍 디드 김성겸 대표가 수원 행궁동 일대를 기반으로 한 청년 크리에이터의 삶과 목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소연기자 parksy@kyeongin.com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란 뜻의 크리에이터(creator)가 더해진 용어로, 지역의 문화와 관광·자원 등을 토대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지역 문제를 해결해 내는 사람을 뜻한다.

이들의 활동 배경에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지역의 정체성이 함께 녹아있다. '돈이 되는 것'과 '돈이 되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다양한 고민과 시도를 통해 지역이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과연 어떤 현실과 미래를 보고 있을까.

편집숍 '디드'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겸 대표(이하 김), 도시기획을 하는 '공존공간'과 술을 콘텐츠로 한 '팔딱산'을 운영하고 있는 박승현 대표(이하 박), 디자인 레이블 '피큐알 크리에이터스' 천인우 실장(이하 천) 등 수원 행궁동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로컬 크리에이터 3명과 함께 이야기 나눠봤다.

수원에서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 수원에서 태어났다. 할머니께서 시장에서 포목점을 하셨고, 아버지도 근처에서 장사하고 계신다. 동네에서 장사하는 것이 저에겐 익숙한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이 동네에서 없던 것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 시작했고, 해외 대도시에서 느꼈던 분위기를 우리 동네에서도 느낄 수 있게 차별화했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는 '디스 이즈 수원'이라고 해서 수원의 이야기를 신발이나 패션으로 재해석해 굿즈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한다. 예를 들어 지역의 아티스트와 협력해 해외의 갱스터, 힙합 문화를 지역과 연관시킨 아트워크를 만들어 티셔츠 판매를 하기도 했다. 
할머니·아버지 장사하시는 익숙한 공간
지역 담은 신발·패션 재해석 굿즈 제작
멋을 아는 친구 더 나타나서 활동해주길
(박) 해외를 여행하다가 오니 우리 동네가 좋더라. 쉽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그래도 내가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내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좀 느리고 불편할 수 있지만, 가장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는 것이 내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하며 시작한 '공존공간'이 벌써 10년이 넘었다.

(천) 호기롭게 30살에 사업을 시작해서 서울에 진출했고, 망했고 사기당했고, 여러 시련을 겪었다. 그들만의 리그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상처받았다.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수원으로 돌아온 게 비참했는데, 오히려 기회가 여기에 있었다. 처음엔 책방으로 시작했는데,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하고 싶었다. 지금은 고객들과 눈앞에서 만나고, 스타트업을 돕거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눈다. 수원은 저에게 고향인데, 다시 저를 환대해 준 고마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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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숍 '디드' 김성겸 대표.

지역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는데, 로컬 크리에이터가 본 현실은 어떤가

(김) 최근 몇 년 사이 광교가 많이 발달했고, 영통도 꾸준히 발달하며 그 와중에 행궁동이란 도심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이곳에서 1세대라 불리며 장사하신 분들 대부분이 이탈했을 거다. 긍정적으로 보면 도심이 발달했지만,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는 오히려 정체성을 잃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자본의 힘으로 돌아가는 동네로 바뀌고 있다.

(천) 로컬의 시장은 규모나 수요가 굉장히 제한적이다. 무조건 기회의 땅은 아니라는 거다. 행궁동만 봐도 매력적인 상권처럼 보이지만, 장사가 안될 때는 하루에 한 두 테이블 받았다고 하는 사장님들도 계신다. 수요가 많다는 것은 자본이 투입되는 과정이다. 요즘 계속 학습하는 것이 왜 포토부스가 행궁동에 계속 생길까 라는 부분이다. 아쉬운 부분이 솔직히 있지만 구조는 이해된다. 포토부스 이후에 이곳이 어떻게 변할까 같이 토론도 해보는데, 공간에 프리미엄이 붙어 되팔리는 시장에서 피해는 로컬 사장님들이 받게 된다. 임대료는 올랐는데 들어올 사람이 없어지게 되는 남문의 공동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외여행 하다가 오니 우리 동네가 좋아
서울 비하면 저렴한 물가… 창업에 유리
동네 좋게하는데 이유없어 원래 해야할 일

(박) 자본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대세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야 한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의 생산자들이 좀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로컬 안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데 자본과 만나면 거의 다 진다고 본다. 이런 것들을 행정이나, 중간지원조직, 언론에서 주목해줄 필요가 있다. 이미 지역에서 축배를 든 분들은 성과를 봤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여기서 살고 있던 사람들이나 일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는 이 공간이 소중하고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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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기획 '공존공간' 박승현 대표.

지역에서 활동해보니 어떤 점들이 좋은가
(박) 행궁동은 문화유산으로서 화성성곽, 저층 주거지 등 좋은 키워드를 갖고 있어서 언론이든 미디어든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좋다. 또 주민들에게도 자부심이 있는 곳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느리게 사는 곳, 사람이 붐비지 않는 곳을 찾다 보니 더 주목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행궁동의 장점 중에 하나는 사업을 하기에 싸다는 거였다. 지금도 따지고 보면 물가는 서울에 뒤지지 않지만, 임대료 등의 부분에선 아직은 좀 더 싸다. 물론 그 매력이 몇 년 전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창업한 분들이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아서 출퇴근 시간과 그에 드는 비용이 적다. 기본적인 경제효과가 내가 사는 근처에서 이뤄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답이다. 
서울서 사업 망하고 환대해 준 고마운 곳
행궁동 빠르게 변하고 소멸 아쉬운 마음
다름 보여주는 행동… 행궁동 느낌줄 것

(천) 서울에서 나는 루저였는데, 우리만의 색깔이 있는 작업을 하려고 했을 때 용인하지 않는 타이트함이 있었다. 완벽하게 자본과 전문성을 가진 곳들이 결합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저희는 그것의 단역일 수밖에 없다. 그에 반해 지역은 다양한 시도를 자유롭게 해볼 수 있는 구조이다. 다양한 샘플링이라는 인풋이 들어가야 좋은 아웃풋이 나온다. 지금 운영하는 레이블도 수원에서 한 다양한 시도들의 결합체이다. 특히 행궁동은 수원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 연대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축제도 기획했는데, 수원에 대한 애정과 우리가 주도해야 하는 변화를 기대하면서 사업모델이 다름에도 다 같이 의기투합해 즐겁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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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큐알 크리에이터스' 천인우 실장.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갖는 즐거움 혹은 사명감이 있다면
(김) 재미있는 것을 다시 재조명하는 게 재밌다. 원래 있었던 건데 잘 몰랐던 것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천) 지역 특유의 고유성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각자의 언어로 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치있게 끄집어낼 수 있는 지역적 요소들은 서울에서 할 수 없는 거다.

 

 

(박) 봤을 때 직관으로 느껴지는 것을 좋아하는데, 로컬이라는 키워드로 실험하는 것들에 대해 알아봐 주시는 게 반갑고 좋았다. 서로 인증하는 느낌인데, 그런 부분에서 저는 이곳이 안락한 공간이라고 느낀다. 사실 다들 고되실 거다. 10년 전 행궁동에 공존공간을 만들었을 때 왜 굳이 그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내 동네를 내가 좋게 하겠다는 데 이유가 있을까. 내 몸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집이 되고 마을이 된다. 내 몸을 내가 건강하게 하는 데 이유가 없듯, 어떻게 보면 원래 해야 하는 거고 당연한 거다.

(천) 이곳에서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다음 세대들에게 좋은 지표가 될 것 같다.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 앞으로 어떻게 될까
(김) F&B만 강하고 다른 부분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뭔가 보여주기에 내공이 부족한 사람들을 많이 봤다. 어중간하게 하면 멋이 없어서, 멋을 아는 사람들이 함께 활동해줬으면 좋겠고 앞으로 그런 친구들이 나타나면 같이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 

 

(천) 행궁동은 빠르게 변하고 소멸한다. 템포가 느린 동네에서 빠른 동네가 됐다. 그런 부분이 아쉽기도 한데,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는 마음도 있다. 그 안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해보는데 파격적인 것을 해보고 싶다. 테이블을 줄이고 굿즈 숍을 넣는다든지, 야외에서 다른 크리에이터들과 같이 장사를 하는 것과 같은 다름을 보여주는 행동이 과거 제가 처음 행궁동에 왔을 때 느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같이 나누는 문화를 계속 기획한다면 '행궁동의 느낌은 이런거야'라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저희는 분명 자본에게 질 거다. 하지만 장렬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는 있을 거다. 우리는 정말 재미있었다라고.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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