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항지도가 바뀌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는 공항의 모습도 변화시켰다.
2020~2021년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세계 다수의 공항이 '개점 휴업' 상태였다. 여객 수는 급감했고, 항공기는 비행을 하지 못해 공항에 계류해 있었다. 그러던 상황이 올해 하반기부터 달라졌다. 각국이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공항도 활기를 찾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모습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하고 있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문제들이 불거지기도 하고, 항공 수요 회복 속도도 각 나라마다 제각각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한 방역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해외에서 입국할 때에는 PCR 검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공항도 활성화 속도가 더딘 편에 속한다.
유럽은 올해 초부터 방역정책을 완화하면서 공항 이용객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여름 휴가철인 7~8월 유럽 주요 공항 대부분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 수가 회복됐다.
유럽 올 방역완화로 공항 이용객 급증
스히폴국제공항, 혼잡 책임 CEO 사임
인력 충원 등 '팬데믹 이후' 준비 부족
스히폴국제공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억눌린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공항이 여객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늘어나는 여객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고, 유례없는 혼잡으로 인해 여객이 큰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항공기를 탑승하지 못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수하물 2시간 뒤에나 도착하는 일도 빈번했다.
그 영향으로 이달 스히폴공항 CEO가 사임하기도 했다. 공항 운영에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의 허브공항이자, 네덜란드의 대표 공항에서 승객 불만이 폭발하면서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사임 압박이 컸을 것으로 분석된다.
스히폴공항은 운항 항공편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혼잡도를 줄이고 있다. 다만 언제 정상화할 지 예측이 어렵다. 공항 혼잡을 야기한 가장 큰 원인은 인력 문제다. 지상조업, 보안검색 등의 분야 인력이 부족한데, 충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역 주요 공항은 정도는 다르지만 스히폴공항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빠르게 완화한 국가들이다. 이들 나라들은 대부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공항 인력들을 대거 줄였다.
이 인력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으면서 다시 공항에 오지 않고 있어, 인력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현지 항공 업계는 보고 있다.
유럽·미국 공항과 비교해 우리 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요 공항은 아직 코로나19 라는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항도 한산한 모습이다.
특히 중국은 가장 강력한 방역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아시아 항공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이 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일주일 의무 자가격리 등 강력한 방역정책을 고수하면서 아시아 공항들의 여객 수요 회복세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도 중국 제외 서서히 '빗장 해제'
日 입국자 제한 폐지, 대만 무비자 재개
한국 입국전 PCR 없애고 마스크 완화
반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은 서서히 빗장을 풀고 있다. 일본은 내달 11일부터 입국자 제한을 폐지한다. 현재 하루 5만명으로 제한돼 있는 것을 해제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무비자 개인 여행도 허용키로 했다. 홍콩도 2년 반 넘게 유지해오던 입국자에 대한 호텔 격리 규정을 26일 폐지했다. 대만은 29일부터 한국·일본 등 일부 국가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재개하기로 했다.
우리 나라 정부도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있다. 최근 입국 전 의무 PCR검사를 폐지했고, 입국 후 24시간 내에 진행하도록 돼 있는 PCR 검사도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공연장을 포함한 모든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도 해제했다.
인천공항은 아직 코로나19 이전의 30% 수준의 여객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방역 정책 완화 기조와 맞물려 여객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특히 최근 일본이 방역 정책을 완화하면서 인천공항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사들도 운항 노선을 확충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인천공항 '세계 첫 고객경험 5단계' 등
여객 만족도 높이는 다양한 정책 진행
이와 함께 인천공항은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초로 고객경험인증 5단계를 획득하는 등 여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정책이 글로벌 공항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와 함께 미술품 수장고 건설, 제2여객터미널 확장 등을 포함하는 인천공항 4단계 건설 사업과 인스파이어 리조트 건설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노력은 3~4년 후 다른 공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항 산업은 '여행 수요'를 바탕으로 한다. 코로나19는 방역이라는 정책적 측면에서 여행 수요를 인위적으로 억눌렀다면, 현재는 여러 경제적 이유로 가고 싶어도 못가는 자발적 수요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환율과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뒤 호황 기대한 공항·항공산업
'글로벌 경제 불안'에 다시 위기 맞아
"공항간 격차 커질 것… 경쟁 가속화"
여객 수요 감소에 따른 공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줄어든 수요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항공 산업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공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 어떻게 여객을 유치하고, 여객 만족도를 높이느냐가 향후 공항과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