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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박재홍. /경기아트센터 제공

지난해 부조니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쉼 없이 달려온 피아니스트 박재홍. 그는 지난 1년을 "여러모로 성장하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었던 귀하고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박재홍은 "콩쿠르를 준비하거나 나가게 되면 음악적 해석이 자유롭지 못하고 뭔가에 옥죄는 느낌이 들 수밖에 없다. 그 기간이 오래될수록 음악을 만드는 방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며 "감사하게도 큰 상을 받고 연주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관객분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려 노력하는데, 그런 과정에서 음악적으로 자유로워졌다"고 설명했다.

유럽에 자주 나가게 되면서 경험의 폭도 넓어졌고, 연주 기회가 많아진 만큼 다양한 레퍼토리를 공부하게 된 것도 그가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콩쿠르 큰 상 받고 연주 늘어나면서 음악은 자유로워져
차이콥스키 협주곡, 한이 서려있는 곡… 디테일 살리기 고민


이런 박재홍이 오는 9~10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통해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5월 'five for five'로 경기필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을 연주해 호평을 들은 이후 1년여 만의 재회이다.

박재홍은 "경기필과는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공연에서 단원분들이 힘든 일정 속에서도 연주할 때마다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면서 "명실상부 우리나라 최고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데,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잘 준비해 보려 한다"는 소감을 밝혔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휘자 정명훈이 지휘봉을 잡으며 높은 기대를 얻고 있다.

박재홍은 "정명훈 선생님과 함께 연주하게 돼 영광스럽다. 저에겐 배움의 시간이 될 것 같다"며 "좋아하는 지휘자로 항상 꼽는 거장과 함께 무대를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너무나 설렌다"고 전했다.

박재홍이 연주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은 대중들에게 익숙하면서도 잘 알려져 있는 곡이다. 이 곡을 과연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박재홍은 "곡이 많이 유명해지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그 곡의 깊이보다 유명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며 "쉽고 가볍게 여겨질 수 있는 명곡을 다시 한 번 새롭게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 곡은 아픔을 갖고 있는 차이콥스키가 현명하게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3악장의 모티브도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한이 서려 있는 곡"이라며 "그럼에도 밝고 유쾌하게만 비춰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아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섬세하고 예민하고, 음악적인 내용이 많이 담긴 작품이다. 그런 디테일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Ⅳ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은 정명훈과 경기필이 처음 호흡을 맞추는 공연으로 러시아 낭만주의 음악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인 '비창'은 정명훈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로, 인생을 부정하는 비극적 정서를 표현한 작품을 경기필과 어떤 호흡으로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