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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 포승읍 도곡12리 박준우 이장이 고려인들과의 인연, 그리고 그들의 고된 삶, 그들과 함께 마을 공동체를 지켜나가고 있는 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10.3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

"고려인들이 우리 마을에 잘 정착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제겐 큰 기쁨이자 보람입니다. 그래도 제가 마을 이장인데, 그들의 어려움을 지나칠 수는 없잖아요."

평택시 포승읍 도곡12리 박준우(46) 이장은 이곳 고려인들 사이에선 '빅 브라더'로 통한다. 아이들의 한국어 교육과 그 부모들의 어려움 해결 등에 직접 나서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포승읍 도곡리에는 평택항과 산업단지가 위치해 일자리를 찾아온 외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다. 그중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출신 고려인들의 비율이 높다.

박 이장이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게 된 것은 러시아 출신 고려인 노동자와의 우연한 만남 때문이다. 출근 후 집에 남아있는 고려인 노동자의 어린아이들을 돌봐주면서 그들의 고된 삶을 알게 됐다.

박 이장은 "고려인 아이들이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과 언어문제 등이 이유다. 그래서 부모들이 일을 나가면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 한글 교육·부모 어려움 해결
7월 창립 '푸른 외국인 방범대' 호응
정부·지자체 많은 관심과 지원 필요


박 이장은 아내와 상의 끝에 잘 나가던 PC방을 접고, 키즈카페를 차린 뒤 초등학교 입학 전 고려인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등 한국 문화에 적응토록 돕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한국에 온 한 고려인 아이(11)가 지난달 초 집 옥상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자 대학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기도 했다.

박 이장은 "아빠가 일을 나간 사이에 집에만 있던 아이가 옥상에 올라갔다가 발생한 사고인데, 저도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도 치료가 잘 되고 있으니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박 이장이 요즘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일은 지난 7월 창립한 '포승 푸른 외국인 방범대'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출신의 고려인 등 40여 명이 4인 1조로 동네 곳곳을 돌며 방범활동을 펼치고 있다. 여성 1명, 통역 1명, 한국인(주민) 1명, 고려인 1명으로 팀을 이룬 외국인 방범대는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주점, 식당 주변 골목길 등에서 방범에 나선다. 박 이장은 이에 대한 반응이 상당히 좋다고 엄지를 들어 올렸다.

그래서인지 박 이장의 휴대폰 전화벨은 쉴새 없이 울려댄다. 약간의 러시아어와 영어를 섞어 가며 응대하는 그가 살짝 낯설기도 하지만 상대를 대하는 진정성에서 실천하는 봉사의 참 의미를 읽을 수 있다.

박 이장은 "우리 이웃들이 마을에 잘 정착해 행복해지는 것이 제가 원하는 바람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장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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