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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군 전 과학기술부장관이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리는 아트페어인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박 조직위원장은 지난달 29일 IAAS 조직위 사무실에서 가진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과 예술은 뿌리가 같다"면서 "인천을 문화도시로 만드는 봉사의 기회로 삼겠다"고 말했다.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장관이 인천에서 열리는 최대 미술 축제인 인천아시아아트쇼(IAAS)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30여년 이상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에 재직하면서 유기화학·정밀화학 분야 연구에 전념한 과학도가 대규모 예술 축제를 대표하는 얼굴로 나섰다는 점에서 그 배경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정치적 행보로 해석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최근 박 전 장관, 현 인천아시아아트쇼 조직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박호군 인천아시아아트쇼 조직위원장은 "모처럼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큰 행사의 조직위원장을 맡았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인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이런저런 연락이 자주 온다"면서 "가끔 긴장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럴 때마다 내 주소지는 엄연히 서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해둔다"고 말하며 웃었다.

꾸준히 구매 '미술 애호가' 이름 덜 알려진 젊은 작가 소품 선택 계획
관심 가져준다면 부산영화제처럼 명성 얻어… K-ART 유명세 기대감
"국립대 없었던 지자체는 유일" 인천대 총장 시절 송도 이전 결실 맺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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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호군 조직위원장이 인천아시아아트쇼(IAAS) 행사장 부스배치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천의 첫 대규모 아트페어로 지난해 관심을 모은 인천아시아아트쇼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박 조직위원장이 가세하면서 올해 행사에 대한 관심도 더 커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사실 예술과 과학이라는 것이 뿌리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과 기술을 통합해 부르던 고대 그리스어의 '테크네(techne)'라는 단어를 인용했다. 그리스어의 테크네라는 말이 '테크닉'(technic)과 아르스(ars)로 분화했고 아르스가 지금의 아트(art)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었죠. 그 기술이라고 하는 것이 이성적으로 발달하면 '테크닉'이고 감성적으로 발달하면 '예술'이 됐죠. 뿌리는 같아요. 그 두 단어가 공통점도 있어요. 창조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나야 된다는 점이죠."

창조적이면서 상상력이 뛰어나야 한다는 점뿐 아니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작품성과 수월성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예술과 과학의 중요한 공통점이다.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과학을 실용의 학문이라고 하듯이 예술의 경우도 그냥 혼자 흥얼거리고 끄적인다고 예술이 아니라 현실적인 작품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술이나 과학이 추구하고 있는 목표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로켓을 쏘아서 달로 간다고 합시다. 그럼 로켓이 어떻게 움직이게 되느냐, 그걸 사람들이 상상하기가 참 힘들어요. 근데 달 모양과 거기 궤도를 그리고, 위성이 이렇게 타원형으로 움직인다고 궤도를 그려서 설명하면 이해가 쉽죠. 대부분의 과학적인 현상을 설명할 때 말보다 그림을 그려봐요. 그러면 궁금증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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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박 위원장은 꾸준히 미술 작품을 구매한 미술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가 첫 작품을 소장한 것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즈음이었다. 학창 시절 자신의 담임교사를 맡기도 했던 장선백 서양화가(동덕여대 교수)의 전시에 초청을 받아 구입한 작품이 처음이다. 이후로 꾸준히 집에 걸어두고 감상할 작품을 사들였다. 올해에도 1점, 지난해에도 3점을 구입했다.

올해 열리는 인천아시아아트쇼에서도 작품을 구입할 계획인데, 그는 "꼼꼼히 작품을 살펴보고 결정하겠다"면서도 "이름있는 작가의 큰 작품이 아니라 이름이 조금 덜 알려진 젊은 작가의 소품을 구입할 생각"이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미술에 대한 조예와 함께 고향 인천에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인천아시아아트쇼에 참여하기로 했다.

제물포고 후배인 손도문 인천아시아아트쇼 조직위원회 이사장의 제안이 먼저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내가 비록 예술인은 아니어도 그래도 인천과 시민들께 봉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면서 "이전까지 인천에 없었던 큰 행사를 치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후배를 돕고 싶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인천시민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부산을 대표하는 영화제처럼 이 행사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점도 그가 조직위원장을 수락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K-POP, K-드라마 등이 유명세를 타고 있는데, K-ART 또한 이제 이름을 날릴 시기가 됐다"면서 "우리나라가 가진 예술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이러한 행사가 인천에서 지속한다면 귀중한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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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의 인천에서의 행보에 은근히 기대를 거는 이들이 많다. 그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인천대 총장으로 일하며 학교의 국립화와 송도이전 등의 결실을 이뤄내는 등 추진력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의 머릿속에는 인천대 설계도가 훤하게 그려진다.

그는 "인천대를 국립화하는 과정에서 굳이 인천에까지 국립대를 만들어야 하냐는 반대 여론이 많았다. 하지만 국립대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인천 이외에는 없었다"면서 "인천아시아아트쇼도 작게 시작했지만 성장해 나가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인천아시아아트쇼가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 축제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에 들어온 새로운 문명은 인천을 거쳤습니다. 전화·철도 등 다양한 것들을 인천은 처음부터 경험했습니다. 새로운 문명과 친숙한 도시로 볼 수 있죠. 그런데 워낙 서울과 가까웠어요. 오히려 언제든 서울에 가서 즐길 수 있는 점 때문에 도시의 '아이덴티티'가 불분명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서울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를 즐길 것이 아니라 인천만의 예술 행사를 가질 때도 된 것 같습니다. 인천국제공항은 물론 정주 여건이 좋은 곳으로 내·외국인이 몰려들고 있어요. 이 행사를 잘 키워간다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문화도시로서의 인천의 위상을 다지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박호군 조직위원장은?

▲1947년 경기도 인천 신흥동 출생
▲신흥초, 인천중, 제물포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화학과 졸업
▲1999~2003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원장
▲2000 인천시 과학기술상 대상
▲2001 국민훈장 목련장
▲2003 과학기술부 장관
▲2004~2008 인천대 총장

▲2012~2016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총장
▲2017~2021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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